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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리오빠 Dec 06. 2018

부동산 시장에 작용하는 심리 게임이 중요한 이유

평범한 마케터의 꿈꾸는 부동산

2002년의 대니얼 카너먼, 2009년의 엘리너 오스트롬, 2013년의 로버트 실러, 그리고 2017년 리처드 세일러. 눈치 빠른 분들이라면 아셨겠지만 이 분들은 행동경제학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공헌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분들입니다.


최근에 더욱 주목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기 때문에 최대한 스마트한 결정을 내린다'는 전통 경제학에 대항해, 인간 행동의 내적 요인들을 경제학의 연구로 가져왔습니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주관이나 경험에 기반해 충동적인 결정을 하기도 하며, 집단적 유사성에 영향받아 행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과신(過信)과 편향에 빠져 자신이 보는 대로 혹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결정하는 존재’로 규정합니다.


최근 몇 년 부동산 시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현상들은 행동경제학에서 주장한 것들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데요, 한번 살펴볼까요?


지난 3년간 부동산 시장 상승기,
새로운 준거 기준이 남긴 지속적 잠재 수요

사람들은 주변 환경에 의해 준거점(Reference Point)을 만든 뒤, 그 준거점에 기반해 상대적인 관점에서 자신이나 자신의 효용을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을 매수해 자산이 상승한 사람이 많아지고 신축 아파트에 입주해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분들의 상황이 타인에게는 새로운 준거점이 됐습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매수에 실패한 사람들은 압박을 느끼며 매수자와 함께 편승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주택 매수가 불가능한 분들은 박탈감까지 느끼게 되죠. 


자가보유율이 50% 내외인 서울의 경우, 세입자로 계신 분들은 새로운 준거점이 작용해 향후에도 심리적인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울 내 우수한 입지의 주택 공급이 제한적이라면, 이분들은 집값 하방 압력을 지지해 주는 잠재 수요층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2018년 부동산 시장 혼란기,
소유 효과와 손실 회피 성향 공존

내가 소유하면 타인이 소유할 때보다 더 큰 가치가 있고, 쉽게 되팔기 싫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른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인데요, 부동산 열풍이 온 이유는 저금리 기조 등 제도적 부분의 영향보다는 시세 차익에 대한 믿음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시 되팔 때 쉽게 웃돈을 얹습니다. 부동산 열풍기는 어느 순간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돌변합니다. 올해는 이런 소유 효과가 매우 강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종 규제에도 쉽게 시세가 잡히지 않았죠.


그럼에도 주택 소유자 중 몇몇은 조정기를 우려해 미리 매물을 내놓기도 합니다. 하지만 급매물이 등장해도 매수자가 속속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손실 회피 성향에서 기인하는데, 매수 희망자 입장에서 매수 후 상승할 수도 있지만 집값 하락 가능성에 더 배팅하기 때문이겠죠. 1억 원의 시세 차익보다 1억 원 하락에 대한 우려가 매수 여력을 낮추고 있습니다.



2019년 부동산 조정기,
휴리스틱과 현상유지 편향이 이끌 가능성

전통적인 경제학적 관점과 다르게 행동경제학에서는 대부분 과거의 경험과 기억에 의존해 의사결정을 하고 미래까지 예측한다고 합니다. 주택 시장은 애초에 금융자산 투자에 소극적인 한국인에게 이해관계가 큰 대상입니다. 여기에 최근 상승기를 겪으며 생간 학습 효과로 부동산 시장을 다양하게 바라봤던 수많은 관점들이 한두 가지로 수렴할 수밖에 없는 틀(frame) 울 만들었습니다. 2012년 부동산 시장 침체기와 지금이 다른 결정적인 부분이 무엇일까요? 2012년의 주택 매수는 ‘미친 짓’이었지만 지금은 인식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최근 만족스러운 주택을 매수한 분들은 소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현상유지 편향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 말해, 부동산 상승기에 성공적인 매수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 평안한 행복을 만끽하고 싶고, 이 기분을 쭉 느끼고 싶은 것이죠. 인기 지역의 대장주나 신규 물량을 잡았다면 시세 상승을 기대하며 하락은 신경도 쓰고 싶지 않을 겁니다. 당연히 당분간 ‘어깨’ 가격에 팔 생각이 없습니다. 2019년부터 부과가 시작될 종합부동산세가 충격으로 전해진다면 변수가 될 수는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2019년에도 인기 지역이나 신규 주택에 대한 잠재 주택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는 점, 간간히 공급되는 신규 물량이 형성하는 신고가 시세를 통해 가격 하방 압력을 견딜 것이라는 점, 주택은 안정적이며 수익이 좋은 투자처라는 인식 등이 주택 가격을 쉽게 내리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언론과 정부가 꾸준히 집값 조정에 대한 메시지를 보낼 경우, 주택 매수 희망자도 손실 회피 성향으로 어깨 가격으로 나온 주택을 쉽게 매수하지 못하는 상황이 동시에 벌어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상당 기간 부동산 시장은 많은 전문가분들이 예측하셨듯 저 역시 현상 유지를 기본으로 우상향이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모멘텀은 물리적으로는 재건축 등을 통해 공급되는 신규 주택과 3기 신도시, 교통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겠죠. 이런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심리를 좀 더 헤아려본다면 조정기든 침체기든 앞으로 다가올 현상에 대해 적어도 남들보다 빠른 대처가 가능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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