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AT
SLEEP
POOP
조리원에서 나오고 본격적으로 집에서 육아를 시작했다. 초보 엄마인 나는 조리원에서 집에 가는 날, 물티슈와 기저귀가 없다는 걸 깨닫고 급히 사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먹고 자고 싸기" 우리에게는 매우 단순하고 쉬운 일이지만, 신생아에게는 전부이자 누군가가 도와줘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이제 막 부모가 된 나와 남편이었다. 유튜브와 맘카페가 나의 선생님이 되어주었고, 우리는 만반의 준비도 없이 그냥, 일단 육아전선에 뛰어들었다.
내 머릿속의 지우개
집에 오고 첫 2주 동안 어떻게 보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산후관리사님이 오셔서 도와주신 덕분에 그나마 밥 몇 숟갈이라도 먹을 수 있었고, 하루에 2~3시간이라도 잘 수 있었다. 우연히 본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마치 좀비 같았다.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 충혈된 눈, 분유로 얼룩진 옷, 떡진 머리. 이대로 좀비 영화에 출현해도 손색이 없었다. 그렇게 수면부족으로 비몽사몽 한 상태로 2주를 보냈다.
날 위해 한 일
신생아답게 우리 아기는 말 그대로 시도 때도 없이 울었다. 그 시기에 내가 나를 지키기 위해 한 일은 우리 아기에게 해주던 것과 똑같이 먹고 자고 싸는 것이었다. 식욕이 없었지만 살기 위해 먹었고 틈만 나면 1분이라도 자려고 애쎴다. 육아를 하면서 "똥 쌀 틈도 없다"는 말을 몸소 체험했고, 하루에 한 번은 화장실에 가자고 다짐했다. 정말이지, 인간에게 필요한 가장 원초적인 기본에 충실한 삶이었다.
그 시기에 내가 날 위해 했던 또 다른 행동은 바로 '분리수거하기'였다. 신생아를 키우는 내게는 유일한 외출이기도 했다. 그 5분 남짓한 시간 동안 나는 일부러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고, 피부로 더운 공기를 느꼈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 짧은 5분은 모든 시간을 빨아들이는 육아라는 블랙홀 속에서 잠깐 현실로 돌아온 듯한 느낌이었다. 모든 게 멈춰 있는 것 같던 내 시간 속에서 세상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는 걸 조용히 일깨워주는 순간이었다.
낯설지만 따뜻한 하루들.
엄마가 된 후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씁니다.
육아와 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엄마가 된 '나'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