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직장인 Jun 21. 2020

층간 소음이 무서운 나에게 생긴 마법 같은 이야기

요즘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으로 많은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살인사건이 벌어지기도 하고, 경찰이 출동해서 중재하는 경우도 많다. 층간소음으로 감정이 상해버리면 편안한 집안이 지옥으로 변하는 악몽 같은 일이 생긴다.


나와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이 최근 이사를 갔다. 이유를 물어보니 층간 소음 때문에 아랫집과 갈등이 벌어졌고 견딜 수가 없어 이사를 간다고 한다. 아이들 뛰는 소리로 마찰이 생겼고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이사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전하고는 멀리 떠났다.


이처럼 층간 소음은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다. 아이들을 뛰지 못하게 막지만 어린애들은 통제가 불가능하고 그 때문에 아랫집에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지만 이것이 반복되면 참을 수 없는 감정싸움이 되고 만다.


나도 예전 살던 집에서 층간소음으로 많은 연락을 받았다. 아이가 뛰지도 않았는데 시끄럽다는 연락이 계속 왔고 거실 전체를 두꺼운 매트로 깔아도 소용없었다. 그 집에서 2년을 살지 못하고 이사를 갔는데 그 이유 중 층간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그런 감정적인 문제를 애초부터 막기 위해 이사 왔을 때부터 아랫집에 인사를 갔고 과일이며 떡을 보내곤 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니 밑에 집에서 올라오셔서 음식을 더 이상 안 줘도 된다고 오히려 케이크를 전해주셨다.


그렇게 몇 년이 흘러 둘째가 태어났고 둘째가 며칠 전 돌이 되어 돌떡을 아랫집 전해드렸다. 그동안 아이가 분명 뛰기도 했고 아이 친구들이 놀러 와서 시끄럽게 했지만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에 전해드린 작은 성의였다.

 


그런데 다음 날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랫집 사모님께서 초등학생 딸과 함께 오셔서 돌 축하한다며 아기 옷을 선물해주셨다. 항상 미안한 마음에 전해드린 떡 몇 개가 더 큰 감동으로 우리 가족에게 다시 돌아왔다.


선물해주신 아이 옷


분명 아랫집에 사시는 분은 가끔은 우리 아이들이 뛰는 소리로 시끄러우셨을 것이다.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아기 돌이라며 옷까지 선물해주시는 것을 보며 감사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면 천국에서 사는 것이고, 싫은 사람들과 함께 살면 지옥에서 사는 것이다. 나는 분명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기가 한 살이 되는 날 감사한 마음에 전한 떡이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곳을 천국으로 만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아랫집에 사시는 분께 감사한 마음을 전할 길이 없지만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들 모두 잘 되시길 빌어드릴 것이다. 그리고 그분들께 피해를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해서 살겠다.


#돌 #층간소음 #선의

 



작가의 이전글 아빠방 출입 금지당한 12개월 아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