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습작

빅토리아에 있는 캐나다 아빠

by 채리

집에 월리(친구 아빠)는 없었다.


스코틀랜드에 위스키 여행을 갔단다. 인터넷을 못하는 샬린을 대신해서 나에게 연락을 했던 것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도착한 다음날 샬린은 손님인 나를 두고 자기 친구들과 일주일간 카약 여행을 떠났다.

그렇게 1주일간 주인 없는 남의 집에 혼자 남게 됐다. 샬린은 안전한 동네이니 어디 나갈 일 있으면 문을 잠글 필요가 없다며 열쇠도 주지 않고 떠났다.


월리는 위스키 뿐만 아니라 와인도 좋아한다.



나를 아무렇지 않게 초대할 대부 터 이 사람들이 정말 쿨 하단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카약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샬린은 1주일 동안 내가 먹을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먼저 먹어야 하는 순서를 알려주며 내가 모든 음식을 다 먹을 때쯤 돌아온다고 이야기한 후 정말로 나를 두고 떠나버렸다.

사실 내가 밥을 많이 먹어서 샬린이 해놓고 간 음식은 일주일이 지나기 훨씬 전에 바닥이 나버려 샬린이 돌아올 때까지 주방에 있는 통조림 음식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통조림 음식이 지겨워질 때쯤 샬린이 돌아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월리도 돌아왔다.


11057520_781152008679353_6724582606601784504_o.jpg 나도 이렇게 늙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월리는 나에게 캐나다에서의 계획을 물었다.

남의 집에 벌써 일주일이나 있었고 이젠 얼굴도 봤으니 곧 밴쿠버로 돌아갈 거라고 이야기하니 월리는 오기 힘든 곳에 왔으니 3개월 정도 자기 집에서 지냈으면 좋겠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캐나다 문화를 배우는 데에는 캐나다인들과 함께 사는 것이 최고란다. 난 항상 돈보다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캐나다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는 캐나다인들과 함께 사는 게 최고라는 월리의 말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아무리 남는 방에서 사는 거라고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 집에서 오랜 기간 동안 공짜로 살며 3끼 밥까지 얻어먹는다는 건 낯 두꺼운 나에게 그리 마음이 편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캐나다에선 출가할 나이가 지나면 자식에게도 방값을 받는다는 걸 들은 적이 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방값을 내고 싶다고 이야기하니 월리는 나같이 아직 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 성인에게는 돈을 안 받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에게 제안했다. 내가 자기와 함께 살며 밥값과 방값을 아낄 수 있으니 그 돈으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나는 기부라도 해야 하나 생각했는데 월리는 나에게 영어를 조금 더 배울 것을 제안했다. 그 대신 영어공부가 주가 아닌 부, 그러니깐 혹시 내가 캐나다에서 하고 싶은 것이 있거나 자기와 할 일이 있으면 학원을 가지 말고 하고 싶은걸 하고 학원은 할 게 없을 때 가란다.

만약에 집이 학원과 멀어서 불편하면 집에 있는 자전거를 써도 되고 차를 가지고 나가도 된단다. 그리고 혹시 술을 마시고 늦을 것 같으면 직접 데리러 와주겠다고 했다.


나에게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 물으면 난 고민 없이 월리라고 대답한다.

물론 아버지도 존경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전형적인 한국의 아버지시다. 그런데 말 그대로 아버지는 아버지고 엄밀히 따지면 월리는 나에게 남이다. 월리가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나를 받아준 이유는 호주에서 2주간 내 룸메이트였던 스투언이 단지 나를 'good guy'라고 평가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스투언은 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다고 믿는다고 한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아버지는 통화를 할 때마다 자기 대신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전해 달라고 했다.

답변으로 월리는 미래에 내가 월리에게 받은 호의를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주다 보면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월리의 바람대로 그동안 내 가족, 친구만을 생각하던 아버지를 바꿔 놓았다.


하루는 아버지가 북한산에 갔는데 혼자 여행 온 싱가포르인을 보며 내 생각이 났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받는 도움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기 위해 그 싱가포르인을 집으로 초대해 삼겹살을 구워주고 겨울 점퍼를 하나 줘서 보냈다고 한다.

월리가 나는 물론이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우리 아버지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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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언이 룸메이트이기 전에 칠레인 크리스가 룸메이트였다.

크리스를 따라 서핑을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수영을 하지 못했고 서핑을 하려면 수영이 기본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다.

그냥 농담처럼 가볍게 샬린에게 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샬린은 남미에 가면 수영을 할 기회가 많으니 일주일에 한 번씩 자기와 수영장에 가자고 제안했다. 샬린은 젊었을 때 수상 배구 아마추어 선수를 하며 수영도 가르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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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린의 말대로 남미에서는 정말 수영할 기회가 많았다>


그렇게 캐나다에서 다시 3개월간 영어공부를 하게 됐고 샬린과 월리의 새 아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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