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난 이유는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모든 걸 혼자 해결하며 살아보고 싶어서였지 어딘가를 가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를 떠날 시간이 다가올수록 막막해져 갔다. 더 이상의 계획은 없었기 때문이다.
추운 걸 싫어하는 나는 남미와 인도 등 따뜻한 나라들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주를 떠나 하와이를 잠깐 들린 후 캐나다로 향했다.
내가 캐나다를 간 이유는 호주에서 만난 룸메이트 때문이었다. 만약 그 친구가 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하지 않았더라면 캐나다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스터언은 호주에 남아있지만 Vitoria에 가면 자기 부모님과 함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처음에는 빈말인 줄 알고 한국에 오면 우리 부모님에게 연락을 하라고 맞받아쳤었다. 그런데 빈말이 아니었다. 며칠 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며 스투언의 아버지에게 메일이 왔다.
내가 알던 캐나다는 밴쿠버와 토론토가 전부였다. 그런데 지도상에서 Vitoria는 Vancouber와 가까워 일단 표값이 싼 밴쿠버를 향했다.
처음 호주에 갈 때 내 목적지는 brisbane이었지만 저가 항공인 Airasia는 Brisbane과 1시간 거리인 Goldcoast만 운행했기 때문에 항공료를 아끼기 위해 Goldcoast에서 내려 Brisbane으로 히치하이킹을 해서 간 적이 있었다.
그리고 호주에서와 마찬가지로 밴쿠버에 도착하면 빅토리아로 히치하이킹으로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밴쿠버를 가는 도중 비행기에서 알았게 됐다. 빅토리아는 밴쿠퍼 옆에 있는 밴쿠버 섬이라는 곳에 있는 도시 이름이라는 것을.
비행기표를 살 때는 지도를 자세히 보지 않아 섬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다.
눈앞이 캄캄했다. 당연히 벰쿠버섬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 혹시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게 아닌가 그리고 비행기표를 미리 사놓지 않아 푯값이 터무늬 없이 비싼 게 아닌가 등 인터넷이 없는 비행기 안에서 혼자 오만가지 생각을 했다.
그렇게 답 없이 밴쿠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밴쿠버 도심까지 가는 지하철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반 지하철보다 비쌌고 호주에 도착한 첫날을 생각하며 공항입구에서 "CBD"(Central Business District) 가 쓰여있는 종이와 함께 당당히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 한 대가 내 앞에 섰다. 경찰차다. 캐나다에서 히치하이킹을 불법이란다. 난 그것도 모르고 혹시 경찰서 앞에서 하면 조금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해서 경찰서 앞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렇게 캐나다에 도착해 아무것도 못해보고 10달러를 썼다. 그리고 빅토리아로 향하는 비행기를 찾아보니 100달러가 넘었다. 가고 싶지 않았다. 문제는 친구 부모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용기를 내서 친구 아빠에게 빅토리아에 가지 않겠다고 메일을 보려고 보니 밴쿠버에 잘 보착했냐고 내 안부를 묻는 메일이 친구 아빠에게 와있었다. 거기에 대고 비행기 값이 비싸 빅토리아에 가기 싫어졌다고 이야기할 수 없었다. 그런데 다음 메일에는 배를 타고 오면 자기 부인이 부두에서 기다리고 있테니 도착시간을 알려달라는 내용이 쓰여있었다.
맞다! 배!
빅토리아가 섬이라는 사실에 너무 당황을 해 배라는 교통수단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다행히 배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하나도 어려울 게 없는걸 혼자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을 떠나면서부터 내 계획대로 된 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모든 게 예상외로 잘 풀렸다. 하지만 빅토리아로 이동하는 배 안에서 내가 가는 목적지가 섬인지 육지 인지도 모른 나를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밴쿠버 섬에 도착하니 샬린(친구 엄마)은 차위에 카약을 싣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혹시 못 찾을까 봐 눈에 띄는걸 메달 고왔단다. 차를 타고 2시간을 이동해서야 친구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집은 내가 캐나다 집은 이럴 거라고 상상했던, 마당이 있는 통나무로 만든 2층 집이었다. 빅토리아 자체도 작은 도시인데 그 집은 빅토리아 시내에서 차로 30분이 떨어져 있었다. 사람보다 사슴이 더 많이 살고 있는 동네였다.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 좋아 들에 열리는 사과도 자기 양껏 만 따가 언제든지 사과, 배는 공짜로 따먹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집에서 10분만 걸어나가면 바다가 보이는데 바다에는 사람보다 물개가 더 많았다. 야생 물개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문제는 마지막 버스는 7시에 끊기고 버스로 빅토리아 도심까지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