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을 단순하게 하는 것을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는 필요하다. 생활을 단순하게 하지 못하면 잡다하고 너절한 일들에 묻혀, 자신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
나도 마찬가지다. 나는 직장에서 은퇴하여, 사회생활을 하는 젊은 사람들보다는 비교적 덜 복잡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신경을 쓰야 하는 일들은 여전히 있다. 손자 보는 것, 친구들과 만나는 것, 친척들과 관계를 갖는 것, 취미생활을 하는 것, 제2의 직업을 만드는 것, 건강을 유지하는 것 등등.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는 작고 보잘것없는 일들이라도, 그 일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기 시작하면, 그 일은 크게 느껴진다. 예로서 나는 올해 봄까지 양봉을 하였다. 양봉은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요하지 않고 보잘것없는 일이다. 그러나 양봉을 하는 사람에게는 벌들의 세력이 강하지 않고, 벌이 병에 걸리고, 꿀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내가 양봉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양봉이 잘되지 않아, 나는 정신적 갈등을 많이 경험하였다.
이와 같이 생활이 단순하느냐 하지 않으냐는, 일이 많으냐 많지 않으냐와 함께 얼마나 많은 일들에 관심을 갖느냐 갖지 않으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나와 같이 은퇴하여 바쁘게 살아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 생활의 단순화는 일이 많으냐보다는 어떤 일들에 관심을 갖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나는 욕심이 많은 편이다. 욕심이 많으면 관심을 갖는 일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은퇴 후에 내가 욕심을 낸 것은 제2의 직업을 갖는 것이었다. 은퇴 후 처음 하고자 하였던 제2의 직업은 한문번역을 하는 것이었다. 3년 넘게 공부하였으나, 나의 능력 부족으로 잘되지 않았다.
그 후 2년 정도 방황을 하다, 손자가 태어나 손자를 3년 동안 보았다. 손자를 보면서 양봉을 생각하였다. 양봉을 위해 서울 인근 양봉장에 가서 직접 양봉하는 것을 배우기도 하였다.
그러다 2017년 양봉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하였다. 양봉은 나의 생각대로 잘되지 않았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위치 선정이었다. 양봉장으로 선택한 장소가 바람이 많고, 햇빛이 다른 곳보다 하루에 2시간 정도 적게 드는 곳이었다.
양봉을 하면서, 손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손자는 감각이 너무 예민하여, 감각통합이 되지 않아, 사회성과 도덕성이 떨어졌다. 쉽게 말해 발달이 다른 아이들보다 늦었다. 이런 아이들은 불안하게 하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안하게 하여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지 못하면, 자폐증같이 마음의 문을 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를 불안하게 하지 않으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정상적인 아이들과 비슷하게 될 수 있다고 담당의사가 말하였다. 손자를 불안하게 키우지 않으려면 직계가 키울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이 손자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손자를 다시 보면서, 양봉이 생각대로 되지 않자, 나의 마음은 항상 복잡하였다. 손자를 보러 서울에 가 있으면, 벌들이 먹이활동을 제대로 하는지, 병이 걸리지 않았는지, 말벌의 피해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 등등. 또 지방에 내려와서 벌들을 보면, 손자는 제대로 놀고 있는지, 어린이집에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지는 않는지, 할머니에게 억지를 부리지는 않는지 등등.
마음의 갈등이 많아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하였다. 그 해결의 핵심은 손자 보는 것과 제2의 직업 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H라는 친구에게 자문을 구하니, 그 친구가 양봉을 포기하라고 하였다. 아내와 의논하여 양봉을 포기하였다.
손자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면, 양봉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올봄에 양봉을 포기하였으니, 양봉을 포기한 지가 벌써 3개월이 넘어간다. 양봉을 포기한 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있다.
물론 친구를 만나고, 취미생활을 하는 것 등도 일부 줄였다. 전에는 등산도 하고, 친구들의 모임에도 많이 나갔다. 그러나 이런 일들도 줄여나갔다. 취미생활 가운데는 붓글 쓰는 것을 계속하고 있고, 친구들 만나는 것은 마음을 편하게 하는 친구들을 중심으로 만난다.
하지만 제 2의 직업은 완전히 포기할 수 없다. 이것은 나의 존재적 의미를 찾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신경을 거의 쓰지 않는 일을 선택하였다. 모링가를 심은 것이다. 모링가는 열대성 식물이다. 제천은 추운 곳이다.
모링가가 잘 자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150포기를 심었다. 아직까지 잘 자라지 않는다. 모링가를 선택한 것은 시험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다. 시험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직장을 은퇴한 나의 경우, 생활을 단순하게 하는 것은 바쁜 일을 줄여나가는 것은 아니다. 일 자체가 바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일에 관심을 갖느냐는 머리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일을 없게 하는 것 또한 생활을 단순하게 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