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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를마뉴 Oct 30. 2024

신항로 교육 방법론

새롭게 바라보는 역사교육 문제 4장

    이 장에서는 지난 장에서 밝힌 교육 소수자를 위한 '학습의 고도화 도구 부재'라는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교육 소수자는 어디까지나 피교육자이다. 피교육자는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요!'라고 외쳐도 '주어진 공부나 하세요.'라는 핀잔을 받게 된다. 그러므로 피교육자의 문제점을 알고 있거나 그 문제를 직접 경험한 교육자들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자'는 교육부장관 등의 교육 정책을 담당하는 사람, 교육 현장에 오래 종사한 교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고등학교까지의 교육 과정을 이수한 사람 모두'이다. 교육은 전문가의 숙련성도 필요하지만, 일반인의 집단 지성 또한 필요하다. 때로는 일반인의 집단 지성이 전문가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필자도 그런 희망을 가지며 글을 옮기는 것이다.

  특히 이 장에서는 사학 전공생이 역사교육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것이 어떤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사학 전공생도 사학과에 진학하기 이전에 '역사에 관심을 갖고, 역사교육 또한 받은 피교육자'이다. 그래서 사학과에 와서도 교육에 관한 뜻이 있다면, 교직이수를 받거나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여 교육자의 길을 걸어갈 있다. 하지만 학과 내 제한된 인원에게만 교직이수 자격을 부여하여, 이를 사수하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고, 교육대학원 진학을 통해 교원 자격증을 받는 것도 조만간 없어진다. 필자는 학과에서 교직이수를 받을 수 없고, 군 복무를 끝내고 교육대학원에 진학하면 교원 자격증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숨이 턱 막혔다. 아직도 종종 고민을 한다. 그럼에도 다른 방법이 있겠거니 모색한 결과가 사교육 업계였다. 사교육 업계에 있으며 느낀 점은 '꼭 학교 현장으로 가는 게 교육자의 길을 걷는 건 아니구나.'였다. 그렇기에 사학 전공생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교육 문제에 참여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고, 그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한편으로, 이 논의가 사학 전공생의 현실적 문제를 해소하는 열쇠가 되었으면 한다.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사학 전공만으로 장기의 인생을 살아가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많은 사학 전공생은 '복수전공, 부전공'이라는 방법을 통해 현실과 타협한다. 역사학 등의 인문 계열 학문에 뜻이 있더라도 그 뜻을 접게 되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사회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필자는 그런 현실에서 여전히 복수전공, 부전공을 정하지 않고 역사에 대한 믿음을 갖고 모험을 하고 있다. 어찌저찌 지금까지는 그 모험이 성공적이다. 실패를 무릅쓰고 성공한 모험은 후일에 큰 가능성을 열어준다. 역사에서는 대표적으로 신항로 개척이 있다. 신항로 개척을 주도한 포르투갈, 에스파냐는 지중해 무역권에서 소외되었고, 신생국이어서 국력도 강하지 않았다. 15세기 말에 두 국가는 지금처럼 조선술도 발달하지 않았고, 첨단적인 내비게이션도 없었을 때 '지중해보다 더 큰 대양으로 나아가자!'라며 바스쿠 다 가마, 콜럼버스 등의 모험가를 후원하였다. 그 실패를 무릅쓴 모험은 무역의 판도를 지중해 무역에서 대서양 무역으로 뒤바꿨으며 유럽에 막대한 경제적 부를 가져다줬다. 포르투갈, 에스파냐는 한동안 패권국이 되었다. 어쩌면 사학 전공자에게 교육은 우리나라 사회상을 인문학의 위기에서 인문학 붐으로 바꾸고, 인문학 붐에 따른 경제적 부 창출을 통해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신항로 개척'일 수 있다. 필자의 논의가 '모험가의 일지'가 되었으면 한다.


1. 사료(옛 기록)의 교육적 활용

  사료는 사학 전공을 있게 한 고도화의 산물이다. 기본적으로 사학과에서는 '사료강독, 원전 읽기'라는 이름으로 사료를 직접 해석하고 발표하는 강의를 운영하고 있다. 쉽지 않은 강의이지만, 충실히 이수하고 나면 '역사를 사료에 근거해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자세'를 갖출 수 있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의 역사가 중등교육에서의 역사와는 확연히 다름을 체감하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교과서라는 울타리를 친 초원에서 양을 키우는 것이 중등교육에서의 역사라면, 대학에서의 역사는 교과서라는 울타리가 없고, 불특정 다수의 양과 늑대가 뒤섞인 드넓은 초원에서 양을 선별해 키우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겠다. 이 비유는 역사의 불완전성을 쉽게 알려주기 위한 필자 나름의 비유이다. 중등교육 역사에서는 울타리 안에 있는 지식을 배우면 되지만, 대학 역사는 울타리 밖 '불특정 다수'의 지식을 스스로 '진위 검증'까지 해야 한다. 그 진위 검증의 대상이 바로 사료이며, 사료가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료는 사학을 구성하는 중요한 재료이며, 연구를 통해 고도화를 이룩하였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사료는 '무용지물' 취급을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옛날에 쓰인 기록을 해석하고 비판하는 학문적 행위가 '실용, 경제적 이득 창출'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풍조와 걸맞지 않기 때문이다. 인문학의 위기가 초래된 원인이기도 하다. 이 풍조가 사학과 내부에도 스며들었다. 학부생들 사이에서도 사료강독 강의는 버거움의 대상이다. 진정으로 열의를 느끼며 사료를 공부하는 사람보다는, '얼른 해치우고 고학년 때 복수전공을 원활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전자처럼 사료 공부에 열의를 느끼더라도, 언어 능력의 한계 때문에 어려움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확실히 사료강독 강의는 사학 전공생의 전문성을 신장하는 데에는 탁월하다. 그러나 과정이 상당히 고된 데다가, 고된 노력을 만큼 실용성이 신장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학부생들이 사료강독 강의를 버거움의 대상으로 느끼며, 실용을 택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실용을 택하는 경향이 일반화되면 사학 전공생의 현실적 문제 해소는 가능하겠지만, 사학 전공 무용론 심화라는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따라서 사학 전공의 전문성을 책임지는 사료강독 강의는 '어떻게 사료를 실생활에서 훌륭하게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충분히 답변해야 하고, 이를 위한 교육 방식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이란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료는 훌륭하게 활용될 수 있다. 활용법은 여러 측면에서 존재하겠으나, 이 글에서는 '교육적 활용'에 주안점을 두고 얘기하겠다. 여기서 교육적 활용은 '고도화 문항 창출'을 의미한다. 지난 장에서 밝혔듯, 긴 시간을 요구하는 근본적 변화 이전에 지금 당장 가능한 변화를 통해 변화의 효능감을 높여야 한다. 고도화 문항 창출은 현행 교육 제도에서 열악한 환경에 처한 교육 소수자에게 학습의 고도화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 가능한 변화 중 하나이다. 고도화의 원천이 사료에 있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이후 시행된 동아시아사/세계사 평가원 모의고사 및 수능에서 잘 드러난다. 2009 개정 교육과정 하의 시험까지만 하더라도, 대체로 문항 풀이에서 사료 해석 능력을 수준 높게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시험들의 경우, 문항 풀이에서 사료를 각색 및 해설한 자료를 추론 및 해석하는 과정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교육 소수자에게는 사료를 교육과정에 걸맞게, 질적으로 활용한 문항을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이 방법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학 전공생이 나서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사료를 수험생을 위해 훌륭하게 활용하는 방법이 아닐까? 이 질문이 사학 전공생이 역사교육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는 근거이다.

  꼭 교육학에 전문적이어야 고도화 문항 창출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필자는 역사교육과에 재학하지 않으며, 교직이수를 받지 않았으므로 이와 관련한 일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있고, 교과서 내용에 대한 꼼꼼한 검증을 할 수 있다면 교육학을 배우지 않은 사학 전공자일지라도, 역사교육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 즉, 사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능력을 '강점'으로 두면서 교육학 지식을 '부차적'으로만습득해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아래 필자가 직접 제작한 고도화 문항 창출 매커니즘 도식을 보며 자세히 알아보자.

고도화 문항 창출 메커니즘

  고도화 문항은 학문과 교육의 접점 찾기를 통해 창출된다. 교육에만 주안점을 두어 문항을 창출하면, 학문에서의 오류(사료의 잘못된 고증 등)가 발생하고, 학문에만 주안점을 두어 문항을 창출하면, 교육에서의 오류(지엽적 지식에 근거한 문항 풀이로 교육과정에 부적절)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학문과 교육의 조화가 굉장히 중요하다. 학문과 교육이 조화를 이루는 원리를 알고 있으면서, 한 분야에 더 강점을 가지면 더욱 좋다. 위 메커니즘에 따르면, 사학 전공생은 사료, 사학사, 학설 등 학문적 지식에, 역사교육 전공생은 교과서 및 교재 연구 등 교육학적 지식에 우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사학 전공생은 일정한 틀이 정해져 있는 교육학적 지식에 방대하고 전문적인 학문적 지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면, 고도화 문항 창출 같은 교육적 행위를 탁월하게 해낼 수 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 것은 '확실한 교육의 영역'이므로 사학 전공생이 도전하기엔 어렵겠지만, 고도화 문항 창출은 '학문적 성격이 가미되는 연구의 영역'이므로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고도화 문항 창출에 있어서 필요한 교육학적 지식은 '교과서에 수록된 역사 지식이 지엽적인지, 보편적인지를 검증하는 능력' 정도이다. 이처럼 사학 전공생은 굳이 교육학에 전문적이지 않아도, 부차적인 교육학적 지식만 습득하면 학문과 교육의 접점 찾기의 원리로 역사교육 문제 해결에 기여가 가능하다. 

  사학 전공생은 학문과 교육의 접점을 찾은 후 결합하는 과정에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결합 과정은 '문항 창출 주제에 활용할 교과서 개념'과 '교과서 개념과 관련한 학문적 지식'을 조화롭게 합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이 '사료의 정제 및 편집'이다. 문항에 활용할 사료의 어떤 부분을 발췌할지, 사료의 용어를 그대로 둘지, 수험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바꿀지, 사료에 관한 해설을 달지 등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 고민을 해야 고도화 문항이 학문적 오류 없이 교육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려면 사료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요구된다. 사학 전공생이 바로 사료의 정제 편집을 잘하는 사람들이다. 이는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영역이므로, 사학 전공생의 전문성이 더욱 돋보이게 된다.

  사료의 교육적 활용은 지금 당장 가능한 변화이다. 사학 전공생은 사료로 대표되는 사학의 전문성, 부차적인 교육학적 원리를 바탕으로 학습의 고도화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처음은 쉽지 않겠지만, 숙련된다면 '사료는 훌륭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것이다.


2. 사료의 교육적 활용 실제 사례 분석

  이제 위의 이론적 바탕을 뒷받침할 실제 사례를 몇 가지 살펴보겠다. 고도화 문항 창출 메커니즘에 따라 평가원 모의고사와 수능 문항을 살펴보면, '원리가 이렇게 적용되었구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는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가장 최근에 시행된 모의고사인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의 동아시아사 및 세계사 문항과 필자가 직접 문항 자료에 사용된 사료를 찾은 2025학년도 수능특강 동아시아사의 연습 문항을 실제 사례로 삼았다.


(1)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2번 문항

학문적 영역: 사료인 자치통감, 이십이사차기의 발췌 및 편집(출처를 표시해 실제 사료의 내용을 그대로 문항 자료에 썼는지, 편집이 이루어졌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교육적 영역: 자료 하단의 5개 선지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9번 문항

학문적 영역: 정묘호란 시기의 실제 사료 + (중략) 표시를 통한 편집(즉, 실제 사료에는 내용이 더 있으나 출제자가 정제 과정을 거쳤음을 의미한다.) + 성상이라는 신하가 군주를 높여 부르는 표현 그대로 사용(왕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나 사료 본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그대로 냅둔 것으로 추정된다.)

교육적 영역: 자료 하단의 연표에 있는 사건 명칭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동아시아사 16번 문항

학문적 영역: 칠판 안에 있는 징병고유 문서의 실제 사진(위의 두 문항은 사료의 실제 기록을 번역한 것을 자료로 활용했다면, 이 문항에서는 사료의 실제 모습을 제시하여 고증 효과를 보여주었다.) + 징병고유 문서 내의 주석 표시(사료강독을 배운 학부생도 충분히 할 수 있으며, 사학 전공의 전문성을 돋보이게 하는 작업이다.)

교육적 영역: 자료 하단의 5개 선지 + 교사의 해설(징병고유 문서에 관한 교육과정상 지식을 부연 설명하여 교육과정에 근거한 문항 풀이가 가능하게 설계하였다.)


(2)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세계사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세계사 2번 문항

학문적 영역: 의화단 운동 시기에 작성된 군사적 목적의 보고서

교육적 영역: 자료 하단의 5개 선지

2025학년도 9월 모의평가 세계사 7번 문항

학문적 영역: 책 왼쪽 페이지의 실제 사료(필자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본래 사료에는 '아테네 중심 연합군과 스파르타 중심 연합군'으로 표현됐을 것 같다. 사료는 보통 대구의 형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항 자료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스파르타 주도 동맹'이라는 표현으로 변경하여 교육과정에 근거한 문항 풀이를 가능하게 만든 의도가 있어보인다.) + 책 오른쪽 페이지의 해설('일부 학자들의 주장'이라는 수식어를 통해 학계의 지식을 교육적 영역에 접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육적 영역: 자료 하단의 5개 선지

학문적 영역: 자료 속의 인물 연설(이는 각색의 여지도 존재한다. 기록으로 남겨진 연설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가상의 연설 상황을 구성했을 수도 있다.)

교육적 영역: 자료 하단의 5개 선지


(3) 2025학년도 수능특강 동아시아사

홍성준, 『난학사시(蘭學事始)』에 나타난 난학의 보급과 네덜란드어 학습의 양상, 일본어교육, Vol.0 No.101, 한국일본어교육학회, 2022, p.165-166.
2025학년도 수능특강 동아시아사 p.81 8번 문항

학문적 영역: 위 논문에 수록된 실제 사료 내용 발췌

교육적 영역: 자료 하단의 5개 선지

민회수, 한국 근대 『만국공법』 인식의 전통적 기원 -‘公’과 ‘公法’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사학보, Vol.0 No.81, 고려사학회, 2020, p.202.
2025학년도 수능특강 동아시아사 p.101 8번 문항

학문적 영역: 위 논문에 수록된 실제 사료 내용 발췌

교육적 영역: 자료 하단의 5개 선지


  이상의 사례들에서는 정형화된 패턴이 발견된다. 문항들에서 나타나는 학문적 영역의 형태는 다양한 반면, 교육적 영역의 형태는 비교적 단순하다는 것이다. 즉, 자료 구성의 영역은 학문적 지식이, 선지 구성의 영역은 교육적 지식이 담당하고 있다. 고도화 문항에서 중요한 것은 자료 구성이다. 자료 구성에서는 학문적 지식이 다다익선으로 작용한다. 앞에서 필자가 대학에서의 역사는 불특정 다수의 양과 늑대가 뒤섞인 드넓은 초원에서 양을 선별해 키우는 것이라고 비유했는데, 이는 교육적 측면에서 분명히 유리하다. 드넓은 초원에서 양을 키울 줄 안다면, 울타리를 쳐서 그보다 좁은 영역에서 양을 키우는 건 더욱 쉬울 것이다. 사학 전공생은 교과서라는 울타리를 치는 방법만 알고, 드넓은 초원에서 선별한 양이라는 학문적 지식을 가져오면 된다. 이를 잘 보여주는 아래의 도식으로 확인해보자.



3. 마치며

  이 글에서는 사료를 교육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고, 그 사례를 상세히 제시하여 사학 전공생이 역사교육 문제 해결에 참여할 수 있다는 당위성을 강조하였다. 현행 중등 역사교육, 특히 평가원에서는 사료를 원천으로 삼아 고도화 문항을 창출하고 있다. 고도화 문항은 학문적 영역과 교육적 영역의 접점을 찾고 이를 긴밀히 결합해 만든 '학습 연구 결과물'로 학문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훌륭하다. 고도화 문항의 핵심은 '추론과 사고력을 요하는 문항 자료 구성'인데, 화수분과도 같은 학문적 지식의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교육적 지식은 고도화 문항의 '선지 구성'이라는 일관되고 단순한 형태로만 나타난다. 따라서 사학 전공생은 학문적 영역에서 강점을 가지므로, 교육학적 지식을 부차적으로 습득하면 고도화 문항 창출의 주역이 될 수 있다.

  고도화 문항은 인문학의 위기를 해소할 열쇠이다. 기존의 인문학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와 '현대 사회에서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못했다. 그런데 교육의 힘을 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문학적 지식이 결합한 고도화 문항 창출은 그 문항 자체가 지식 재산이 될 뿐더러, 교육 소수자에게 학습의 고도화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이 '실질적인 도움(문제 해결)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앞의 두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가능해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도화 문항 창출을 통해 사학 전공생이 전공 지식을 활용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얻는 길도 열리게 되어, 현재의 사학 전공생이 처한 현실적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 아직 많은 사학 전공생은 고도화 문항 메커니즘을 잘 모르거나 무관심해한다. 그렇기에 신항로 개척이다. 

  이 글이 사학 전공생 개인뿐만 아니라, 사학과라는 조직에서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갖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필자는 이를 위해 이 글에서 나름의 이론적 바탕을 제공하려고 노력하였다. 사학 전공생 개개인이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사학과에서는 그 관심을 제도적 차원의 노력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기존에 개설된 전공 강의의 수업 방식을 바꾸거나, 새로운 전공 강의를 개설하는 것 등이 있겠다. 사학과는 최근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필자 대학의 사학과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어떻게 변화해야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변화하되, '성공이 예견'되어야 한다. 필자는 사학과가 교육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게 성공이 예견된 변화라고 믿는다. 아래에 프랑스 혁명을 통한 변혁을 예고하고, 이론적 바탕을 마련한 시에예스의 글을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행정가는 그가 할 수 있는 만큼 나아간다. 올바른 길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그에게는 찬사가 주어진다. 그러나 그 길은 그에 앞서 철학자에 의해 끝까지 주파된 길이어야 한다. 철학자는 종점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철학자는 그 길이 실제로 종점으로 인도하는 길이라는 것을 끝까지 보증할 수 없을 것이다.”  
“철학자가 어떤 길을 개통할 때에는 오류들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이것들을 가차없이 없애버려야 한다. 이어서 행정가가 오게 되는데, 그는 이익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며 대단히 탁월한 학문과 새로운 재능을 필요로 한다.”

- E.J 시에예스, 제3신분이란 무엇인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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