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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Apr 18. 2020

크로스핏의 추억 <움직임의 힘>

숨이 가쁘다. 사람들이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염분 가득한 땀이 눈에 들어갔다. 순간 너무  따가워 눈을 뜰 수가 없다. 숨이 벅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허벅지와 팔이 타는 듯이 아프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다. 사람들이 더 크게 소리 지른다. '3, 2, 1, 끝!' 숨 쉬기 힘들어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숨을 고른다. 몇 분이 지나지 않아 정상 심박수로 돌아왔다.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몇 년 전 나는 크로스핏에 빠졌다. 다이어트를 위해 시작한 운동에 재미를 느꼈다. 처음 체력 측정을 할 때 스쿼트 몇 번 하고는 머리가 어지러웠고 구토가 나왔다. 그렇게 크로스핏을 시작했고 몇 달 후 스쿼트 200개를 쉬지 않고 해도 멀쩡한 강철 체력으로 변했다.


새로운 운동을 처음 시도할 때의 느낌이 그 운동을 많이 경험한 뒤의 느낌과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에게 운동은 습득된 즐거움이다. 어떤 활동의 즐거움은 몸과 뇌가 적응함에 따라 서서히 나타난다.


크로스핏은 짧은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전신운동이다. 그리고 헬스처럼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다. 헬스를 몇 달 동안 다녀도 사람들과 친해지지 않지만 크로스핏을 일주일만 다니면 동료들과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함께 운동하는 동료는 내가 운동을 할 때 함께 땀을 흘리거나, 운동을 수행한 횟수를 기록해준다. 그들은 나와 같은 공간에서 고통을 공유하는 사이다.


단체 운동은 동기화된 움직임의 장점을 강화하는 여러 조건을 활용한다. 가령 심박동률을 높이면 높일수록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과 더 가깝게 느끼게 된다. 음악을 추가해도 똑같은 상승효과가 있다. 계획했든 우연이든, 많은 운동 수업이 '촘촘한 군집화'현상도 이용한다. 개인 공간을 좁혀서 움직일 때 느껴지는 사회적 응집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물리적 가까움 때문에 자신과 타인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서로 냄새를 맡을 만큼 가까이 있으면 감정이 더 잘 전염된다.

움직임의 힘


크로스핏은 매일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다. WOD(Workout Of the Day)라고 하는데 '동작 별로 몇 회 반복'을 말한다. 운동이 끝나면 WOD를 수행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개인별로 칠판에 적는다.


동료들과 함께 스트레칭과 몸풀기 게임을 한다. 그렇게 적당히 땀을 흘리고 나면 코치가 음악을 크게 튼다. 이제 시작이다. 동료들은 음악을 뚫고 내 귀에 들릴 정도로 기합을 넣는다.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된다. 모든 정신과 행동을 WOD를 수행하는 것에 집중한다. 땀방울이 사방에 튀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의식이다. '우리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서 목표를 수행하라.' '나와 내 동료는 함께한다.'  


짧은 시간에 체중이 10kg 이상 빠졌다. 엄격한 식이를 하지 않았음에도 다이어트 속도가 놀라웠다. 살이 빠지는 것도 좋았지만 운동 자체가 더 재미있었다. 함께 운동하는 동료가 있어 더 의미 있었고, 같이 땀 흘리는 시간이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이사 때문에 체육관을 옮겨 운동을 계속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다시 크로스핏을 하고 싶다.


크로스핏을 생각하면 기분 좋은 흥분이 찾아온다. 심장이 터질 것 같지만 행복한 느낌과 음악을 뚫고 들려오는 동료들의 기합이 생각나서 내 가슴을 뛰게 만든다. '움직임의 힘'앉아서 읽을 수가 없었다. 크로스핏을 하면서 느꼈던 흥분이 계속 떠올라 이리저리 움직이며 책을 읽었다. 조만간 다시 운동을 시작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움직여라!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움직임이라면 뭐든 좋다. 종류나 양이나 방식은 상관없다.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움직임의힘 #독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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