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통직장인 May 01. 2020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고통스럽지만 효과적인 방법

<트라우마>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지속적인 기간(수개월에서 수년) 동안 전체주의적인 통제하에 종속된 과거력, 인질, 전쟁 포로, 강제수용소 생존자, 컬트 종교의 생존자의 예를 포함함. 또한 성생활과 가정생활의 전체주의적인 체계에 종속된 이들의 예를 포함하며, 이는 가정폭력, 아동의 신체적 혹은 성적 학대, 그리고 조직화된 성적 착취 체계의 생존자를 포함함
 <트라우마>

   


극심한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보이는 증상을 흔히 '트라우마'라고 한다. 사고 또는 전쟁, 강간, 아동 폭력과 성적학대 등을 격은 사람들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이런 극심한 고통과 공포를 겪고 난 후 생존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휩싸여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힘들 지경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피해자이지만 사회의 인식 또는 스스로의 자학적인 반응으로 종종 가해자와 같이 낙인이 찍히기도 하는데, 이런 행동이나 인식은 피해자를 더 큰 곤경에 빠뜨린다. 가해자를 처벌하는 것과 별개로 피해자의 인권과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위해 도와야 한다.


책 <트라우마>는 이렇게 극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설명과 그 고통을 겪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이런 치료와 치유의 방법은 특정 원인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을 치료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회복의 첫 번째 원칙은 생존자의 역량 강화에 있다. 생존자는 치유의 창조자이자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다른 이들은 조언을 제공하고, 지지를 전하며, 도와주고, 애정과 보살핌을 쏟을 수는 있지만, 회복 그 자체를 마련해 주지는 못한다. 생존자에게 힘을 실어 준다는 이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아무리 선하고 자비로운 시도라고 해도 곧 무너지고 말 것이다.
<트라우마>


치료의 목적은 피해자들이 현재를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침투적인 기억으로 정상적인 사회관계나 가족 간의 관계를 두려워하는 피해자가 용기를 내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이유는 외상 경험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 능력을 파괴시켰기 때문이다.


회복의 단계

첫 번째 단계에서 생존자는 안전을 확립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기억하고 애도한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일상과 다시 연결되어 간다.


회복 단계는 나선형의 경로를 따른다. 과거의 문제들은 보다 높은 수준의 통합을 요구하면서 계속해서 찾아온다. 그렇지만 성공적인 경로 안에서는 회복이 점진적으로 진행되어 가는 것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의 상태를 명명할 수 있는 진정한 이름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나아질 수 있다. 진단을 확인하면서 환자는 숙달 과정을 시작할 수 있다. 무언의 외상에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은 채,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위한 언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트라우마>


1단계: 안전 확립


외상을 겪은 피해자는 통제력을 빼앗겼기 때문에 회복을 위해서는 그들의 힘과 통제력을 회복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단계로 안전을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어떤 치료도 성공할 수 없다. 피해자는 스스로 안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적인 지원과 지지가 필요하다.


안전한 환경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환자의 심리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황에서 권력의 현실성에 주의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믿을 만한 자기 보호 능력이 확립되었다고 할지라도 외상사건을 깊이 탐색하게 되는 다음 회복단계로 진전할 수 있을 만큼 안전한 환경은 갖추지 못했을 수 있다.
<트라우마>


2단계: 기억과 애도

2-1: 기억

정서가 결여된 회상이 가져오는 효과는 아무것도 없다. 환자는 이야기 속 각 시점에서 일어났던 일만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닌 무엇을 느꼈는지도 재구성해야 한다. 정서 상태를 기술하는 것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사실을 기술하는 것만큼이나 구체적이어야 한다. 피해자는 그런 과정 속에서 초조해지거나 도망치고 싶을 수도 있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물음 너머로, 생존자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또 다른 물음에 대면한다. ‘왜 나인가?’ 운명이 지닌 임의성과 무작위성은 세상이 정의롭고 예측 가능하다는 기본 신념을 인간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외상 이야기를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 생존자는 죄책감과 책임이라는 도덕적인 문제를 검토하고, 겪지 않아도 됐을 고통을 겪어야 했다는 사실을 납득시켜 주는 신념 체계를 재구성해야 한다.
<트라우마>


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내용은 피해자의 기억과 감정에 의해 변화되었지만 이는 보다 실제적이 되고자 하는 목적에 있다. 이러한 치료의 기본 전제는 진실을 말할 때 회복의 힘이 생긴다는 믿음에 있다. 재구성된 외상 이야기는 ‘새로운 이야기’이다. 그것은 ‘더 이상 수치심과 모욕이 아니며’ 오히려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것이다. 이야기하기를 통하여 피해자들은 ‘상실했던 세계를 되찾게 된다.’


2-2: 애도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똑같이 갚아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안전한 환경에서 분노를 풀어낼 수 있다면 무력했던 분노는 점차 가장 강력하고 만족스러운 형태의 분노로 변화할 것이다. 올바른 분노, 이러한 전환으로 피해자는 가해자와 함께 나아야 하는 복수 환상으로부터 해방된다. 복수와 마찬가지로 용서 환상도 가혹한 고문이다.


역설적이게도, 가해자에게 보상을 받겠다는 희망을 버릴 때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애도가 진전하면서, 환자는 보다 사회적이고, 보편적이며, 의미를 추구하는 회복을 그려 간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삶을 지탱하는 힘을 가지고 정당한 권리를 추구할 수 있게 된다.


피해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상해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지만, 회복에 대해서는 책임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불공평한 이 사실을 수용하는 것이 곧 역량 강화의 첫걸음이 된다. 생존자는 회복을 책임지면서 회복을 완전히 장악해 간다. 파괴하지 않고 남은 힘을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최대한으로 이 힘을 사용하는 데 있다.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이 남아 있다는 아주 작은 증거도 절망으로 하강하는 환자가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이 된다.


외상은 절대로 완전하게 재구성되지 않는다. 인생의 새로운 단계마다 발생하는 새로운 갈등과 도전이 피할 틈 없이 외상을 깨울 것이며, 경험의 새로운 측면을 일깨워 줄 것이다. 그러나 환자는 자신의 역사를 재생하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새로운 희망과 힘을 느끼게 되었다.
<트라우마>



3단계: 일상과 다시 연결


피해자들의 목표는 두려움을 말살하는 데 있지 않다. 두려움과 더불어 사는 방법, 더 나아가 이를 힘과 발전의 원천으로 쓰는 방법을 배우는 데 목표가 있다. 사회적인 상황이란 과도하게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적대적이고, 미묘하게 억압적이다. 이들은 사회가 묵인하는 폭력이나 착취를 묵묵히 따를 수밖에 없었던 과거의 가정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착취에 취약해지도록 만든 생존자의 성격이나 행동을 관찰하기 전에, 범죄에 대한 책임은 가해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확립해야 한다. 생존자가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솔직하게 탐색할 수 있으려면 수치심과 가혹한 판단을 막아 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야 한다. 만약 이러한 환경이 갖추어지지 못한 곳이라면 이는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비난이 될 수 있다.
<트라우마>


자신을 학대하는 가족 사이에서 성장한 피해자들은 침묵을 지킨다는 가족의 규칙에 오랫동안 협조해 왔다. 가족의 비밀을 지키면서, 이들은 자기 몫이 아닌 짐을 짊어져야 했다. 이 회복 지점에서 피해자는 가족들에게, 침묵이라는 규칙은 비로소 깨졌다고 선언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피해자는 수치심, 죄책감,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 짐은 본디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간다. 가해자가 이 짐을 진다.


피해자가 외상 환경에 의해 형성된 자기를 인식하고 ‘놓아 버릴’ 때 스스로를 용서하는 일은 더 쉬워진다. 자신이 입은 손상이 영원하지 않다고 느끼면, 그 손상을 인정하기가 보다 쉬워진다. 삶을 다시 세우는 일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외상을 경험했던 자기의 기억을 보다 관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잔학함을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지만, 이것을 초월하는 방법은 있다. 다른 이들에게 힘으로 남겨주는 것, 외상은 생존자 임무의 원천이 되고 나서야 구원된다.




육체의 상처는 눈에 잘 보이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치유가 되거나 외과적 치료로 완화되지만, 정신적인 상처는 시간이 지난다고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시 덧나고 새로운 관계 속에 묶어둔 상처가 터지며 인생을 다시금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런 고통을 종식시키고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과정을 다시 마주해야 한다. 끔찍했던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고 그 사건을 명확하게 바라보며 객관화해야 한다. 어쩌면 죽는 것보다 더 힘들고 아픈 이런 행동은 마치 곪았던 상처를 꺼내어 고름을 짜내고 소독하고 약을 바르는 행위와 같다.



출처: 트라우마 (주디스 허먼)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트라우마 #심리테라피



매거진의 이전글 크로스핏의 추억 <움직임의 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