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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Apr 12. 2024

24. 나와 우리를 살리는 교실

더이상 슬프지 않은 봄을 위해

첫 공개수업 후 동료 선생님들의 말씀이 기억난다.

“선생님 손짓 눈빛 한 번에 교실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네. 신규가 벌써부터 애들 꽉 잡다니 대단하다.”


우리반은 내가 시키는 것을 오차없이 잘 수행했고 내 지시에 토를 달거나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틀 안에서 행복했고, 금방 유능한 교사가 될 것 같았다.

 

교직 2년차 되던 2014년, 작은학교에서 전교생이 함께 떠나는 수학여행을 기획하고 있었다. 고흥 녹동항에서 배를 타고 갈 목적지는 제주도였다.


4월 16일 아침, 믿을 수 없는 소식을 접한 이후 매일 밤 진도 앞바다가 눈앞에 그려져 잠들 수가 없었는데 계속해서 나를 괴롭게 한 질문은 ‘우리 아이들은 살까?’

손짓 눈빛 한 번으로 가만히 앉으라 꽉 잡아놓은 후, 모범을 보이듯 함께 앉아서 기다리는 내가 보였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살리는 교사’가 되겠다 다짐했다.

낯선 상황에서 두려움을 이기는 법을 경험하여 스스로 행동하는,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 더 나은 생각을 만드는,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살펴 의견을 표현하며 참여하는 수업이 내 방향이 되었다.


거창하지 않은 40분짜리 짧은 수업이지만 일년간 25명에게 꾸준히 전하면 내 평생 교직 생활 동안 만나는 아이들과 나비의 작은 날갯짓을 만들 수 있으리라 소망을 품으며 정성들여 수업을 준비한다.


나와 내 주변을 살리기 위해 나는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가?

매년 반성하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나에게 4월 16일은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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