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 미야케 쇼(2020)

Chararri cineclub

by 차라리

Chararri cineclub #1

“11, 12, 13… 이렇게 여자를 기다리는 건 처음이었다 , 내 착각일 수 있으니까”

성실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생활비는 벌어야 하기에 작중의 ‘나’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이층 침대가 놓인 작은 자취방에서 룸메이트 ‘시즈오’와 함께 산다


출근을 하고 (물론 자주 빠지기도 하지만), 술을 마시고, 당구를 치며 딱히 뚜렷한 목표도 없이 그저 그런 날들을 보낸다


그러던 일상에 ‘사치코’가 스며든다

같은 서점에서 일하는 그녀는 약속을 어기고도 사과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그런 나를 묘하게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세 사람은 불안하지만 아름답고, 허무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그런 계절을 함께 보내게 된다

나는 치열하게 살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어딘가 ‘쿨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직장에서 상사의 눈에 들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든가,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쓴다든가 그런 일은 일절 하지 않았다


서점에서 책을 훔쳐가는 손님을 봐도 그냥 모른 척했고, 사치코에게 시즈오가 영화를 보자고 해도 그냥 “다녀와”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2년 전이었다


한창 일본 영화를 우악스럽게 찾아보던 때였고, 그렇게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때 내 나이는 스물일곱 , 국내 SPA 브랜드의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꽤 이른 나이에 직급을 달았지만 사실 내가 정말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제대 후 돈이 필요해 시작했던 일인데 마땅히 달리 할 게 없어 버티다 보니 운 좋게 올라간 자리일 뿐이다

그때의 나는 그냥 흘러가듯 살고 있었다

출근을 하고, 퇴근하면 술을 마시고 , 가끔 흥이 나면 택시를 타고 테크노 클럽에 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기억이다

연애마저도 나를 좋아해 준다는 이유로 시작했고, “사귀는 동안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으로 연애를 하다 헤어질 땐 별 미련 없이 끝냈다


그런 내가,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

2년이 지났고, 나는 조금은 달라졌을까


영화 중반에 클럽 씬이 등장하는데 잠깐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아니라, 꽤 시간을 들여 묘사한다. 그 장면의 사운드트랙이 정말 좋으니 한번 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And Your Bird Can Sing (Original Soundtrack)”

Produced by Hi’Spec.

_ 더 많은 글은 인스타그램 @chararri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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