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 원조를 발라버린 나라.jpg
21,743 대 12,963. 인구는 북미가 3배 많은데 세븐일레븐은 일본이 거의 2배다. "어? 이게 말이 돼?" 싶지만 현실이다. 더 소름 돋는 건 이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일본 세븐일레븐은 21,743개에 달한다. 전 세계 85,800개 매장의 25%를 일본 혼자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1974년 도쿄 도요스에 첫 매장을 연 지 50년, 제자가 스승을 완전히 발라버린 것이다.
게다가 숫자만 압도적인 게 아니다. 차원 자체가 다르다.
북미 세븐일레븐의 대표 메뉴는? 슬러피와 핫도그다. 몇 년째 같은 메뉴가 돌고 도는 영원한 로테이션이다. 반면 일본 콘비니는? 신선한 초밥, 완벽하게 양념된 프라이드 치킨, 매주 바뀌는 계절 특선 메뉴들이 진열되어 있다.
이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숫자로 증명된다. 일본 세븐일레븐의 모회사는 이제 북미 매장들을 필사적으로 업그레이드하려 시도하고 있다. 목표는 음식 매출 비중을 24%에서 33%로 늘리는 것이다. 왜? 담배와 주유소 매출 - 전통적인 북미 편의점의 수익 기둥 - 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콘비니는 편의점 그 이상이다. 은행, 우체국, 지역 사회센터 역할을 동시에 한다. ATM에서 현금을 뽑고, 공과금을 납부하고, 택배를 받고, 콘서트 티켓을 예매한다. 이 모든 것이 24시간, 일주일 내내 가능하다.
이런 다기능성이 만들어낸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 편의점 산업 전체 매출은 2023년 12.7조 엔(약 180조원)에 달한다. 이는 일본 소매업 매출의 8%를 차지하는 규모다. 단순한 편의점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이러니의 극치는 2024년 7월에 일어났다. 미국 세븐일레븐이 일본식 편의점 아이템들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치킨 테리야키 주먹밥, 미소 라멘 같은 메뉴들이다.
1974년 미국 사우스랜드 코퍼레이션(Southland Corporation)이 일본 이토요카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을 때 누가 이런 역전을 예상했겠는가? 미국이 만든 편의점 모델을 일본이 완전히 재창조해서, 50년 후 다시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25년 써클K(Circle K)를 운영하는 캐나다의 쿠셰타르드(Couche-Tard)가 460억 달러(약 64조원)를 들고 세븐&아이 홀딩스(Seven & i Holdings) 인수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일본 정부가 세븐일레븐을 "국가 안보 핵심 기업"으로 분류할 정도로 일본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쿠셰타르드는 아시아 편의점 시장 점유율이 1%도 안 된다. 반면 세븐&아이는 31%를 장악하고 있다. 단순히 매장 수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이 편의점이라는 업태 자체를 완전히 다시 정의해버렸다는 의미다.
약 22,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일본은 이미 그 답을 찾았다. 수량보다는 품질에 집중한 결과, 원조인 미국을 완전히 뛰어넘는 편의점 문화를 만들어낸 것이다. 북미는 아직도 슬러피와 핫도그에 머물러 있지만 말이다.
이는 단순한 비즈니스 성공담을 넘어 더 깊은 교훈을 던진다. 일본은 '콘비니'라는 단어 자체를 새로 만들어냈다. 편의점(Convenience Store)의 줄임말이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달라졌다. 미국의 편의점은 '급하게 뭔가 사는 곳'이지만, 일본의 콘비니는 '생활의 허브'가 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일본이 이 모델을 수출하면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대만, 태국, 한국의 편의점들도 모두 일본식 콘비니 문화를 따라하고 있다. 원조인 미국은 제외하고 말이다. 글로벌 편의점 문화의 표준이 이미 일본으로 넘어간 셈이다.
결국 일본의 편의점 혁신은 '모방에서 혁신으로, 혁신에서 표준으로' 진화하는 문화적 역량을 보여준다. 남의 것을 받아들이되 자기 것으로 완전히 소화해버리는 일본만의 DNA, 그것이 편의점 하나로 세계를 정복한 비결이다.
미국이 발명한 편의점을 일본이 예술로 승화시키는 동안, 원조인 미국은 아직도 핫도그 돌리고 있는 아이러니한 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