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공공재가 되다
출산을 앞두고, 먼저 아이를 낳은 친구들에게 출산이 어땠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모두가 말을 아끼는 듯했다. 마치 알고 있지만 굳이 말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같았다. 나는 생각했다. “나라면 남자들이 군대 이야기 하듯 생생하게 말할 텐데.”
그런데 출산을 직접 겪고 나니 그 침묵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출산이라는 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출산은 복잡하고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 말로 온전히 전하기 어려운 경험이었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출산 어땠어?”라고 묻는다면, 나는 거두절미하고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출산? 그냥 내 몸이 공공재가 되면 돼"
출산은 여러 의료 절차로 시작된다. 자연분만을 위해 관장을 하고, 링거 줄이 주렁주렁 매달린 채로 무통주사를 위한 관을 등에 꽂는다. 중간중간 간호사는 손을 질 안 깊숙이 넣어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는지 확인한다. 제왕절개를 앞두고는 수술대 위에서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하반신 마취를 받고, 소변줄을 꽂는다. 그리고 나 혼자 누워 있는 그 공간에 여러 명의 의료진이 나를 지켜본다. 이 모든 과정에는 타인에게 내 몸을 내어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료진들은 나를 진료하고 수술하고 도와주지만, 그 순간의 나는 분명히 느낀다. 내 몸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노팬티라니
출산 과정 중 가장 낯설었던 건 이거였다. 유도분만을 하러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입원복으로 갈아입고, 속옷을 모두 벗으라는 말을 들었다. 출산을 경험한 지인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처음부터 노팬티일 줄은 정말 몰랐다. 패드를 깐 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고, 출산 후에는 피로 젖은 패드 위에 속옷 없이 누워 있는 것이 어찌나 낯설고 불편하던지. 아무도 이런 디테일은 알려주지 않았다.
관장을 하고, 내진을 받으며, 피 묻은 패드를 갈아주고, 소변통을 비우는 일부터, 모유수유를 돕기 위해 젖꼭지를 아이에게 물려주고, 젖몸살 완화를 위한 가슴마사지까지. 모든 과정이 처음 보는 의료진과 전문가들의 손에 맡겨진다. 그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겠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태어나서 내 몸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누군가가 만져본 적이 있었나?”
부끄러움을 내려놓다
“아줌마가 되면 낯짝이 두꺼워진다.”, “엄마가 되면 부끄러움을 모른다.” 출산을 겪기 전에는 이 말들이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출산은 내가 부끄럽고 민망하게 여겼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목욕탕도 잘 가지 않고, 누군가에게 몸을 맡기는 걸 유난히 불편해하던 나였는데… 지금은 다르다. 이젠 조금 덜 부끄럽고, 조금 더 단단해졌다.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육아라는 새로운 여정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나 자신을 지켜내는 내가 되길 바라며.
낯설지만 따뜻한 하루들.
엄마가 된 후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씁니다.
육아와 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엄마가 된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