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가 돈은 많은데 투자는 못하는 이유
세계 최고 명문 하버드가 돈 관리로 망신을 당하고 있다. 2023년 494억 달러(약 70조 원)의 기부금으로 미국 대학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성장률은 고작 0.1%에 그쳤다. 같은 기간 다른 대학들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는 사이 홀로 바닥을 기고 있는 형국이다.
숫자로 보면 하버드(Havard)의 위상은 여전하다. 2위 텍사스대학교 시스템(University of Texas System) 440억 달러(약 62조 원), 3위 예일(Yale) 407억 달러(약 58조 원)를 크게 앞선다. 하지만 성장률 순위표를 보면 완전히 다른 그림이 나온다.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California)가 14.7%로 폭주했고, 텍사스 A&M(Texas A&M)도 5.7% 성장했다. 176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의 캘리포니아대학교는 하버드보다 147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어, 순위 하위권 대학들조차 최상위권을 압도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버드의 문제는 '규모의 저주'다. 돈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작은 대학들은 공격적 투자로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70조원이라는 거액은 안전한 투자처만 골라야 한다.
게다가 명문대일수록 투자 제약이 많다. ESG 투자, 윤리적 투자 원칙 때문에 수익성 높은 기회들을 놓치고 있다. 담배, 무기, 화석연료 관련 주식은 아예 건드릴 수 없다. 돈은 많지만 손발이 묶인 셈이다.
하버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비리그(Ivy League) 전체가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예일(Yale) -1.5%, 프린스턴(Princeton) -4.8%, MIT -5.2%를 기록했다. 명성은 높지만 돈 굴리는 실력은 형편없다는 뜻이다.
반면 공립대학들이 약진하고 있다. 규모도 커지고 성장률도 높아 조만간 아이비리그 순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사립 명문대학의 독주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의 기부금세 정책이 발목을 잡고 있다. 기부금이 클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데, 성장률까지 낮으면 세금만 내다가 원금이 줄어들 수도 있다. 하버드 같은 거대 기부금 보유 대학에는 치명타다.
결국 하버드는 돈만 많고 효율성은 떨어지는 전형적인 '부자병' 환자가 되어버렸다. 크기만 하고 민첩성은 잃은 공룡 같은 모습이다.
세계 최고 대학 하버도가 돈 굴리기는 동네 은행 적금 수준도 안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