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록 (1) - 이탈리아 고속도로와 한국 고속도로 비교 관찰기
굳이 비행기를 타지 않아도, 자동차 또는 기차로
다른 국가들을 가장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는 대륙은
현재로서는 유럽이다.
육로로의 통행이 자유로운 유럽의 특성은
부록에서는 본문에서 말하지 않은
유럽 교통의 색다른 측면을 다루려고 한다.
이탈리아의 고속도로, 휴게소, 요금소는 어떠한지를 소개하겠다.
이탈리아 말고도 다른 유럽 국가에도
고속도로, 휴게소, 요금소는 당연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것을 소개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필자의 유럽여행 일정이 이탈리아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탈리아 여행 일정이 여타 3개국(영국, 프랑스, 스위스)의
여행 일정보다 길었다는 사실은 그간 글을 쭉 읽었다면 알 것이다.
또한, 동서로 넓고 남북으로 긴 이탈리아의 지리적 특성상,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넘어갈 때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됐다.
그래서 이탈리아 고속도로를 글의 단독 주제로
설정해도 될 정도로 풀어낼 이야기가 있었다.
둘째, 이탈리아 고속도로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상당히 유사하다.
이 점이 이 글의 핵심이기도 하다.
왜 유사한지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롭게 살펴보면 좋겠다.
이탈리아 고속도로가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반박할 사람도 있을 듯하다.
'이탈리아 고속도로만 봐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이탈리아 말고 다른 국가의 고속도로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구석이 있지 않은가?'와 같은 반박을 한다면,
필자는 좋은 지적으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다시 그에 대해 곧바로 반박을 하겠다.
스위스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넘어갈 때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11화 참고).
그래서 휴게소를 두 번 들러야 했다.
한 번은 스위스에서, 다른 한 번은 이탈리아 국경을 넘은 뒤에 들렀다.
스위스 휴게소는 우리나라 휴게소와 확실히 다르다.
우선 구조적으로 다르다.
우리나라의 휴게소 건물과 주유소는 분리되어 있는 반면,
스위스의 휴게소 건물과 주유소는 한 공간에 합쳐져 있다.
주유소 뒤에 휴게소 건물이 있는 구조이다.
화장실 인심의 측면에서도 다르다.
유럽을 가보지 않더라도, '유럽의 화장실은 돈 내고 써야 한다.'라는
풍문은 들어봤을 것이다.
스위스 휴게소는 그 풍문을 정확한 사실로 만들어준다.
화장실 앞에 유로 지폐(5유로~)를
유로 동전(50센트, 1유로, 2유로)으로 바꾸는 환전기와
유로 동전을 넣어야 입장을 가능하게 하는 삼발이 게이트가 있다.
반면, 이탈리아 휴게소는 스위스 휴게소의 '이질성'이 없고,
우리나라 휴게소와의 '유사성'이 있다.
구조적으로 휴게소 건물과 주유소가 분리되어 있고,
화장실 이용 요금을 받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들이 많이 몰릴 때 북적거리는,
특유의 휴게소 화장실 분위기까지 비슷하다.
간혹 특이한 구조의 휴게소도 있다.
우리나라 휴게소도 각양각색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이탈리아 휴게소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들어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상행선과 하행선에 휴게소를 따로 짓지 않고,
상행선과 하행선 모두에서 이용 가능하게
도로 위에 붕뜬 형태로 지은 양방향 휴게소가 몇몇 생겨났다.
이탈리아에도 양방향 휴게소가 있다.
당연히 보통 휴게소보다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 양방향 휴게소의 모델이 이탈리아이다.
참고로, 휴게소마다 있는 'Autogrill(오토그릴)' 간판은
이탈리아에서 휴게소 사업을 운영하는 회사 이름이다.
이탈리아 고속도로와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유사성'을 강화하는
또 다른 특징은 바로 요금소이다.
언어가 다른 것만 빼면,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요금소와 꼭 빼닮았다.
그밖에도 고속도로 곳곳에 있는 표지판이 초록색인 점,
험준한 산맥 사이로 고도가 높은 다리를 건설해
고속도로의 줄기를 잇는 점 또한
우리나라 고속도로와의 유사성을 보여주는 특징으로 볼 수 있다.
어째서 이탈리아 고속도로와 우리나라 고속도로는
유사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가장 큰 줄기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할 때,
그와 같은 위상을 지니는 이탈리아의 고속도로인
A1 고속도로(밀라노에서 나폴리까지 잇는
이탈리아의 주요 고속도로)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두 가지 측면에서 지리적으로 유사하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 국가이며,
동고서저(한국) 또는 서고동저(이탈리아)의 지형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한국과 비슷한 지리적 특성을 감안해
경부고속도로보다 앞서 건설된 이탈리아의 A1 고속도로가
여러모로 한국에게 참고 모델이 되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비슷한 구석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관점에서 영국, 프랑스, 스위스는 확실히 결이 다른 국가이다.
그런데 이탈리아는 뭔가 모를 친숙함, 정겨움이 있는 국가이다.
먼 유럽 땅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특징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기에 그렇게 느끼는 듯 싶다.
이 글에서는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형제자매'스러운 구석을
양국 고속도로의 유사성을 통해 보여주었다.
독자 여러분도 나중에 이탈리아의 각 도시를 여행하는 과정에서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휴게소에 들리게 된다면,
이탈리아 고속도로와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유사성을 유심히 관찰하고
사진이나 동영상도 조금 남겨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