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답으로 살아가기
나는 어렸을 때 꿈이 안무가였다. 요즘 더 대중적인 말로는 댄서.
딱 한 번의 무대를 완벽하게 꾸미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었던지.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열정 가득한 시기이자, 가장 이루고 싶었던 꿈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 과정은 꽤 험난했다.
내가 자란 곳은 시골 중에 시골이었고, 지금보다도 더 대중적이지 않은 댄서라는 직업이 용납(?) 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춤을 추는 사람이 될 거라면 차라리 공장에 가는 게 어떠하겠냐는 말도 들어봤다.)
결국 그런 외부환경에 꼬리를 내리고 조용히, 아주 오랜 시간 그 꿈을 내려놓았다.
결코 짧은 시간 안에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가벼운 마음이 아니었기에 20대는 후회와 미련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절이었다.
느닷없이 이루지도 못한 꿈을 왜 주절주절거렸냐 하면.
그때는 알고 있었던 인생의 진리를 요즘은 잊고 살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단 한 번의 완벽한 무대를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연습을 했었다.
그 과정이 실패의 연속이었다고 전혀 생각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틀리고 잊어버리고, 동작이 엉성해서 도무지 완성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과정이.
성공을 위한 말 그대로의 '과정'인 것이지, 실패가 아니지 않은가!
그때는 그걸 글로 적거나 따로 생각하지 않았지만 피부로 알고 있었다.
그냥 무수히 많은 실패(연습)를 해야 성공한다는 것을.
그런데 요즘 들어 나는 매번 실패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남들이 정해놓은 대로 살고 있지 않기 때문에 '틀린 답지'로 살아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짧은 기간에 결과가 나오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아서였지만, 그 시간이 꽤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남들은 대학에 갈 때, 춤을 포기하지 못하거나
남들은 취직할 때, 갑자기 글을 쓴다고 한다거나
전공과는 전혀 다른 일을 시작해서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인다든가 하는 그런 일이 잦았기에.
나는 이 '과정'들이 정답과는 동떨어진 삶이 아닐까 늘 걱정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단 한 번의 성공'에 가까워지고 있는 일이었다면
내게 정답이 아니라고 했던 그 사람들은 또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내면에 나만의 기준이 흐릿했기에 휘둘리고 흐트러진 내가 되고 있었던 건 아닌지.
삶을 크게 본다면 지금 이 순간을 실패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지.
그런 걱정들이 모여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남들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한들, 그런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저런 말도 공감되고 자주 하는 것이다.
매 순간 연습해야 한다.
나를 잃지 않고 틀린 답이 나만의 정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도 가져야 한다.
이건 모두 과정일 뿐이고, 정답으로 걸어가는 나만의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