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26일
거의 한 달째 너에게 보내는 편지 쓰기에 몰입하고 있다. 너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그리고 꼭 글로 전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골라내느라 고민이 많다. 글은 쉽게 써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내 아이인 너에게 쓰는 글은 더욱 그렇다. 나중에 찾아봤을 때 우세스러운 글이 되지 않을까 매 문장을 쓸 때마다 노심초사다. 써 놓은 글을 보고 또 보고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적절히 잘 사는 법에 대한 나 나름의 노하우를 전수하고자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내가 오히려 세상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너에게 보내는 편지는 그래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가 된다. 네 엄마도 좋아하니 사실은 누이도 좋고 매부도 좋고 네 엄마도 좋고 가 된다. 새 생명이 가정에 가져오는 긍정적인 변화는 익히 들은 바 있지만 세상에 오기 전 이미 너는 우리 가정에 기쁨을 주고 있다. 너는 벌써 효자다. 네가 세상에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가 네 외할아버지께 철딱서니 없다고 혼이 났다. 엄마 뱃속에서 건강하게 다 자라고 때에 맞춰서 와라. 빨리 오면 안 된다.
회사 일에 또 회사 사람에 많이 치인다. 일도 싫고 사람도 싫어질까 봐 무척 겁이 난다. 매번 상급자 비위에 맞게 보고 문서를 쓰느라 글을 쓰는 일에도 염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받아쓰기는 스스로를 매우 작게 만드는 일이다. 물론 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내 의지와 개성이 반영되지 않는 글을 쓰는 것은 정말이지 힘 빠지는 일이다. 이 편지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 수고로움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퇴근하면 몸과 마음이 곤죽이 되기 때문이다. 키보드는 꼴도 보기 싫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편지를 마무리할 때가 되어 돌아보니 2021년의 9월은 두근거림으로 꽉 찬 한 달이었다. 몰입의 기쁨을 다시 알게 되었다. 아빠 되는 것의 환희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엄마 배에 대고 네게 고맙다고 말할게. 백번 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