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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Jul 26. 2018

데이터로 보는 '탈서울' 현상  

평범한 마케터의 꿈꾸는 부동산

최근 서울특별시의 인구 유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뉴스들을 많이 봅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재건축과 재개발 이슈들도 있고, 전월세 기간 만료로 인한 이사도 있겠습니다. 나타나는 현상만 놓고 보면,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인구 유출이 일어나고 있구나'라고만 결론짓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유출되는 사람들이 어디로, 왜 가는지까지 알게 되면 아무래도 남들보다 앞선 생각을 갖게 됩니다.


오늘은 서울시 인구 유출을 놓고, 이동한다면 '어디로, 왜' 이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전세값과 매매가가 지지부진하다고는 하나, 그동안 서울의 집값이나 전세금이 많이 올라 최근 2년 간 이사를 고려한 케이스가 많을 것이라 예측되는 가운데, 그렇다고 사람들이 아무 지역이나 가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유출에 대한 현상만을 보고 넘기기에, 최근 인구 유출 트렌드는 전례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를 통해 최근 주거 트렌드부터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역이 어디인지도 알 수 있으니 좋은 공부입니다.

서울 25개 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행 중인 인구 유출

최근 2년 간 서울 25개 구의 인구 이동 그래프를 보면, 대부분의 지역이 유출 지역입니다. 강남구, 강동구, 노원구, 성북구, 양천구 순으로 유출이 일어나고 있고,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강남구와 강동구는 재건축 이슈가 있어서일 것 같은데 나머지 지역은 정확한 이유가 언론에서 크게 다뤄진 적은 없습니다.

직관적으로 서울 거주민의 대부분이 수도권으로 유입된 것 같이 보입니다.

최근 2년 간 수도권 주요 지역의 인구 이동 그래프를 만들었습니다. 대부분 인구가 유입됐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하남시, 김포시, 광주시, 용인시 순으로 유입이 많고 몇몇 지역은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단편적으로 생각해봐도, 화성시 동탄과 하남 미사지구, 김포 한강신도시 등이 머리를 스쳐간다면 일단 기본적으로 최근 이슈되고 있는 지역을 알고 계신 겁니다.


지금부터 순유출과 순유입이 일어나고 있는 상위 3개 지역의 인구 흐름을 기반으로 그 원인을 역으로 추론해보려고 합니다.


'어디서' 오고, '왜' 오는 걸까?

먼저, 경기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인구 유입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지역에서 순유출에 영향을 준 지역은 상위 지역 중에 어디일까요?


화성시

화성시는 2017년 한 해만 해도 2만 가구에 가까운 신규 입주를 받았습니다. 최근 화성시 입주를 이끈 원인은 단연 '동탄 신도시'를 꼽을 수 있습니다. 많은 부동산 전문가들이 동탄 신도시의 성공 가능성을 희박하게 봤지만, 현재까지는 '중박' 수준입니다. 다만, 2021년까지 꾸준히 신규 입주가 예정된 단지들이 많아 공급 폭탄으로 인한 '역전세'와 '마이너스 분양권'은 등장할 가능성이 꽤 있다고 봅니다.


화성시는 위 그래프에서 최근 2년 간 약 84,000여 명의 인구가 유입됐습니다. 화성시로 최근 2년 간 유입한 주민의 본 거주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 2년 가장 많은 유입 지역이었던 화성시는 서울 거주자의 인구 유출을 주도한 지역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1위: 수원시 25,702명
2위: 안산시 11,404명
3위: 용인시 11,364명
서울시 유입: 12,520명

상위 3개 시 유입률 57%

서울 25개 구 유입률 14%


수원시는 최근 들어서야 브랜드 아파트 분양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유지한 지역이지만, 그만큼 신규 주택 단지에 대한 니즈가 강렬한 곳이기도 합니다. 수원은 지하철보다는 버스 출퇴근 이용자가 많기도 한데, 어쩌면 동탄 지역이 출퇴근 방법은 비슷하더라도 신규 단지인 점이 매력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용인시도 비슷할 수 있습니다. 용인은 신분당선이 지나는 성복, 상현동 근방을 제외하면 수원시와 유사한 출퇴근 환경입니다. GTX 개통 호재에 신규 아파트 거주가 가능하고 환경까지 쾌적한 동탄이 매력적이었을 수 있습니다. 수원시와 용인시는 바로 옆 동네인 화성시로의 이주가 이해가 갈 수도 있지만, 안산시는 살짝 특이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수 거주했던 신혼부부들의 다음 행선지로 화성시가 나쁘지 않다는 판단을 했을 것 같습니다. 입지적으로 출퇴근을 고속도로를 통해 할 수 있고, GTX와 신분당선의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경적으로도 안산시에 비해서는 훨씬 쾌적하며, 이는 젊은 부부들의 생활과 신도시에서 교육열을 자녀에게 전달할 수 있죠. 한동안 입지가 중간급인 동탄 아파트들의 시세가 낮았던 것도 한 원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새롭게도, 유입 수 1위인 화성시는 서울의 탈인구로 보기에는 적절치 않은 지역같기도 합니다.


하남시

하남은 워낙 유명해졌습니다. 미사 강변지구가 생긴 이래로 꾸준한 시세 상승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인프라 개선을 통해 사람들이 꾸준히 선호하는 주거 지역으로 탈바꿈 중입니다. 예전에는 상권 인프라와 자연환경이 인구 유입의 원인이었다면, 최근에는 교통 인프라 확충이 시세를 이끄는 데 일조했습니다. 그럼 하남시는 어떤 지역의 사람들이 유입될까요? 확실히 서울에서의 유입 영향이 큰 모습입니다.


1위: 서울 강동구 17,423명
2위: 서울 송파구 9,595명
3위: 경기도 성남시 4,393명
서울시 유입: 46,252명

상위 3개 시 유입률 49%

서울 25개 구 유입률 72%


최근 2년 간 하남시에 유입된 인구 63,933명 중 위 3개 지역에서 절반 가까이 이주가 이뤄졌습니다. 하남 미사지구는 사실 서울시 전 지역 주민들이 관심 갖던 지역인데 신기합니다. 하남시에 인접한 3개의 자치구의 주민들이 대거 이사해 온 것입니다. 강동구는 재건축 이슈가 있습니다. 둔촌주공아파트 단지만 해도 10,000세대가 빠졌습니다. 고덕 주공아파트 재건축 구역만 가도 그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갔을까 궁금합니다. 많은 분들이 재건축 이슈로 근처 하남 미사지구로 건너갔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송파구도 마찬가진데, 송파구는 2년 전만 해도 강남으로 진입하기에는 어느 정도 장벽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성동/광진구나 하남 쪽으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죠. 성남시의 경우에는 재건축 이슈는 없지만, 신분당선이 지나지 않는 지역의 주민들은 15~20년 된 아파트에서 탈피하고 싶으면서 서울 직주 근접을 원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모두 추론에 기반한 의견이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납득이 갑니다.



김포시

김포시는 현재 진행형인 김포한강신도시가 있습니다. 김포한강신도시는 동탄2신도시와 함께 미분양의 무덤으로 점쳐지던 곳인데, 이 지역도 시간이 지나자 점점 인구 유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울로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아, 용인 수지구나 하남 미사지구만큼 서울 거주민에게 인기 있던 지역은 아닙니다. 그럼, 김포시의 유입은 어디서, 왜 이뤄졌을까요? 결론적으로 유입의 대세는 서울 유입 인구가 이끌었지만, 특이사항이 있네요.


1위: 서울 강서구 7,704명
2위: 인천 서구 4,609명
3위: 경기도 부천시 3,420명
서울시 유입: 24,174명

상위 3개 시 유입률 42%

서울 25개 구 유입률 64%


언급했듯 김포시의 인구 유입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강서구 인구가 유입된 것은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는데 하나는 강서구의 낡은 아파트나 빌라 거주민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강신도시로 이동했다는 점입니다. 강서구는 마곡지구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빛을 보지 못했던 주거/상권 구역입니다. 두 번째는 공항 관계자들의 유입입니다. 기존에는 공항 근처 오피스텔이나 낡은 주택에 거주했던 인구들이 이동을 했고, 첨언이지만 공덕동에 거주하다가 전세금이 너무 올라 아예 이쪽으로 이동한 사람들도 꽤 있을 겁니다. 재밌는 사실은 인천 서구와 경기도 부천시 인구의 유입인데, 이 지역 거주민들은 아무래도 신축 아파트에 대한 강렬한 욕망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포한강신도시는 서울 강남권으로의 출퇴근은 어렵지만, 중구나 종로구로 출퇴근할 경우 기존 인천 지역이나 부천시 거주민들에게는 좋은 입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로' 가고, '왜' 가는 걸까?

그럼, 서울에서 주로 인구가 유출된 방향을 추론해보겠습니다. 결론은 호재가 있는 서울 내 이동과 신규 아파트 수요가 있는 지역에서 대거 유출이 일어납니다.


강남구

강남구는 서울에서 가장 활발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투자 매물보다는 실거주자 비율도 상당하기 때문에, 어느 지역으로 어떤 이유로 이동했을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1위: 서울 송파구 6,637명
2위: 경기도 성남시 4,374명
3위: 서울 성동구 3,489명

상위 3개 시 유출률 55%


서울 강남구 거주자의 인구 이동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주를 한다면, 시세 상승이 가능한 지역으로의 이동이 강합니다. 기본적으로 20~30년 된 아파트에 살았던 주민들이 많았던 강남은 재건축 등의 이슈로 타 지역구로 이동하게 될 때, 최근 2년 간 시세가 많이 올랐던 근접 지역으로의 이동이 많았습니다. 송파구는 강남구 대비 신규 아파트도 많고 9호선 연장 개통 및 잠실역 근처 재건축 이슈 등으로 가장 호재가 많은 지역구 중 하나입니다. 상대적으로 강남구 대비 낮은 매매가로 이런 기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충분히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남시는 판교 외 구도심이라고 할 수 있는 수내동, 서현동 등 기존 분당 지역의 시세 상승이 가팔랐습니다. 분당은 기존 강남 3구 주민들이 한동안 거주하다 온 곳이기도 하여 심리적 장벽도 낮고, 시세도 올라 송파구 진입 여력이 다소 어려웠다면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성동구는 용산구와 함께 뜨거운 지역입니다. 아시다시피, 강남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고 성수 1구역부터 4구역까지 재개발이 진행된다면 큰 시세차익도 볼 수 있어 매력적인 지역으로 판단했을 것입니다.


강동구

강동구는 최근 서울시의 권역별 개발 플랜 덕분에 '강남 4구'가 된 지역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하철 9호선과 5호선 연장 개통으로 인해 덩달아 시세가 오르고 있는 지역입니다. 개인적으로 '강남 4구' 지역 중에서는 편안하고 조용하게 살기 가장 좋은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지역이 시세까지 오르고 있는 것이지요.


1위: 경기도 하남시 17,423명
2위: 경기도 남양주시 1,822명
3위: 경기도 광주시 1,582명

상위 3개 시 유출률 55%


살기 좋음에도 인구 유출이 서울에서 2번째로 높은 이유는 강남구와 마찬가지로 재건축 이슈가 큽니다. 그런데 유출된 지역을 가만히 보면, 모두 신규 대단지가 들어선 지역입니다. 하남시는 미사지구, 남양주시는 별내신도시와 다산신도시, 그리고 경기도 광주시도 고급 빌라촌과 신규 택지지구 이슈가 있습니다. 고덕 주공아파트가 현재는 고덕 래미안 등 입주가 끝난 지역도 있지만 그라시움, 아르테온, 고덕 자이 등으로 분양까지 진행된 지역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유입될 것으로 예측되는 곳이지만, 강동구 주민분들은 확실히 재건축이 완료될때까지 근처 지역으로 잠시 이동한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확실히, 강동구는 살기가 좋거든요. 신규 아파트만 들어서면 실거주자 만족도가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는 지역입니다.


노원구

우리나라 강남 개발과 함께 한 축을 담당했던 노원구 지역이 의외로 인구 유출이 많았습니다. 서울 집값이 많이 올라 상대적으로 매수가 가능한 노원구 지역의 인구 유입이 많았을 것으로 짐작했는데, 의외의 결과였죠. 노원구 거주민들은 어디로 이동했을까요?


1위: 경기도 남양주시 3,923명
2위: 경기도 구리시 3,177명
3위: 경기도 의정부시 3,162명

상위 3개 시 유출률 45%


노원구는 서울 지역에서 목동과 강남과 함께 오래된 아파트가 가장 많은 지역입니다. 브랜드 아파트가 입주하면 주변 시세에 미칠 파급력이 굉장할 곳이죠. 재건축이 완료되면 다시 돌아올 것 같은 강동구와는 달리 노원구는 정말 신규 단지 거주에 대한 욕망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습니다. 실제로 노원구의 일부 아파트보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신규 단지 매매가가 더 높은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습니다. 남양주시와 구리시에도 갈매신도시 등 신규 단지가 조성돼 살기는 편합니다. 서울 강남권으로의 진입은 노원구가 좋았던 편은 아니라서, 지하철 7호선 역세권 지역 주민들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수도권 신규 단지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두 살펴보니, 몇 가지 추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값이 비싸서'라는 이유가 크기는 하지만, 다른 요인도 점검이 필요합니다.


주거 트렌드 : 신규 아파트에 대한 니즈가 상당하다는 점이 재확인됩니다. 확실히, 입지적으로 많은 노력을 들인 단지들이 많아졌고, 아무리 아파트가 비싸도 아파트만한 자산이 없다는 인식이 반영됩니다.

교통망 선호 : 다른 입지적 요인보다도 이런 인구 이동에는 확실히 정부의 교통망 확충이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분당선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데, 용인시 수지구에 거주하는 직장인들이 30분 내외로 강남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은 당시에나 지금이나 혁신적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GTX와 같은 고속전철망 신설을 통해 물리적으로 땅이 부족한 서울을 심리적으로 확장하는 정책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이에, 고양 삼송지구와 같은 곳도 신혼부부들의 고려 단지가 되는 것이겠지요. 신분당선이나 9호선이 들어간 지역이 점차적으로 시세가 상승되고 살기 좋은 지역으로 거듭난 것을 보면, 지금 당장은 불편하지만 고속전철망이 개통 확정된 신규 택지지구에 첫 터전을 마련하는 것도 실거주와 투자 측면을 모두 고려하는 분이라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근접 이동성 : 추측이었지만, 실제로 서울에 근접한 신규 단지로 유입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특히, 조사 전 화성시는 서울분들이 꽤 많이 이동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는데 틀렸습니다. 하남 감일지구가 아무리 교통이 불편한 상황이라도 그만한 경쟁률을 보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서울 25개구에서도 지자체별 인구 수를 통해 근처 신규 단지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겠습니다.


고속전철망 확충이 활발해져도 서울 용산구나 강남구와 같은 중심 지역은 그 교통망 혜택을 함께 보기 때문에 주택 가격의 지역적 편차는 더 증가할 가능성이 큽니다. 재건축이 끝나면 이주했던 인구들이 돌아오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서울특별시'라는 물리적인 경계선 바깥으로 나서는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서울특별시'의 심리적 경계선은 교통망을 따라 지속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거주를 생각한다면, 오늘 인구의 유입과 유출 원인을 잘 따져 거주 만족도와 시세 상승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선택을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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