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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Jun 03. 2020

어머니, 아이가 다른 애들보다 늦은데...

아이는 얼마 전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내의 로망은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었다. 아이는 엄마의 꼬임에 넘어가 피아노 학원을 등록했다. 마침 아이의 동갑내기 친구들도 같은 날 등록해서 함께 다니고 있다. 아이는 요즘 뽀로로 피아노로 연습도 하고 유튜브로 피아노 동영상도 찾아보며 열심히 배운다. 


오늘 아내가 피아노 선생님께 들은 얘기를 전해줬다. 


어머니 오해하지 마시고 들어주세요. 같이 시작한 다른 아이들보다 진도가 늦은데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우리 아이만 뒤쳐지면 속상할 거라는 생각에 선생님이 전화해주셨다. 선생님은 조심히 전해주셨지만 우리는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 얘기는 예전부터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도 처음부터 평정심을 유지한 것은 아니었다. 몇 년 전 아이가 처음 어린이 집에 가고 며칠 후 들은 선생님의 얘기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 


아이가 말도 못 하고 너무 느려요. 병원에 다니시는 게 어떨까요?


4살 때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들은 얘기다. 어린이집에 갈 때 울면서 갔고 하루 종일 선생님 뒤만 따라다녔다. 말도 못 하고 또래 아이들에 비해 발달이 늦었기 때문에 우리에게 걱정되어 연락한다고 했다. 4살인데 말을 못 해 언어치료를 받아야 되는 건 아닌지 고민했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참았다. 


다행히 5살이 되면서 말도 하고 기저귀도 졸업했다. 그런데 그 후 다녔던 모든 유치원과 학원에서 아이의 늦은 성취를 걱정했다. 똑같이 시작하면 다른 아이들보다 우리 아이가 항상 느렸다. 다른 아이들이 빠르게 달릴 때 아이는 겨우 걸음을 떼곤 했다. 


선생님들의 걱정에 아내는 조바심을 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어디서 많이 들었던 소리였고 경험한 일들이었다. 마치 데자뷔를 보는 것 같았다. 나도 발달이 늦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 바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숙제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벌을 자주 받았다. 이해력이 낮아 여러 번 반복해도 알아듣지 못했다. 나는 유독 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5학년이 되면서 조금 나아졌다.


아빠보다 훨씬 대단해.

아이에게 항상 하는 말이다. 아이에게 대단하다고 말해준다. 아빠 어릴 때는 더 부족하고 못했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아이는 그에 보답하듯이 늦은 출발에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주었다. 미술학원을 다닐 때도 처음에는 못했지만 1년 정도 지난 후에 다른 아이들과 비슷하거나 앞서기도 했다. 줄넘기를 할 때도 하나도 못했지만 혼자 꾸준히 연습하면서 이제는 또래 중에서 잘하는 축에 속하다. 아이는 뭐든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



    

아이는 믿는 만큼 자라는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아이의 성취와 발전을 종용하지 않고 뒤에서 응원만 했다. 아이가 다니는 모든 학원은 아이의 선택으로 다니는 것이고 아이가 싫어하면 그만두려고 한다. 그런데 아이는 한번 시작한 일은 좀처럼 그만두지 않는다. 이제 아이는 부모에게 자신의 능력을 자랑한다. 


아빠 나는 처음에는 못해도 계속 노력하면 잘해! 


아빠는 이렇게 말하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비록 시작이 늦더라도, 아이는 힘들어하지 않는다. 스스로 발전할 것을 알고 그 발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리고 노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시작이 느리고 둔한 아이는 이제 두 발 자전거도 잘 타고, 줄넘기도 잘하고, 훌라후프도 잘 돌린다. 아이를 키우는 아빠는 아이에게 또 이렇게 배운다.


#피아노 #느림 #노력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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