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더 이상의 계획은 없다. 호세가 남쪽으로 내려갈 계획이라면 nevado santa lsabel라는 국립공원에 꼭 가보라 고했다. why not :)
국립공원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Manizales에 가야 했고 호세의 마지막 도움으로 전화로 버스 티켓을 미리 예약할 수 있었다.
콜롬비아의 버스터미널에는 호객꾼들이 많다. 이미 예약을 했다고 이야기했지만 내가 예약한 티켓보다 무조건 싸게 주겠다며 나를 꼬드겼고 당연히 나는 흔들렸다.
난 이 버스가 내 세계여행의 방향을 바꿔 놓을 거라고 상상도 못 하였다.
말했지만 난 스페인어를 딱 4 단어밖에 할 수 없다. 하지만 붙임성은 좋다. 배낭을 메고 보드를 가지고 버스에 올라타는 여자가 눈에 띄었고 한눈에 봐도 콜롬비아인 같지 않았지만 버스기사와 스페인어로 유창하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혹시 내가 기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마니살레스에서 내리지 않는다면 나에게 말 좀 해달라고. 그렇게 대화를 시작해 마니살레스에 도착할 때쯤 우리는 친구가 됐다.
독일에서 온 마리나는 콜롬비아 남부의 칼리라는 도시에서 6개월간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하고 지금은 귀국하기 전에 그간 칼리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니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나의 계획은 새벽 5시에 마니살레스 터미널에 도착해 7시까지 시간을 죽인 후 7시에 국립공원으로 가는 팀에 합류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니사렐스 터미널에 미리 나와있던 마리나의 친구들은 마리나의 친구면 우리의 친구라며 처음 보는 나를 마리나와 함께 그들의 집으로 초대했다. 그런데 내가 마니살레스에 온 이유는 국립공원이었다. 아쉽지만 그들의 호의를 사양하며 난 2시간 후에 국립공원에 가는 팀을 만나야 한다고 이야기하니 나를 위해 남는 2시간 동안 마니살레스를 구경시켜준다고 제안했다. 늦은 시간에 공개적인 터미널에서 혼자 있는 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다시 한번 why not :)
그런데 어떻게 매정히 2시간의 인연이지만 시간이 됐다고 칼 같이 헤어질 수가 있겠는가. 도시 구경 후 우리는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콜롬비아 맥주는 세계 최고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런데 콜롬비아에서는 rum도 생산하는데 싸고 맛도 좋다.
해가 뜨기 길에 하나둘씩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노점에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점의 분위기와 음식 냄새는 우리를 배고프게 했고 노점에서 아침까지 먹은 후 집으로 돌아갔다.
마리나는 보드를 탔다. 그런데 보드를 타는 사람들은 보드는 단순 운송수단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이라며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라이더들처럼 그들만의 끈끈한 그 무언가가 있었다. 마리나는 친구들을 보드를 타며 만났다고 한다. 보드 샵을 운영하는 카롤로스는 웹디자이너였고 그의 여자 친구 리나는 영어선생님였다고한다. 그런데 일에 치여하던걸 다 그만두고 지금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하며 좋은 점은 내 생활 패턴과 행동반경이 정해져 만나는 사람도 한정적인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여행객이라는 특권으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카롤로스와 리나는 칼리에 살고 있지만 마니살레스에는 카롤로스의 엄마가 살고 있었고 우리를 엄마의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의 친구라는 이유로 처음 본 나를 집에 초대한 카롤로스도 대단하지만 60이 넘으신 카롤로스의 어머니도 대단했다. 아들의 친구면 나와도 친구라며 앞으로 마니살레스에 올 일이 있다며 부담 없이 오라고 한다.
마리나와 친구들은 이제 Pereia로 넘어간다고 한다. 늦어지긴 했지만 내가 마니살레스에 온 이유는 누누이 말하지만 국립공원이다. 아쉽지만 그들과 작별을 하고 카롤로스 엄마의 집에 혼자 남아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새벽에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해발 4000m에서 시작해 4700m까지 트래킹 하는 당일 코스였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엄청 높게 느껴지지만 보고타의 고도는 2625m이다. 남미의 도시들은 이미 고도가 높아 뒷동산 같이 보이는 산들도 고도가 3000m가 넘는 곳이 많다. 4000m에 도착하니 가이드는 4000m부터는 산소가 극심히 부족하니 고산병을 조심하고 머리가 아프면 물을 많이 마시라는 등 과하다 싶을 정도로 경고를 했고 반항심이 생겼다.
난 군대에 있는 2년 동안 산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뛰기 시작했고 정말 거짓말 안 하고 10초도 못 뛰고 주저앉았다. 뇌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고 누가 머리 위에 돌을 얹어 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은 한라산 1950m이다. 2625m인 콜롬비아의 수도보다 낮다. 부대 뒤에 있던 뒷동산은 아무리 높아도 500m를 넘지 않았을 것이다. 크래킹을 시작한 지 5분도 되지 않아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면 우리 팀원 모두가 다 같이 내려가야만 해 경치는 즐기지 못하고 바닥만 보고 네발로 걷다시피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 만년설이 쌓인 산을 등산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잠들려고 하면 여기서 자면 죽는다고 말리는 주인공이 꼭 있다. 그런데 정말로 중간에 누워 자고 싶었다. 남반구이기 때문에 햇빛은 뜨거웠지만 고도가 높다 보니 추웠다. 4000m 이상 올라가 본 것도 처음이지만 트레킹 자체가 처음이었다. 700m 트래킹이라고 해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 도시락은커녕 간식거리도 챙기지 않았고 작은 물병 하나만 가지고 갔고 정상에 올라서도 추위와 배고픔에 떨어야 했다.
이날 이후로 다시는 고산지대에 가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 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에콰도르의 침보라소와 인도의 히말라야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