일단 나 자신을 되찾자

뻔한 하루 루틴을 바꿔가며

by 이차람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일단 나를 더 사랑하자는 마음에 집중했다. 나를 사랑해야 내가 사랑할 사람도 보일 것 같았다. '집-회사-집'의 루틴을 일단 바꿔보기로 했다.


피트니스 센터를 등록하고 요가를 시작했으며, 미처 끝내지 못한 공부를 다시 꺼내 놓았다. 운동을 하니 체지방이 떨어져 나갔고, 내 머릿속의 쓰잘데기 없는 생각들도 같이 사라졌다. 내가 만들어 놓은 ‘30대라는 프레임’을 걷어내는 과정이었다.


약 100일 동안 꾸준히 하다 보니 몸무게가 5킬로그램 줄었고, 생각이 너무 많아서 살쪘던 뇌도 날씬해진 듯 가뿐했다. 요가와 명상을 함께한 덕분인가, 결혼에 대한 나의 착각과 거짓 희망들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특히 ‘결혼할 시기니까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마음, ‘나는 평범하게 착한 남자를 만날 것’이라는 이상한 긍정도 생각 밖 낭떠러지로 밀어냈다.


사실 독하게 마음먹고 다이어트를 한 것은 아니었다. 클럽도 가보고, 술도 마시고, 언니들처럼(?) 놀아도 봤지만, 내 취향이 아니었고 마음이 허망했다. 퇴근 후 할 게 없고 집에서 휴대폰이나 보며 손가락 운동만 하느니 헬스장이나 간 것이다.


주말에는 싱글일 때 할 수 있는 일들,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리스트를 짜기 시작했고, 주말마다 실행해 봤다. 운동 덕분에 체력이 좋아져서 주말 스케줄도 다 소화할 수 있었다.

바쁘게 살다 보니 만나길 미뤄 두었던 오래된 친구들을 하나둘씩 만나면서, 스무 살 때 나의 별명 ‘공이’를 되찾았다. 그들이 내 별명을 불러주는 순간, 그때의 기억과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만 같았다. 조금 데면데면할 수도 있지만, 만나면 분명 반가울 학교 동기들에게도 한 명씩 연락해 봤다.

너무 오랜만에 보면 어색한 대화만 겉돌 것 같아서 나름 ‘만남의 코스’를 짜기도 했다. 그리고 ‘공이 투어’라고 명명했다.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온 친구를 8년 만에 만나 을지로를 소개하기도 했고, 14년 만에 만나는 친구와 광장시장에서 빈티지 옷을 사고 낮술을 마시는 등 소소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계획을 짰다. 솔로이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만들었던 만남의 코스였다. 동성끼리 만나야 더 재미있고, 심도 있는 수다들이 이어졌다.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고, 웃고, 떠들다 보니 스스로에 대한 각성도 생겼다. 그러면서 나 자신을 되찾아 갔다.


내가 단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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