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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직장인 May 03. 2020

우리 집 거실 정원의 습격자

펜스를 설치하다

우리 집 거실 한 켠에 작은 정원이 있다. 화분과 작은 어항, 마리모가 살고 있는 작은 공간이다. 신혼 초부터 와이프가 조금씩 들였던 식물들이 모여 있고, 첫째 아이가 떼를 써서 키우기 시작한 금붕어도 함께 살고 있다.


아기 때부터 조심성이 많아 위험한 곳에 가지 않았던 첫째와 달리 둘째는 천방지축이다. 자기 다치는 것 생각하지 않은 채 움직이고, 잡고 서고 넘어지고 하다 보니 이제 겨우 기어 다니는 아기가 얼굴이고 몸에 멍이 가시지 않는다.


둘째가 태어나고 우리 집 작은 정원에 위기가 닥쳤다. 아기가 기어 다니면서 정원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화분들을 잡아당기니 위험하기 이를 데가 없다. 아이가 화분 쪽으로 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데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했다.


퍽!!!

잠시 한눈 판 사이에 아기가 사고를 쳤다. 아이가 천역 덕스럽고 밝게 웃고 있다. 아기 손에는 흙이 가득하고 바닥에는 화분이 엎어져있다. 다행히 화분이 깨지거나 식물이 죽지는 않았지만 아기의 안전이 걱정이다. 아기에게 하지 마라고 얘기해보지만 돌도 안된 아기라 알아들을 리 만무하다.


아기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은 환영하지만 커가면서 살림살이가 점차 망가지고 있다. 살림살이 망가지는 것도 별일 아니지만 그 때문에 아기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활발한 둘째를 위해 거실 정원에 펜스를 설치했다. 펜스를 잡고 서서 놀지만 그 때문에 아기가 위험한 곳에 가지 못한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돌발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가끔 멍들거나 다칠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이제 겨우 기어 다니는 아기인데 벌써 사고를 치는데, 걷거나 뛰게 되면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벌어질지 약간은 걱정되기도 한다. 이런 걱정을 하는 와중에도 별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주고 무엇보다 아빠를 보며 해맑게 웃어주는 아기가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철들며 아버지를 피하기만 했던 내가 아들을 낳고는 생각이 참 많았다. 내가 아버지를 불편하게 느꼈던 것처럼 내 아들도 나를 피하고 부담스러워할 것 같은 걱정도 생긴다. 아직 아기인 둘째를 보며 부질없는 걱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 오래도록 내 곁에 있을 아들에게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 거실 정원에 펜스를 친 것과 달리 아들에게 마음을 열고 아들과 좋은 관계를 쌓아 나갈 예정이다. 아기는 아빠를 사랑한다. 아빠도 아기를 사랑하며 존중하면 지금처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11개월아기 #아기 #아들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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