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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Mar 24. 2020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것

부모의 마음으로 아버지를 봤다.

삶의 변화를 가져다준 계기가 있다면 그것이 변곡점입니다. 변곡점은 어떤 사건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과의 만남일 수도 있고, 우연히 읽은 책의 한 문장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무난히 바라보는 풍경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의 변곡점은 어느 지점인가요? 그날, 그 장면을 떠올려보고 생각나는 대로 메모를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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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는 사이가 좋지 않다. 나에게 바라는 게 많으셨고 그 때문에 학창 시절 많은 마찰이 있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없다. 세심한 케어나 정성스러운 보살핌은 우리 가족에게 볼 수 없는 행위였다. 가끔 부모님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란 것 같다는 철없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아이가 태어났다. 2.7Kg의 조그마한 아기다. 아빠가 되었지만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부성애가 없는 걸까? 이 아이와 사이가 좋을 수 있을까? 혹시 이 아이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피하지는 않을까? 이제 갓 태어난 아기와의 관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아이가 웃으며 기어와 나에게 안긴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지만 아빠라고 불러준다. 나는 이 아이를 사랑한다. 아이도 나를 사랑해준다. 이제 이 아이 없이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다.


2020년, 아이가 커서 이제 초등학생이 된다. 내 목숨보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가끔 혼을 낸다. 잘못된 행동을 방치하면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될까 봐 마음 아프지만 꾸중을 할 때가 있다. 아이는 시무룩했다가 금세 다시 아빠에게 와서 안긴다.




아이를 키우며 가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아이를 보는 눈빛으로 부모님도 나를 보셨겠구나. 나를 사랑하셨모습들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나를 꾸중했던 것들만 내 기억에 남았겠구나.


어머니께서 암에 걸리셨다. 아버지는 심장혈관이 막힌 것을 종합검진에서 발견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뻔했다. 지금은 두 분 모두 수술을 하시고 약을 드시며 건강을 회복하셨다.


내가 무서워하고 피하고 싶었던 부모님은 이제 희미한 과거의 기억일 뿐이다. 지금의 부모님은 나보다 힘도 약해지셨고, 마음도 약해지셨다. 주변 지인들의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것을 보며 아버지와 싸울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기억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사랑한다고 말하라고 시킨다. 가끔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집에 찾아간다. 나에게는 관심이 없으시고 아이들만 반기신다. 하지만 다시 집에 돌아갈 때면 매번 주차장까지 나오신다. 그리고 내 차가 사라질 때까지 보고 계신다.


내년에 아버지께서 70살이 되신다. 70살 아버지 생신 때 가족 여행을 가기로 했다. 몸 건강히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아버지 #추억 #한달 #한달자기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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