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7일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다. 체면이고 나발이고 소리도 버럭 지르고 싶고 시정잡배보다 더 험한 욕도 뱉고 싶을 때가 있다. 멱살잡이도 불사할 만큼 살의가 등등해지기도 한다. 그런데도 꾹 참는다. 참지 않으면 지탄받기 때문이다. 여과 없이 감정을 다 드러내는 사람은 본인의 감정도 다스릴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혹평을 듣기 일쑤다. 반면에 화가 났는지, 슬픈지 혹은 기쁜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나 같은 장삼이사 같으면 발끈하고도 남을 일에 대해서도 태연하다. 오히려 흥분한 주변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까지 한다. 이런 사람들은 고요한 감정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성인군자에 비유된다. 그리고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한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이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비아냥이나 똥 시비를 웃어넘기면 말 그대로 바보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고약한 성미를 타고나서 무례를 견디는 사람에게 더욱 비열하게 군다. 무례에 대한 담대한 용서를 더 큰 무례를 범해도 된다는 용인쯤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마냥 참고 넘기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말하려다 보니 말이 우왕좌왕했다.
나는 갈등이 싫어서 어지간하면 감정을 내비치지 않는다. 싸움에 휘말리는 것이 싫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싫다. 불편한 대화가 싫어서 비신사적인 대우도 무시로 웃어넘긴다. 그러다 보니 살면서 바보 취급 많이 당했다. 지금도 어떤 사람들은 나를 바보로 안다. 그들의 무례와 반칙은 그래서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갈등을 끝까지 회피하는 편이다. 이 미련하고 게으른 자세 때문에 살면서 손해를 봤다. 네가 나처럼 마냥 참는 사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현명하게 갈등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떤 무례도 겪지 않고 어떤 반칙도 당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와 네 엄마와도 자주 다퉜으면 좋겠다. 서운함을 담아 두지 않고 자주 덜어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은 잘 싸우고 잘 화해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