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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Jul 10. 2020

행운에 속지마라

실적과 재산만으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 그럴 때도 있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 어느 시점에 보면 실적이 탁월했던 사업가 대부분이 단지 운이 좋았던 것으로 드러난다. 무능한데도 엄청난 거부가 된 사업가가 넘쳐난다는 사실은 더 기가 막힌다. 하지만 이들의 실적에 행운이 또다시 작용하지는 않는다.

운 좋은 바보일수록 자신이 운 좋은 바보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이들이 운 좋은 바보인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부자가 될 자격이 있는 것처럼 행세한다. 잇단 성공 덕에 세로토닌이 다량으로 분비되면서, 자신에게는 돈 버는 실력이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지경에 이른다. (호르몬 시스템은 성공이 운에 좌우되는지를 알지 못한다.)  <행운에 속지마라>


나는 운이 좋았다. 처음 아파트를 사고 얼마 후 지방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단지 느낌에 의존해서 아파트 분양권을 계속 매수했다. 그러고 얼마 후부터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1채 거주 1채 분양권의 전략을 써서 2년마다 계속 이사를 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거주하는 집을 외곽에서 중심지로 옮길 수 있었고, 아파트 평수도 점차 늘려갔다.


내가 지방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던 시기는 본격적인 대세 상승의 초입이었다. 운 좋게 상승의 시기에 매수한 집들로 높은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성공의 경험이 반복되면서 나도 모르게 교만해졌다. 나는 자신만만했고, 뭔가 특별한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샀던 아파트들은 하나같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그걸 본 주변 사람들은 나를 추켜세웠다. 30대 중반에 분양권 4개를 가질 정도로 적극적인 투자를 했던 이유는 역설적으로 세상을 너무 몰라서였다. 리스크에 대한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아파트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만 가졌다. 어느 날 정권이 바뀌며 지방 부동산의 수요가 모두 서울로 옮겨간 듯했다. 끊임없이 가격이 오르는 서울과 비교해보면 지방 부동산은 냉기가 감돌았다. 부동산의 거품이 꺼진듯했다.


무리하게 투자했던 아파트의 잔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금을 날렸다. 또 다른 아파트도 잔금을 처리 못해 계약금을 날릴 뻔했지만 운 좋게 부동산에서 중간에 다른 계약자와 연결해줘서 손해는 보지 않았다. 급격한 상승의 시기만 겪었던 나는 약간의 위기에도 파산할 것 같이 휘청거렸다. 세입자 잔금 문제와 계약금 포기와 같은 많은 고난이 있었지만 겨우 파산은 면했다. 위기의 순간을 겨우 넘기고, 위기를 버티고 버티기를 반복하던 중 지방 부동산도 조금씩 훈풍이 불고 있다. 다시 조금씩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 같다. 그동안 손해 본 돈이 꽤 크지만 버티기를 하며 지켰던 물건들의 가치가 그 이상으로 올랐다.


아직 지방 부동산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시작도 되지 않았지만 내 마음과 호주머니는 조금씩 여유가 생기고 있다. 얼어붙었던 시기를 지나니 살만해진다. 위기의 순간에 내가 깨달은 것은 항상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다. 만약 예상되는 Risk를 생각하고 대비했다면 소중한 돈을 쓸데없이 날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보유한 물건을 매도 후 새로운 물건을 매수했다면 계약금도 날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상승기에 극도의 리스크를 끌어안음으로 쉽게 돈을 벌었지만 그렇게 번 돈들은 시장이 차가울 때 큰 손실로 바뀌었다. 


당분간 추가적인 부동산 매수를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시간이 지나 투자를 하더라도 리스크에 대해 정리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세운 뒤에 투자를 실행할 것이다.


운 좋은 애송이는 파산의 위기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서릿발처럼 차갑기만 할 것 같은 시장도 훈풍이 불고 조금씩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여름에 겨울이 올 것을 대비하고, 혹독한 겨울에 따뜻한 봄이 올 것을 기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의 상태가 언제까지 유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은 결국 돌고 돈다. 그런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고, 위기를 대비한다면 안정적으로 자산을 늘려 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행운에 속지마라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행운 #부동산 #투자 #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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