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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Jun 21. 2020

차로 30분 타고 가서 먹은 해물 밥상

박해윤 통영 해물 밥상

차로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 된 주차장이 큰 가게가 있어 호기심에 검색해봤다. 리뷰도 나름 괜찮고 해물을 좋아해서 언젠가  꼭 가야지 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집에서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 거리에 있어 평소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성미로 주저하다가 주말에 큰 마음먹고 와이프와 아이들과 함께  출발했다. 늦은 점심이라 배가 고파서 사진도 제대로 찍지 못하고 허겁지겁 먹었다. 분명히 맛있는데, 이상하게 너무 맛있었다. 배가 고파서 그런 거라 생각하고 만족스러운 식사라는 뿌듯함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와이프와 한 번씩 '통영 해물 밥상' 얘기를 하며 맛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아이 돌이 되어 양가 부모님과 같이 밥을 먹으려 한정식 가게를 알아보던 중 '통영 해물 밥상'도 후보에 올랐지만 부모님 집과 거리가 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려워 결정하지 않았다.

아기 돌 축하를 위해 부모님들 집에서 멀지 않은 위치의 교통 편하고 찾기 쉬운 위치를 골랐다.


음식이 나왔는데 버섯 탕수육은 딱딱해서 씹을 수가 없고 고기는 약간 잡내가 났다. 비싼 한정식 집의 음식 수준이 이렇게 저렴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맛없는 한정식을 먹은 내상을 치유하기 위해 이번 주말 가족과 다시 한번 '통영 해물 밥상'을 찾았다. 예전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12시에 맞춰 가게에 도착했과 같은 음식을 시켰다. 해물 밥상 2인과 아이를 위한 돈가스를 시켰고 이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우선 해초 홍합밥을 한입 먹었다. 평소 홍합을 즐기지는 않지만 홍합밥은 홍합과 해초의 절묘한 조화로 맛이 좋았다. 이어 굴전을 먹고 잡채도 먹기 시작했다.  집의 굴전은 일반적인 전과 달리 기품이 넘쳤다. 잡채는 만든 지 오래되지 않아 촉촉했고 식욕을 돋웠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려보며 그때 맛있었던 이유는 배가 고파서라기 보다 이 집의 음식 맛이 뛰어난 까닭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미역국을 먹고 낙지볶음을 탐닉하려는데 아이의 돈가스가 나왔다.


 

돈가스 전문점보다는 못하지만 적당히 먹을만한 수준의 돈가스라 아이들의 식사도 문제없을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 집의 메인 요리는 낙지볶음이다. 물기가 없이 조리한 낙지볶음은 그 자체로 예술이다. 고온에 조리해 재료 밖으로 물기가 나오지 않지만 낙지와 야채 내부는 촉촉함이 가득하다. 작은 문어에 비견될 정도의 통통한 낙지다리는 통으로 제공되어 가위로 원하는 크기로 잘라 즐길 수 있다.



수육은 식지 않게 육수를 그릇에 담아 고체연료로 데워준다. 멍게와 꼬막은 '이게 바로 해물 밥상이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음식 수는 적당히 많지만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고, 어느 것 하나 소홀히 만든 것이 없다. 모든 음식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뽐내며 해물 밥상의 완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 같았다. 낙지볶음 양념이 남아 포장을 요청했지만 위생 문제로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차로 떠났다. 조만간 부모님들을 모시고 다시 찾을 예정이다. 예전 아이 돌에 양가 부모님들과 먹은 한정식집보다 가격은 만원 정도 저렴한데 맛은 비교 불가하다. 당분간 이 가게에 자주 갈 것 같다. 집에서 멀리 떨어져서 왕복 1시간 이상 걸리고 맛집이라 웨이팅 시간까지 포함하면 식사 외에 1시간 ~ 1시간 30분 소요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그 정도의 시간은 쓸 수 있다.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통영해물밥상 #한정식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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