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가 아니라 경제력이 체중을 결정한다
미국 전역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예상을 뒤엎는 흥미로운 패턴이 발견됐다. 인구 10만 명당 헬스장 수와 비만율을 비교한 지도는 우리가 믿고 싶었던 가설을 산산조각 낸다.
매사추세츠(Massachusetts)는 인구 10만 명당 10.6개의 헬스장으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비만율은 28%에 불과하다. 뉴 햄프셔(New Hampshire, 9.3개), 버몬트(Vermont, 8.7개) 등 북동부 지역이 헬스장 밀집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다. 반면 웨스트 버지니아(West Virginia)는 인구 10만 명당 헬스장이 단 3.1개에 불과하면서 비만율은 무려 40%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이 나타난다. 캘리포니아(California)는 인구 10만 명당 8.8개의 헬스장을 보유해 상위권에 속하지만, 비만율은 35%에 달한다. 콜로라도(Colorado)는 9.9개의 헬스장으로 상위 5위 안에 들지만 비만율도 28%로 낮은 편이다. 텍사스(Texas)는 헬스장 5.9개에 비만율 36%, 플로리다(Florida)는 7.9개에 비만율 30%를 보인다.
서부 해안 지역은 헬스장 인프라가 풍부하다. 워싱턴(Washington, 6.7개), 오리건(Oregon, 7.8개), 캘리포니아(California, 8.8개)가 그 예다. 중부 지역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노스 다코타(North Dakota, 4.9개)와 사우스 다코타(South Dakota, 4.8개)는 헬스장이 적지만 비만율은 각각 36%와 35%다. 반면 네브래스카(Nebraska, 5.1개), 캔자스(Kansas, 5.1개), 아이오와(Iowa, 5.0개)도 비슷한 수준이다.
남부는 전반적으로 헬스장 수와 비만율 모두 불리한 상황이다. 미시시피(Mississippi, 3.5개, 비만율 39%), 앨라배마(Alabama, 4.5개, 비만율 40%), 조지아(Georgia, 5.9개, 비만율 34%)가 대표적이다. 루이지애나(Louisiana)는 4.4개로 적은 편이며 비만율은 39%에 달한다.
이 지도가 보여주는 진짜 이야기는 단순히 '헬스장이 많으면 날씬해진다'가 아니다. 헬스장 밀집도는 결국 지역의 경제력, 교육 수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다. 매사추세츠(Massachusetts)와 같은 부유한 북동부 지역은 건강에 투자할 여유가 있고, 웨스트 버지니아(West Virginia) 같은 지역은 헬스장을 짓기도, 이용하기도 어려운 경제적 현실에 직면해 있다.
헬스장 10.1개를 기준으로 비만율 중앙값은 33%로 표시되어 있다. 결국 헬스장이라는 '공급'과 건강한 체중이라는 '결과' 사이에는 소득, 식습관, 직업 환경, 의료 접근성이라는 복잡한 변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헬스장 회원권 끊는다고 살이 빠지는 게 아니듯, 동네에 헬스장이 많다고 날씬해지는 건 아니다. 결국 지갑이 건강을 결정한다는 씁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