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반격

2021년 9월 28일

by Charlie Sung

국어사전에서는 편견을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으로 정의한다. 말하자면 편견은 안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누구나 편견을 갖는다. 살면서 자기 편견의 일부라도 교정할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만큼 편견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마음먹는다고 당장 편견과 결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겉모습에 대해 지독한 편견을 가진 편이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대학 국문과를 졸업한 국어 선생님이었다. 진한 고동색 계열의 개량 한복 몇 벌에 손에는 항상 대나무로 만든 지휘봉을 들고 다니셨다. 선생님의 교직 생활만큼이나 긴 세월의 흔적을 지휘봉은 근엄하게 과시했다. 고동색 개량 한복과 번들거리는 대나무 지휘봉은 나에게 고리타분함이나 고지식함과 같은 말이었다. 나는 선생님과 친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선생님은 매일 아침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녹음된 명상 음악을 틀고 교탁 위에 양반 자세로 앉았다. 그리고 말했다. ‘우주의 가장 맑은 기운이 당신의 정수리를 타고 온몸으로 퍼집니다.’ 나는 매일 아침 우주에서 가장 맑은 기운을 내 몸에 담는 경험을 했다. 또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시험에 출제될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고 인간의 삶, 문학의 역할, 철학 그리고 현실의 정치를 이야기했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내 마음에 꼭 들었다. 그 이야기들은 어딘지 모르게 신선했고 또 가슴 뛰게 했다. 고동색 개량 한복에 번들거리는 대나무 지휘봉을 든 선생님을 그렇게 좋아하게 됐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선생님은 대학에 다닐 때 군부 독재의 민중 탄압에 분연히 맞선 경험이 있다고 했다. 용기는커녕 도둑고양이 한 마리도 쫓을 기력도 없어 보이던 선생님이었다. 가끔 선생님이 생각난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알려 주신 분이다. 너도 자연스럽게 편견을 갖게 될 텐데 그 편견이 깨질 때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다 틀리고 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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