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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같았던 경유지, 두바이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체류한 4시간의 기록

by 샤를마뉴

유럽여행을 위한 출국길은 생각 이상으로 힘들었다.

출국 수속을 밟는 과정도 정신이 없었지만,

비행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게 쉽지 않았다.


유럽을 가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출국 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직항으로 가는 방법과

출국 시간이 좀 늘어나지만 피로를 줄이기 위해

공항을 한 번 경유하고 가는 방법이다.

필자네 가족은 후자의 방법으로 유럽을 갔다.

두바이 국제공항(Dubai International Airport)이 경유지였다.


경유지는 말그대로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다.

여정에 있어서 큰 의미가 없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두바이 국제공항의 경우는 달랐다.

인상이 깊었던 경유지였다.

살면서 갈 수 있을지 모를 두바이 땅을 밟았다는 의의가 컸고,

'오일머니 저력'을 공항의 광경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선 첫 글은 유럽여행을 가게 된 과정을 얘기한 '서론의 전반부'였다면,

이번 글은 두바이 국제공항에서의 독특한 경험을 공유하는 '서론의 후반부'이다.

여기도 꽤 재밌게 느낄 만한 이야기가 있어, 한 편의 글을 할애하였다.


한국에서도 두바이는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곳이다.

세계에서 최고로 높은 건축물인 부르즈 칼리파(Burj-Khalifa),

7성급 호텔인 부르즈 알 아랍(Burj-al-arab),

사막 한복판의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도시 풍경을 자연히 떠올린다.

그 배경에는 오일머니가 있다.

오일머니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는 곳이다.

천연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우리나라에겐 '천혜의 땅'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두바이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두바이는 그렇게 환상적인 곳이 아니야!'라고 말할 테지만,

그곳 땅을 처음 밟아본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신기하게 보이기 마련이다.

두바이 국제공항의 광경만 잠시 보고 가면 더욱 그렇다.

두바이 국제공항은 비유하자면 19세기의 만국 박람회장이다.

'두바이는 잘 사는 동네에요!'라고 관광객에게 자랑하는 공간같다.


두바이 국제공항에 막 도착했을 때의 시간은 새벽 4시였다.

모두가 한창 꿈나라에 있으니, 가장 조용하고 '어두운' 시간대이다.

잠을 자는데 불을 훤히 밝힐 리는 없을 테니깐.

그런데 그 시간에도 공항은 휘황찬란했다.

공항의 모든 공간에 단 한 줄기의 어둠도 스며들지 않게

빛으로 에워싼 느낌이었다.


공항이 워낙 넓어, 걸어서 이동하기엔 어렵다.

더군다나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다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에도 인천 국제공항 제1터미널과 제2터미널을 연결하는 공항철도가 있듯이.

두바이 국제공항에도, 그 내부를 이동하는 '무인 전철'이 있다.

게다가 무료이다.

일단 여기서부터 두바이의 경제력이 예사롭지 않음을 느꼈다.

두바이 국제공항 내 무인 전철을 타고 이동하는 영상
두바이 국제공항 무인 전철 노선도

영국 런던으로 향할 환승 비행편을 타는 A게이트로 이동한 뒤,

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바로 엘리베이터였다.

'고작 엘리베이터가 왜?'라고 생각하겠지만,

고작이라고 치부할 만한 엘리베이터가 아니다.


대형마트의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를 떠올려보자.

일반 엘리베이터의 두 배 정도 되는 크기이지 않은가.

그 크기의 엘리베이터가 공항에서의 '일반 엘리베이터'이다.

일행 모두가 엘리베이터의 넓이에 놀랐다.

두바이 국제공항의 널찍한 엘리베이터와 엘리베이터 타워를 보여주는 영상(물소리는 타워 뒷편의 폭포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비행기 탑승구가 있는 층까지 이동한 뒤,

4시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어디서 잠을 자도 되고, 면세점에서 쇼핑을 해도 되었다.

그런데 잠은 오지 않아서 면세점에 무엇이 있는지를 둘러봤다.


분명히 새벽 4~5시이기 때문에,

'일부 매장은 문을 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음식점, 카페를 포함한 모든 매장이 문을 열었다.

시간 개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직원들도 졸린 티 하나 내지 않았다.


5시가 넘어가니,

두바이 국제공항에 비행기 하나가 더 착륙한 것일까?

면세점 구역에 사람들이 급격하게 많아졌다.

정말 새벽 5시의 풍경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필자는 현재 지하철역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방식으로

보충역을 수행하면서 새벽 5시 무렵의 한산한 풍경을

계속 보고 있는데, 그와 대조적이어서 더 놀랐던 것 같다.

새벽 5시를 갓 넘은 직후의 두바이 국제공항 면세점 구역의 풍경

면세점 자체는 큰 감흥이 없었다.

한국의 백화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명품을 팔고 있어도 살 수가 없다.


초콜릿을 비롯한 식료품을 파는 매장 구경이 재밌었다.

한국에서 잠깐 유행처럼 떴던

'두바이 초콜릿', '대추야자'의 본산이 바로 여기이지 않은가.

그 사실을 보여주듯 두바이 초콜릿 조형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상 깊어서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낙타 젖'으로 만든 초콜릿도 팔고 있었는데,

가격이 비싸서 구매하지는 않았다.

무슨 맛일까? 그냥 우유와는 다른 맛일까?

궁금증은 들지만, 그것을 해결하고픈 욕구까지는 들지 않는다.

두바이 초콜릿과 Al nassma(알 나스마)라는 낙타 젖 초콜릿 조형물

그래도 두바이라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땅을 밟았으니

기념품을 사가고 싶었다.

유럽에도 초콜릿은 널려 있으니, 음식 종류는 사지 않고

두바이의 주요 건축물을 표현한 냉장고 자석을 샀다.

가격도 비싸지 않아 친구들 선물로도 챙기게 여러 개 샀다.


두바이는 아랍에리미트 디르함(AED)을 공식 화폐로 사용한다.

현재 환율로는 1달러 = 약 4AED이다.

그런데 AED로는 환전하지 않아, 물건을 사지 못할까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유로화도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두바이의 주요 건축물을 표현한 냉장고 자석과 공항 창문 근처의 안락의자

기념품을 산 후에는 공항 창문 근처에 있는 안락의자에서 쉬었다.

쉬러 갈 때, 무슨 노래가 울려퍼졌다.

이 노래가 알고 보니, 메카를 향해 새벽기도를 올리라는 노래였다.

책으로만 보던 이슬람 문화를 직접 경험한, 흔치 않은 기회였다.


오전 8시 반~40분 무렵 환승 비행편에 탑승했다.

짧지만 인상깊었던 두바이 국제공항에서의 경유 시간이 끝났다.

체력도 조금 충전이 되었다.

인천에서 두바이로 향하는 첫 비행기는 좌석이 넓지 않은 데다,

10시간 넘게 이동해야 돼서 힘들었다.


영국 런던까지는 또 8시간을 내리 이동해야 됐다.

한국에서 그렇게나 머나먼 곳의 문화와 역사를 좋아하는 필자가

남들에겐 '신기한 사람'처럼 보여지는 것도 좀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영국 런던으로 넘어가, 다음 글에서 마저 이야기를 펼쳐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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