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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언 Jun 28. 2019

6월 27일의 추억

누군가에겐 소중한 그날

매년 6월 27일에 신랑과 나는 데이트를 한다.

자그마치 17년 동안.

그렇다. 우리는 그 뜨거웠던 여름, 2002년 월드컵 커플이다. 무더위가 막 시작할 때거나, 장마의 한 복판이거나, 해가 가장 긴 하지인 6월 27일.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하루가 지나가지만 누구에게나 특별한 날 하루쯤은 있다. 우리에겐 오늘이 딱 그날이다.


2002년에 만났으니, 한국-일본 월드컵부터 작년 브라질 월드컵까지 5번의 월드컵을 함께 봤다. 그동안의 추억 중에 작년 브라질 월드컵이 있었던 6월 27일은 특별했다. 바로 세계가 놀란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있었던 날이기 때문이다. 환호성과 함께 손흥민의 단독 질주는 짜릿하기 그지없었다.

사실 나도 이 경기가 6월 27일이었는지 잊고 살았다. 그런데 오늘 한 축구 기자가 정리한 기사를 우연히 발견하고는 6월 27일에 대한 추억이 떠오른 것이다. 꼭 익숙한 모임에서 같은 생일자를 만난 느낌이랄까.


당신이 기억하는 특별한 날은 언제인가?

아마 누구든 기억에 남는 하루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특별한 날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으니까. 나에게 6월 27일이 특별한 이유는 우리가 처음 서로를 알아보기 시작한 날이기 때문이다. 과 선배로 익히 알고 있고 여차하면 집에 바래다주던 완전 편한 선배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날. 그러니까 그를 알게 된 무수히 많은 날 중에 내가 6월 27일을 선택한 것이다.

각자의 생일도 중요하고 부모님의 생일이나 기일도 중요하고, 우리의 결혼기념일과 아이들의 생일도 무척 중요한 날이긴 하다. 하지만 내가 굳이 의미를 부여해서 이 날을 특별한 날로 꼽는 이유는 생각의 전환점이자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다 결혼을 한다. 어떤 날을 기념일로 정하든 커플마다 다르지만 그게 어떤 날이더라도 일 년에 하루쯤은 둘 만의 생일처럼 특별한 하루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긴 연애와 더 긴 결혼생활 중에도 여전히 사이좋게 잘 지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오늘 같은 특별한 날을 만들어 서로 축하하며 하루하루 더 충실하게 살아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6월 27일.

누군가에겐 아무 날도 아닌 오늘이 나에게 특별한 건 내가 의미를 만들고 이름을 붙여 만든, 오늘에 선사한 선물이기 때문이다.



축하해주시고자 하는 마음 미리 받겠습니다~

저 사진은 뜨거웠던 그때 2002년의 저희입니다. 6월 27일은 아니지만 안정환 선수가 골을 넣어 시청이 발칵 뒤집혔던 그때 그날이랍니다. 행복이 별건가요, 이렇게 추억할 거리가 있고 함께 추억할 사람이 있으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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