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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Sep 20. 2018

집값과 추석 굴비세트의 공통점

평범한 마케터의 꿈꾸는 부동산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연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해마다 명절 선물로 어떤 걸 준비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250만 원짜리 영광 법성포 굴비세트와 7,000만 원짜리 로마네 콩티가 등장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최근 주택 시장에서도 느껴지는 '베블런 효과'가 여전하구나를 실감합니다.


베블런 효과란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끊이질 않는 과시형 소비 행태를 뜻합니다. 경제 불황이 계속돼도 럭셔리 제품의 수요가 줄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명절 선물의 경우에도, 최근 몇 년간은 얇아진 우리의 지갑만큼이나 합리적인 가격대의 다양한 선물들이 선보였지만, 명절 굴비 세트나 고급 양주나 와인 등은 식지 않는 인기를 보여주는 것도 이런 심리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최근 정부에서 주택 시장을 놓고 ‘가수요’로 정의하는 일종의 ‘투기성 수요’는 한편으로는 이런 현상이 진정 ‘투기’ 여서가 아니라, 베블런 효과와 같은 심리적 부분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시세는 공급자나 수요자 모두의 입장에서도 ‘인식적으로는’ 고가 제품입니다. 절대적인 시세가 높고 낮음을 떠나, ‘아파트 = 고가 제품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시장 경제 논리에 따라 너무 비싼 제품은 수요가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을 형성해야 할 텐데요, 안타깝게도 현재까지 뜨거웠던 주택 열기가 당분간 식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이 심리적 수요를 꺾기 어려울 것같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베블런 효과는 인간의 허영심이 기반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솔직히 말하면 현재의 주택 시장에 존재하는 심리적 수요는 나름 상당한 근거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유를 몇 가지만 짚겠습니다.


베블런 효과는 실제로는 허영심에서 출발하지만,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는 나름 근거가 있는 베블런 효과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수요를 충족하기 쉽지 않은 공급

작년 8.2 대책까지만 해도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에, 세금이나 대출 등 금융 규제를 중심으로 정책을 펼쳤습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공급이 충분치 않다는 기조로 돌아섰는데요, 추석 전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과연 실제 주택 수요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공급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의문입니다. 그간 입지가 좋은 서울 및 서울권 신규 공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번복 한터라, 수요자의 기대치가 매우 높아진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서 수요 창출이 가능한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심리적으로 주택 매수에 대해 더 강한 니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는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는 서울시에서 크게 반대할 것 같고, 혐오 시설이나 차량 기지 창고 이전을 통한 신규 주택 공급 및 준주거 구역이나 상업 구역의 용적률 완화 등의 대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럴 경우 주변 주택 가격의 폭등을 또다시 야기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 입장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정책 방향성에 대한 의문

지난 8.2 대책 이후 약 1년 간 유례없는 주택 가격 폭등이 있었고, 지금에 와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책 집행의 목적이 주택 가격을 잡는 것이 아니라, 증세였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생기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보유세 강화를 골자로 한 증세 정책이 거론됨에 따라 이 주장이 힘을 싣고 있기도 합니다. 여기에 임대사업자 제도도 손을 대며, 오히려 정책이 변경되기 전 먼저 손을 쓴 주택 매수자들이 득을 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정부가 여러 방면에서 살기도 팔기도 어렵게 만드는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주택을 매수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와 미디어에서 현재 부동산 정책으로는 집값 상승을 막기 어렵고, 매물이 줄어든다고 공언하는 상황에서 일반 수요자는 점점 더 마음이 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전한 실수요자들의 주택 매수세

최근 한 신혼부부가 아파트 매수 문제를 놓고 남긴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남들보다 뒤처져 버린 것 같다.” 아마, 현재 아파트 실수요자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라고 느낄 만큼 절실했습니다.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조정받는 지역과 아닌 지역으로 나뉠 것이니, 조정 후 매수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며 상담을 끝냈는데 결국 조정 후에도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여러 미디어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지금 주택을 매수하고자 하는 수요는 실수요자가 많아졌습니다. ‘더 늦기 전에’, ‘서울이 더 좋아지기 전에’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를 매수하고 싶은 인식이 강할수록 수요는 줄지 않겠죠.



현재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높아진 편’이라는 점은 동의합니다. 조정도 받겠죠. 다만, 이전에도 언급했듯 수요자가 입지적으로 선호하는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아파트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는 점, 수요 분산을 위한 광역 교통망 구축에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 이로 인해 신규 주택(대장주) 모멘텀으로 인한 주변 주택 시세 상승 등은 장기적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 추가적으로 발표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부디 실효성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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