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아빠입니다. 첫째는 초등학생이고, 둘째는 돌이 지나 뒤뚱뒤뚱 걸어 다닙니다. 훌쩍 큰 아이들을 보며 저도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족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며 그들의 행복을 위해 지금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올해 마흔이 되어 짧지 않은 세월을 살았지만 기억 속 저편에 잊히지 않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릴 적 엄마의 발자국 소리입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저는 지하실 계단 밑에서 살았습니다. 지하실에 가게가 있어 가게에서 숙식을 해결했습니다.
엄하신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혼날 일만 가득했고, 늘 주눅 들어 있었습니다. 그런 제 하루 중 가장 편안한 시간은 바로 엄마가 일 마치고 가게로 오신 다음입니다. 장사를 하시는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미싱공장에 일 하시고 저녁 늦게 일을 마치셨습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나면 아버지는 당구장에 가거나 술을 마시러 가셨고 그때부터 가게 마칠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있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좀처럼 저희를 혼내지 않으셨고 하루 종일 아버지의 눈치를 본 저희를 위로하듯 아무 간섭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때 엄마와 함께 있던 저녁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가 일 마칠 시간이 되면 계단 밑에서 엄마 발소리를 기다렸습니다. 가게를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 중 엄마의 소리는 저에게 특별했습니다. 엄마가 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다 보니 어느새 계단을 내려오는 엄마 발자국 소리를 구별할 수 있었습니다.
독립 후 제게도 가족이 생겼습니다. 사랑하는 아내와 사랑스러운 딸, 귀여운 아들이 있어 지금 제 삶은 너무나 행복하고 완벽합니다. 언젠가부터 가끔 아이들이 현관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보니 제 차가 아파트에 들어오면 알람이 온다고 합니다. 예전에 제가 엄마 발자국 소리를 듣고 엄마를 반겼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제 차가 들어오는 소리에 저를 반겨줍니다.
시간이 흘러 어릴 때 제가 어머니를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많이 의존했는지 잘 생각나지 않지만, 엄마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며 계단 밑에 있었던 그때의 감정은 잊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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