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서] 위로는 서툴수록 좋다

by charles
아이야, 아빠는 너의 뾰족한 시간을 아낀다. 두 번 없을 너의 사춘기를 아끼고 사랑한다.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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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이었을까, 피드에 짧게 적힌 이 문장을 보고 작가의 다른 글들이 궁금해졌고 여러 서점을 돌고 돌아 결국 이정훈 작가의 산문집을 구입하게 되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끝이 없지만, 작가의 단 두 줄 고백에는 부모와 환경에 대해 아이가 보이는 뾰족한 반응, 그리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성장통의 시간을 온전히 통과하는 자녀를 향한 아빠의 응원과 사랑이 함께 담겨 있었다. 짧지만 놀라울 만큼 함축적인 문장이었다.


지금은 절대 알 수 없을 부모의 기다림과 속앓이를, 나 역시 그랬듯 딸 또한 언젠가 자녀를 낳고서야 내리사랑으로 깨닫게 될 것이다. 그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딸과 나는 수없이 부딪히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아빠라는 역할 속에서 자녀와 더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 끊임없이 참고, 품고 노력해야 하는 몫이 있다. 그 과정에서 자녀는 자녀의 몫을, 나는 나의 몫을 감당해야 하니 아빠로서 필요한 도구는 작가가 말한 댐퍼이다.

소리를 작게 내기도 여운을 남기게도 하는 그 장치가 내게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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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상대방을 그리워하고 안부를 묻지만, 가까이 있을 때는 오히려 무관심해지거나 서로에게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이는 인간관계가 단순한 물리적 근접성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가까움이란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에 달려 있습니다. 너무 가까우면 서로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너무 멀면 소외감을 느끼게 되니까요.
이정훈.


가까움이란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에 달려 있으므로 자녀와 가까운 매일을 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댐퍼를 쥔 채 관심과 이해를 연습하고 소리를 줄여야 할 때와 끝까지 들어야 할 때를 구분하며 사랑의 거리를 조율해 간다.



간서看書 책을 소리 내어 읽지 아니하고 눈으로 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