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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의 변화

우유에서 치즈로

by 이차람

요즘 도통 입맛이 없어서 외식도 그냥 그렇고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호박고구마 쪄 먹는 게 제일 맛있었다. 독일에서 돌아온 남자 친구와 마트에 갔다가, 수많은 종류의 치즈를 만났다. 남자 친구가 체다 치즈를 넣은 김밥을 만들어주었다. 참 맛있었다.


집에 와서 노란 아이들의 이름을 나열해봤다. 관련 지식도 찾아봤다. 치즈는 기원전 2300년부터 있어온 먹을거리라고 한다. 치즈는 우유와 박테리아의 만남이라니 너무 매력 있었다.


내가 왜 2016년 마지막 밤에 치즈를 그리고 싶을까 생각해 봤다. 나는 마트에서 치즈 살 생각을 안 했는데 남자 친구가 고른 치즈가 생각거리를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은 내년에 결혼식을 할 예정인데 지난주에 미리 혼인신고를 했다. 법적 신고일뿐, 결혼식을 해야 결혼이 실감이 날 줄 알았다. 그런데 치즈를 먹으며 새삼 깨달았다.


우유 같던 연애 사이가 서류 하나로 치즈 같은 부부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결혼이란 것이 어마 무시한 것인 줄 알았는데 치즈 같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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