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화요일 제사가 있었다. 올해 제사부터 자시인 저녁 11시에서 다음 날 1시 사이에 지내는 제사의 시간을 유시인 저녁 7시에서 9시 사이에 지내기로 하였다. 그래서 올해 첫제사인 지난 3월 19일 화요일에 있는 제사를 저녁 8시 30분에 지냈다.
제사 모시는 시간을 바꾼 것에는 이유가 있다. 몇 년 전부터 아내가 밤중인 12시에 제사를 모시지 말고 다른 사람들처럼 저녁 9시경 모시자고 하였다. 아내가 말한 저녁 9시는 제사 모실 분의 돌아가신 날 하루 전인 저녁 9시를 말한다.
물론 나도 요사이 많은 사람들이 저녁 9시에 제사를 모신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대부분은 돌아가신 날이 아니라, 전날 저녁 9시에 제사를 모신다고 하였다. 나는 돌아가신 날이 아닌 날에 제사를 모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였다. 제사의 근본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내가 저녁 9시에 제사를 모시자고 하여도, 나는 아내의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아내에게 다음과 같은 의미의 말을 하였다.
돌아가신 전날에 제사를 모시는 것은 제사의 근본정신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제사의 근본은 공경이고 정성이다. 제사 모시는 것은 돌아가신 분의 영혼이 존재하거나 산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돌아가신 조상들을 생각하고, 또 제사로 인해 가족들이 모이고 연락하여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 실질적 의미가 있다고.
주역의 책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에는 고정된 것이 없다. 우리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느끼는 산이나 강도 많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기 마련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참된 진리는 고정된 것이 없고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사도 변화하여야 한다. 제사는 사람이 만든 문화이다.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해야 한다. 문화가 변하지 않고, 옛것을 그대로 지키려고 하면, 그 문화는 존속하기 어렵다. 제사도 마찬가지다.
제사의 목적은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고 생각하는 것이고, 그 근본은 공경과 정성이다. 제사를 언제 모시고, 제사 음식을 어떻게 진설하라고 하는 것은 선현들이 일정한 기준을 정함으로써 혼란을 없애고 마음의 편안을 느끼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사를 모시는 시간이나 진설하는 음식도 반드시 이렇게 하여야 한다고 고집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제사를 모시는 시간은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할 필요가 있다. 옛사람들이 제사를 하루가 시작되는 자시에 모신 것은 농업사회에서는 맞다. 시작은 신선하고 경건하고 중시하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제사의 근본정신이 공경과 정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하루가 시작하는 시각에 제사를 모시는 것은 좋다. 농업사회에서는 친척들이 멀지 않은 곳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았고, 또 시각을 다투듯이 일정하게 출퇴근하는 경우가 없었다. 따라서 밤 중에 제사를 모시더라도 크게 문제 되는 것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사회에서는 다르다. 친척들이 가까운 곳에 모여 사는 경우가 많지 않고, 또 직장에 출퇴근하여야 한다. 삶의 조건이 이렇게 바뀌자 보니, 제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녁 9시에 제사를 모시는 사람들도 이런 이유 때문에 제사의 시간을 바꾸었을 것이다.
단지 나는 돌아가신 전날 저녁에 제사를 모시는 것은 반대다. 제사는 돌아가신 날에 모시야 한다. 옛사람들이 자시에 제사를 모신 것은 돌아가신 날이 시작되는 날이다. 다시 말해 돌아가신 날에 제사를 모신 것이다. 따라서 제사를 저녁에 모실 때는 돌아가신 전날이 아니라 돌아가신 저녁에 모시는 것이 옳다는 나는 생각한다.
나는 아내와 자식들이 모인 자리에서 제사를 밤중이 아닌 돌아가신 날 저녁에 모시는 것에 대해 의논하였다. 다들 좋다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지난해 추석과 올해 설날 차례를 모시면서 조상님들에게 올해부터 돌아가신 날 저녁에 모시겠다는 것을 말하고, 그날 오시라고 고하였다. 그리고 올해부터 그렇게 하였다.
이렇게 하니 아내와 가족들이 좋아하였다. 과거를 무조건 고집하여, 새로운 시대의 무시와 거부를 당하는 것보다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변화로 그 시대의 참여와 정당성을 얻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과거의 제사문화를 고집하면, 제사는 사라질지 모른다. 하지만 제사 모시는 시간, 진설 음식, 제사 절차 등 제사 문화를 변화된 시대에 맞게 변화하여, 제사의 근본정신인 조상에 대한 정성과 공경, 그리고 가족 간의 화목을 지켜가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하나의 행복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