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나한테 왜 접근했어?

by 이차람

원래 음악을 좋아해서 스무 살 때부터 홍대 앞 클럽을 종종 갔었는데 어느 순간 부비부비의 현장으로 변해서 잘 가지 않았었다. 그래도 오랜 만에 친한 동료들과 홍대 클럽에 갔다. 날 좋은 봄밤, 클럽에는 사람이 많았고 흥이 났고 음악도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동료들은 하나 둘씩 사라지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나는 '에라 모르겠다 신나게 스트레스나 풀고 가자.' 하며 혼자 음악에 취해 몸을 흔들고 있었다.


누구를 의식할 필요도 없고, 원래 술을 잘 마시질 못하는데 맥주 한 잔만 마셔도 더 마셔라,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편했다.


“혼자 왔어요?”

“네. 거기도요?”

“이태원에서 놀다가 친구는 거기에 두고 혼자 홍대로 넘어 왔어요.”

“몇 살이에요? 상쾌한 공기 좀 쐴래요?”



나보다 2살 어린 남자였다. 우리는 클럽 앞에 쭈구려 앉아 이런 저런 수다를 떨게 되었다. 이 남자도 음악을 좋아하여, 여동생과 만든 음원을 클라우드로 들려주기도 했다. 남자는 외국계 대기업도 다니고 있었다. 자작곡 리스트를 보니 꽤나 흥미로웠다.


“멀쩡한데 왜 여친이 없어?”

“누나도 멀쩡한데 왜 없어?”

“그러게. 멀쩡한 사람들, 나를 포함하여..클럽에 오네.”

“누나랑 이야기하니 뭔가 편하다.”


“그럼 나랑 결혼할까?”

“누나 그럼 내 빚 갚아줄래?”


“응? 얼만데?”

“2천만 원. 이민 컨설팅 브로커한테 사기 받았어.”

“열심히 일 해. 금방 갚아.”


그 당시에 2천만 원은 꽤나 큰 빚이라 생각했다. 빚이 있으면 맘 편히 데이트도 못 할 것 같았다. 경제를 따지며 데이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가 돈이 있어 보였나? 나는 명품 가방도 비싼 옷도 아니고 아주 평범한 30대 초반의 직장인 여성인데...' 생각하며 내가 이성한테 어필되는 포인트가 어딘지 궁금해서 물어봤다.


“너 왜 나한테 접근했어?”

“누가 키가 나랑 딱 맞아서. 한 160 되나?”

“나 164야. 근데 키도 어필이 될 수 있구나? 신기한데. 키가 중요하다니. 피부 본다는 사람은 들어 봤어도 키는 처음이야”


"아 그리고 혼자 신나게 놀더라고"

"ㅎㅎㅎㅎㅎ"


두 어번 더 만나보았지만 그와 커플로 연결되진 않았다. 사실 몇 번 더 카톡이 오긴 했는데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가 아니라 ‘만나서 스트레스 풀고 신나게 놀자’하는 클럽메이트로서는 나에게 이롭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나는 커피도 먹고 도서관에서도 데이트하고 싶었기에.

그로부터 2년 뒤,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다.

“누나 나 결혼해.”

“오랜만이다. 축하해! 나도 결혼했어”


연락이 없다가 쌩뚱맞게 결혼 소식을 전하는 이 남자의 속마음은 모르겠지만 나에게 굳이 예비신부 비키니 사진은 왜 보여줬는지 모르겠다. 이쁘고 몸매 좋은 사람 만났다고 자랑하는 것인가? 이름도 잊었건만..., 속을 모르겠다. 아무튼 누군가에게는 키, 서로 어울리는 그림체 이런 외면적인 것들이 매우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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