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국민스포츠 - 아이스하키
최근 아이들과 함께 밴쿠버 커넉스(Canucks) 의 아이스하키 경기와 화이트캡스(Whitecaps)의 축구 경기를 다녀왔다. 매번 느끼지만, 아이스하키 경기는 다른 어떤 스포츠와 또 다른 박진감과 선수들의 파이팅이 느껴진다. 특히 커넉스 선수들이 경기장에 등장하는 순간, 전장에 나서는 군인들처럼 완전 무장한 보호구와 스틱을 든 모습에서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온몸으로 전율이 전해지고,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 속에서 커넉스가 밴쿠버 사람들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옆자리에 혼자 오신 할아버지는 밴쿠버에서 3시간 이상 떨어진 캠룹스라는 도시에서 저녁 경기를 보기 위해 왔다고 한다. 커넉스 선수가 골을 넣을 때마다 좌우 앞뒤의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기쁨의 하이파이브를 하느라 바빴다. 다행히도 3-2 승!!
밴쿠버는 캐나다 서부를 대표하는 도시답게 다양한 프로 스포츠 팀을 보유하고 있다. NHL의 밴쿠버 커넉스(아이스하키), 이영표, 황인범 선수가 뛰었던 MLS의 밴쿠버 화이트캡스(축구), CFL의 BC 라이온스(캐나다리그 미식축구), 그리고 지금은 미국 멤피스로 이전한 NBA의 예전, 밴쿠버 그리즐리스(농구)가 그 대표적인 팀들이다. 이들 팀은 각각 밴쿠버 시민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지만, 그중에서도 아이스하키 팀인 밴쿠버 커넉스는 단연 가장 큰 존재감을 자랑한다.
1970년 창단된 밴쿠버 커넉스는 NHL 무대에서 밴쿠버를 대표하는 팀으로, 단순한 스포츠 클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커넉스는 밴쿠버 시민들의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존재로, 매 시즌 Rogers Arena를 가득 메우는 팬들의 열기는 이를 잘 보여준다. 평균 관중 수는 18,000명 이상으로, 매년 NHL 평균 이상의 관중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직장, 술자리, 학교 등 경기장 밖의 다양한 곳에서도 항상 대화거리로 오르내리는 중요한 주제가 된다.
밴쿠버 커넉스 팀의 역사는 영광과 아쉬움이 공존한다. 1982년, 1994년, 2011년 세 차례 스탠리 컵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매번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했다. 특히, 2011년 보스턴 브루인스와의 7차전 패배는 밴쿠버 전역에 깊은 슬픔을 안겼고, 팬들은 아직도 그 아픈 기억을 잊지 못한다. 그날의 패배는 단순한 경기 결과를 넘어, 일부 팬들의 분노와 실망이 폭동으로 번지면서 도시 곳곳에 큰 충격을 주었다. 경기 종료 후, 시내 곳곳에서는 폭력 사태가 발생해 많은 상점들이 파손되고 물건이 약탈당하는 등 큰 피해가 있었으며, 이는 밴쿠버 역사에서 매우 부끄러운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좌절 속에서도 커넉스는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며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이 사건은 커넉스와 밴쿠버 시민들에게 스포츠와 팬 문화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밴쿠버 커넉스의 인기는 비즈니스 수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평균 티켓 가격은 $100~$150 수준이며, 프리미엄 좌석의 경우 $300 이상을 호가한다. 경기당 티켓 수익 외에도 머천다이징, 스폰서십, 방송권료 등을 통해 연간 2억 달러(약 2,6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는 밴쿠버 내 다른 프로 스포츠 팀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수치로, 커넉스가 밴쿠버 스포츠 산업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커넉스의 소유주인 아퀼리니 그룹(Aquilini Group)은 밴쿠버에 본사를 둔 대기업으로, 부동산, 농업, 식음료,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에 걸쳐 사업을 확장해 왔다. 특히 최근 글에서 소개된 밴쿠버 원주민 공동체와 함께 진행 중인 kʷasən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 개발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실천하고 있다. 커넉스는 아퀼리니 그룹의 대표적인 자산이자, 그룹이 지역사회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밴쿠버 커넉스는 단순한 하키 팀을 넘어, 밴쿠버라는 도시의 정체성과 시민들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하키는 캐나다의 겨울과 국민 정서를 대변하는 스포츠이자, 국경을 넘어 캐나다인의 뿌리 깊은 열정을 보여주는 상징이 되었고, 이러한 문화 속에서 가족, 연인, 퇴근 후 동료들과 함께 맥주 한잔 하며 목놓아 응원하는 자리로, 시민들이 함께 웃고 울며 유대를 다지는 중요한 장이 되었다.
비록 밴쿠버 커넉스가 아직 스탠리 컵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2025년 시즌에는 좋은 경기력으로 플레이 오프에 진출하기를 기원해 본다. 하지만 이미 커넉스는 밴쿠버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가장 빛나는 챔피언으로 자리 잡고 있다.
(Main Photo by Vancouver Canucks Official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