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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보라 Jul 20. 2021

하늘이 다했다.

지난 주말권 화창한 날씨의 연속이었다.

중간에 정신 쏙 빼놓을 소나기가 한 번씩 다녀가긴 했지만, 그래도 이내 다시 화창한 날씨로 변신했다.


얼마 전 아침 라디오에서 어느 청취자는 요즘 새벽 5시에 하늘이 너무 예뻐서 하늘 감상하는 낙으로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고 했다.

그 사연을 듣고 나 역시 맞장구쳤다.

'맞아. 요즘 덥긴 하지만 하늘 정말 예쁘지.'


토요일 아침.

며칠 전부터 구매할 제품이 있어서 치즈군과 미리 약속을 했기에 일찍 일어나 쇼핑몰로 향했다.

사람들 피해 부지런히 움직여 구입 목록대로 쇼핑을 다 끝낸 후 우리는 여유롭게 쇼핑몰을 빠져나왔다.

아침 일찍 나올 때 보았던 하늘도 좋았는데 해야 할 쇼핑까지 모두 끝내 홀가분한 마음으로 바라본 하늘은 정말 예술이다 싶을 정도로 파랗고 예뻤다.


차 안에서 본 하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나는 계속 감탄했다.

"와.. 하늘이 다했다. 오늘 정말 예술이다."


그러자 치즈군도 기분이 좋았는지 갑자기 내게 말했다.

"곧장 집으로 갈까. 아니면 드라이브 좀 할까?"

난 창문을 바라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자기 좋을 대로 해. 난 뭐든 괜찮아."


그리고 이내 우리는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다.

남들은 여유롭게 이제 집에서 나설 시간이라 그런지 우리의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도로 역시 한산하니 좋았다.

하지만 일찍 일어난 탓에 난 졸음이 쏟아졌고, 내심 집으로 가자고 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 속 졸음을 겨우겨우 참아내고 있었다.


그러다 도착한 곳은 파주 평화누리공원이었다.

오랜만에 방문한 것인지 곤돌라도 생기고 전보다 세련 되게 변한 공원의 모습을 보며 쏟아지던 잠이 확 깼다.


주차장에서 내려 공원으로 가는 길 뜨거운 햇빛을 피해 우산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많지 않았고, 일찍 와서 돗자리를 펼친 사람들은 한없이 편안해 보였다.


어느 커플은 나무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둘만의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길래 쓱 지나치며 보게 되었다.

그런데 둘이 화투를 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공원에서 화투가 이상할 법도 했지만, 꽤 괜찮은 아이디어 같았다. 나도 보드게임 챙겨 나올 걸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산책길에 불어주는 바람은 후덥지근하고 땀이 마스크 사이로 송골송골 맺히다 못해 주르륵 흐르지만 그래도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풍경을 감상하기엔 감수할 정도의 더위였다.

후덥지근한 바람도 나무 그늘 아래서는 서늘하게 체감 온도가 쓱 내려가니 그 또한 좋았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산책을 멈추고 나무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았다.

앉아서 찬찬히 옆을 둘러보니 전에 못 보았던 풍경이 보였다.


파주 평화누리 공원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서.


하늘은 파랗게 너무 예뻤고, 간간이 습하지 않은 바람이 살살 불어왔다.

초록 초록 나무 풀들은 제자리에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는 모습도 대견해 보였다.

맴맴 우렁차게 우는 매미 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와 형형 색색의 나비들이 노니는 모습도 좋았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에 앉아 평온한 이곳의 모습을 내 눈에 담고 사진으로 남기며, 지금 시간이 멈추었으면 할 정도였다.


공원 앞쪽은 멋진 예술 작품들과 알록달록한 바람개비들로 시선을 확 뺏었지만 사진 찍는 사람들의 어수선함으로 온전히 편안한 마음을 받지는 못했었다.

공원 뒤쪽이야말로 인적 드물고 자연이 함께 숨 쉬고 있는 정말 평화로운 모습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곳을 다녀간 횟수도 꽤 많았는데 그동안 난 공원의 앞모습만 휙 둘러봤던 모양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갑자기 경로 변경을 해준 치즈군에게 새삼 고마웠다.

그리고, 하늘이 다해준 날씨에 내가 한건 그곳에 있을 뿐이었지만, 이 찰나의 순간이 내가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호사스러운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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