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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Jun 20. 2020

아빠방 출입 금지당한 12개월 아들

나는 딸, 아들 아빠다. 첫째 딸을 키울 때는 너무나 고맙게도 흔한 말썽 한번 부리지 않고 부모 말을 잘 들어줬다. 그래서 별난 아이, 말 안 듣는 아이의 기준을 잡지 못했다. 1년 전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와 나이 차이가 6살이 나는 막둥이라 그런지 보기만 해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아직 걷지 못해 기어 다니지만 우리 집 공식 이쁜이다. 하지만 어린 아기지만 느낌이 온다. 말을 안 듣는다. 눈치 따위는 보지 않고 혼내도 들은 척도 안 한다. 돌 되기 전부터 부모와 교감했던 첫째와 너무 큰 차이다.


아들은 하루 종일 집안을 돌아다니며 책이고 물건을 다 꺼내놓고 어질러놓는다. 물건을 마구 던져 온 바닥이 다 찍혀있다. 물론 아기가 몰라서 하는 행동이라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찍힌 바닥을 볼 때 와이프는 속상한 빛을 감추지 못한다.


언젠가부터 아기는 집안에서 혼자 움직이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엄마나 아빠가 없어도 이방 저 방을 돌아다니면 어질고 있다. 아기의 호기심이라 생각하고 모른 척했지만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특단의 조치를 꺼냈다.


내 방에는 책이 많이 있다. 책 사서 읽는 것이 취미인지라 책장에 책이 가득이다. 그런데 아들이 아빠방에 들어가서 책을 다 꺼내고 어질고 있다. 책만 꺼내는 것이 아니라 책을 험하게 가지고 놀아서 찢어질 것처럼 너덜거린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일 아들은 아빠방을 어지르고 아빠는 치우는 것을 반복한다. 한 번도 읽지 않은 책들이 마치 여러 번 본 책처럼 변했다. 아이가 책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넘어 책 때문에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아기 울타리를 설치했다. 아기 울타리로 막으니 더 이상 아기는 아빠방의 책으로 장난을 치지 못한다.

아기가 아빠방을 훼손한 현장 증거


아빠방에 들어가고 싶지만 못 들어가는 모습


부모가 어려서부터 책을 가까이하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말을 믿는다. 하지만 아이의 과도한 책 사랑에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아빠방 출입 금지시켰다. 아이와 책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울타리를 치우고 딸, 아들, 아빠 이렇게 나란히 앉아 책을 읽는 멋진 꿈을 꿔본다.

 

#12개월 #아기 #육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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