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직장인 May 29. 2020

박정희 암살 사건를 비껴간 개그우먼의 비밀

느낌의 진화

1979년 10월 26일 저녁, 청와대 근처 궁정동에서 몇 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 표적은 박정희 대통령으로 당시 중앙정보부 부장이었던 김재규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그로 인해 18년을 이어 오던 박정희 정권이 하룻저녁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사건을 영화화 한 것이 바로 영화 '그때 그사람들'이다. 가수 심수봉은 10.26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고 정신적인 고통을 겪음은 물론 타의에 의해 정신병원에 수감되기도 했다.


영화 <그때 그사람들>


하지만 원래 그곳에 있어야 할 사람은 심수봉이 아니었다. 그 자리의 주인은 바로 개그우먼 배연정이었다. 그녀는 어떻게 그 위기의 순간을 피할 수 있었을까?

배연정 “박정희 시해 당일 차 돌렸다..
배연정은 “그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쪽진 머리 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나도 10년 넘게 머리를 쪽을 졌어요”라면서 “유명인들이 궁정동으로 비밀리에 초대 받기도 했어요. 시해 사건이 나던 날도 제가 가는 거예요. 중앙정보부에서 다 와서 저희를 데려가요. 가는 길에 도로에서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바뀌는데 저희 차는 빨간 신호에서 걸렸죠.

그런데 제가 저도 모르게 ‘차 돌려’ 그랬어요. 귀에서 뭐가 시켜요. ‘가면 안 돼’ 이런 식으로. 그리고 마음이 그날은 너무 불안한 거예요. 그래서 그날은 차를 돌려 집으로 왔어요.

그날 시해 사건이 난 거예요”라고 밝혔다. 배연정은 “저는 지금도 소름이 돋아요”라며 “‘가면 안 돼’ 이러면서 마치 사형수가 지금 목을 매달러 가는 기분이었어요. 그날 제가 거기를 들어갔으면 안 좋은 꼴을 봤을 거고. 거기에서 돌아서 왔는데 연락이 오더라고요. 시해 사건이 났다고요“라고 전했다.
<SBS 연애>



자칫 죽음으로 이를 위기를 그녀는 어떻게 피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느낌에 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그녀를 10.26 사건으로 부터 무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처럼 살면서 말로 표현하지 못할 감정과 느낌으로 위기를 피하거나 큰 기회를 잡는 경우가 있다. 이런 느낌은 어디에서 왔고 어떤 메커니즘으로 우리를 움직이는지 알아보자.




인간이 행동의 규칙을 만들어 내는 것은, 그것이 언제 어디에서 만들어졌든, 항상성의 필요성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와 같은 규칙은 일반적으로 개인과 사회집단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실제로 고통을 줄이고 개인의 안녕과 사회의 복지를 촉진해 왔다. 그와 같은 규칙들은 사회적 결속을 강화시켰고, 항상성에 유리한 결과를 가져왔다. <느낌의 진화>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느낌은 항상성의 역할에 커다란 도약을 가져왔다. 감정의 도움으로 동물의 내면적 생명의 상태를 정신적으로 표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감정이 생기자 생명 상태와 필요성에 대한 직접적인 지식이 더해지면서 항상성 유지 과정은 점점 풍부해졌다.


이미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간이 감각을 통해 받아들인 외부와 내부의 사건에 기초하여 내면적인 표상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팔, 다리와 몸 전체의 움직임을 매우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그에 따라 항상성이 향상되고 생존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신호들은 세 종류의 원천으로부터 나온다. 첫 번째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이다. 우리의 피부와 일부 점막에 있는 특정 기관들이 이 세계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우리 내부의 서로 구분되는 두 세계, 즉 화학적이고 내부 장기가 관여하는 오래된 내부 세계와 근골격계와 거기에 자리 잡은 감각의 관문들을 아우르는 덜 오래된 세계가 그 다른 두 원천이다. <느낌의 진화>


느낌은 우리 존재 안의 생명이 펼쳐질 때 항상 함께하며, 우리가 지각하고, 학습하고, 기억하고, 상상하고, 추론하고, 판단하고, 결정하고, 계획하고, 마음속에서 창조해 내는 모든 것에 수반한다. 느낌의 경험은 생명 상태를 그 전망에 비추어 평가하는 자연적 과정이다. 현재의 몸 상태와 효율성을 '판단'하고 느낌은 그 판단 결과를 몸의 주인에게 전한다.


느낌은 우리를 화나게 하거나 기쁘게 한다. 그러나 목적론적 측면에서 볼 때 그것이 느낌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느낌은 생명 조절을 위해 존재하며 기본적 항상성이나 우리 삶의 사회적 조건에 관한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느낌은 우리에게 회피해야 할 위험과 위기를 알려준다. 한편으로 우리가 잡아야 할 기회를 알려주기도 한다. 느낌은 우리의 전반적인 항상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행동으로 우리를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를 더 나은 인간, 우리 자신의 미래와 다른 이들의 미래에 더욱 큰 책임감을 갖는 존재가 되도록 만든다.




사람들은 이성에 과한 점수를 주고 느낌을 도외 시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느낌의 존재는 단지 감정적인 풍요로움을 의미하지 않는다. 느낌은 결국 존재의 영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경로로 부터 받아들인 정보가 처리된 결과다. 혹시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그것을 외면하지 말고 그 느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 해볼 필요 있다. 왜냐하면 그 느낌이라는 것은 결국 존재를 살아있게 하기위해 진화를 통해 발전된 능력이기 때문이다.


출처: 느낌의 진화, 그때 그사람들

#느낌 #느낌의 진화 #항상성 #존재

작가의 이전글 애 낳지 말라는 유튜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