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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Sep 18. 2020

행복을 위한 조건

카트라이더 하는 것 봐줬으면 좋겠고, 피아노 치는 것 들어줬으면 좋겠어!


초등학교 1학년 아이에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아이는 게임하고, 피아노 칠 때 제가 옆에 함께 있어준다면 행복할 거라고 합니다. 저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뭔가 특별한 이벤트가 필요할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아이는 그저 아빠가 옆에 있어주기만을 바랍니다. 아이가 커가며 제 역할이 아이 옆을 지키는 것으로 변했지만 아직 아이의 행복을 위해 제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안도합니다. 


제 행복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았습니다. 저는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는 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제 주변의 환경은 저에게 큰 만족을 주고 있습니다. 집에 오면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는 둘째는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고단한 몸을 뉘일 공간이 있고 그 공간이 아늑해서 행복합니다.


이런 행복한 삶 속에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불안함을 느낍니다. 지금의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단서가 붙습니다. 가족 중에 아픈 사람이 생기거나 갑작스러운 인명사고가 생기면 안 됩니다. 경제적인 상황이 악화되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면 이런 행복감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당연하게 영위하는 일상이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춰진 결과라는 것을 생각하니 이런 일상이 더욱 소중해집니다. 회사를 다니며 받는 월급은 취업 전의 저에게는 꿈같은 얘기였습니다. 길지 않았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불안했던 몇 년 전의 저희 부부의 모습을 생각하면 아이들이 저에게 바라는 소박한 관심은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여자 친구를 데려다주고 버스가 끊겨 4시간 동안 걸어서 집에 갔던 날에 비하면 그때의 여자 친구와 결혼 후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지금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은 얼마 전까지 제가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많은 것들을 얻었지만 이내 덤덤해지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만족과 감사의 필요성을 다시금 떠올립니다. 지금 제가 누리는 일상이 예전의 제가 간절히 바란 꿈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이런 꿈과 같은 일상을 소중하게 생각하겠습니다.


#행복 #일상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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