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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선령 Apr 08. 2024

23. 싸인이 슬픈 아이

울음이 많은 아이에게

한 달 내내 매일 우는 아이가 있다. 등교하자마자 가방에서 가정통신문을 꺼낸 아이가 또 운다. 가정통신문이 눈물로 다 젖을 때쯤. 옆을 가만히 지키는 내게 중얼댄다.


엄마가 낙서를 했어요.”

 

무슨 소리인가 봤더니, 서명란에 싸인을 낙서라고 생각했나보다.


이건 ‘낙서’가 아니라
‘싸인’이라는 거야.
괜찮아.”

선생님 싸인 봐볼래?”


내 싸인을 더 낙서처럼 갈겨줬다.

아이는 울음을 그친다.

이 아이는 아직 낯선 것이 많아 적응하는 중이다.


1학년 교실에는 다양한 아이들이 산다.

말을 못 참는 아이, 웃기고 싶은 아이, 혼자가 편한 아이, 지기 싫은 아이, 돋보이고 싶은 아이, 하기 싫은 아이, 움직여야 사는 아이, 주변 상황을 다 알고 알려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


담임 선생님이 특히 다루기 힘든 부류가 있다.

나는 특히 우는 아이가 힘들다. 우는 이유를 듣기까지 아주 오래 걸리고, 우는 소리는 교실 전체를 울린다.


교실에서 내가 견디지 못할 영역은 이유를 나름 분석하고 해결법을 꼭 찾으려고 한다.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울어서 푸는 아이는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운 아이였다.

상황 모면을 위해 울음으로 대신하는 아이는 스스로 해결해 본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였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아 우는 아이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만들어진 환경이 익숙한 아이였다.

자극에 쉽게 놀라거나 긴장하여 우는 아이는 불안이 많아 예민한 아이였다.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는 아이는 조심스러움이 많고 위축된 아이였다.


단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매순간 지도를 해도 일년안에 바뀔지 장담은 못한다. 그러나 포기를 하면, 다음 학년에 이런 유형의 학생을 맡게 될까 두려움이 생긴다. 나는 내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티끌만한 성장’을 만드는 데 온 마음을 모은다.


점심시간에 만난 2학년 저 녀석은 1학년 땐 아주 코찔찔이 울보였는데 언제 그랬나 씩씩해져 있는 것 보면 이 녀석도 자랄 것이 틀림없다.

아이의 변화가 바로 내 교직 인생의 설렘이 될 것이다.


선생님을 믿어봐,
선생님은 너를 꼭
멋지게 성장시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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