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 바른 아이들이 예의 바른 어른이 된다
최근 초등학생 아들의 교사 면담을 다녀왔다.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캐나다 학교 전반에서 나타나는 흐름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최근 캐나다의 많은 학교들이 학생들의 집중력 저하와 자기 조절력 약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수업 중 휴대폰을 만지거나, 종이 울리기 전에 가방을 미리 싸는 행동, 교사의 말을 끊고 질문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행동이며, 교실은 점점 더 산만해지고, 학생들 간의 작은 언쟁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실제로, 2022년, 캐나다 브록 대학교(Brock University)는 온타리오 지역의 9세에서 14세 사이 학생 308명과 초등 교사 1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팬데믹 이전(2019년)과 비교해 교실 내 무례한 행동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겠지만, 캐나다가 직면한 주요 사회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공교육의 위기다. 교사 부족 현상은 이미 수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문제였고, 이제는 학생들의 태도 변화가 교육 현장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현장의 교사들도 이를 체감하고 있다.
많은 교사들은 이러한 변화를 팬데믹 시기의 온라인 수업에서 기인한 것으로 본다. 아이들이 화면 뒤에서 마음대로 행동하는 데 익숙해졌고, 물리적 통제나 사회적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는 환경에서 형성된 습관이 그대로 교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환경의 일상화와 세대적 가치의 변화는 아이들이 점점 공동체보다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익숙해지도록 만들고 있다.
이제 교사들은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시기에 와 있다고 말한다. 배려, 기다림, 경청 같은 공동체적 덕목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일상 속에서 저절로 체득되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다. 이제는 가르쳐야 하고, 연습시켜야 하며, 사회 전체가 그 가치를 함께 지켜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정도의 상황이 되었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성과 중심, 속도 중심, 경쟁 중심의 흐름 속에서 아이들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법보다는 앞서가는 법, 이기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 결과, 배려와 경청, 존중은 점점 뒤로 밀리고, 무례함이 점점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까?
브록 대학교의 연구원인 나탈리 스파다포라(Natalie Spadafora)는 "Civil children mean civil adults.”
(예의 바른 아이들이 예의 바른 어른이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그 말은 곧, 지금의 교실이 어떤 모습이냐에 따라 미래 사회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오늘의 교실은 단지 교육의 공간이 아니라 내일의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아이들은 곧 어른이 된다. 그들이 교실에서 익힌 태도는, 곧 사회에서의 행동이 되고, 그들의 언어와 행동 방식은 우리의 미래를 형성하는 기준이 된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아이들에게 예의를 가르치는 일은, 단지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더 따뜻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아이들에게 예절과 공손함을 다시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아이들을 바로잡는 훈육뿐만 아니라 우리가 먼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 어떤 가치를 전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보고 우리 어른들의 행동부터 바로 잡는 변화일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말할 때 상대방을 존중하는 등의 단순하고 작은 실천 하나하나가 교실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의 문화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담임교사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