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100일 파티의 조건
“우리 반도 어린이날 파티해요!”
“파티가 뭐지?”
“선생님 그것도 몰라요? 기념하는 거죠.”
“여러분은 뭘 기념하고 싶어요?”
“어린이니까 당연히 뭔가 받아야죠.”
걸려들었다.
그림책을 읽으며 지구촌 어딘가에 사는 어린이들의 인권을 함께 걱정한다. 어린이날의 유래를 알고 방정환 선생님의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을 읽으며 우리반 ‘어린이 선언문’을 낭독한다. 부모님이 보내주신 영상 편지를 보며 내가 부모님에게 어떤 존재인지 새긴다. 그리고 파티를 시작하니 다소 엄숙하다.
어린이날은 더 노력해야 하는 날이네.”
6월 10일 즈음하여 다른 반에서 입학 100일째 되는 날을 축하하기 위해 파티를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여 속닥댄다. 우루루 도서관에서 제목에 100이 들어간 그림책을 빌려와 외친다.
“이 책 읽고 100이 들어가는 이야기를 발표해 보는 건 어때요?”
“100은 왜?”
“우리 반도 100일 파티해요!”
“여러분은 뭘 기념하고 싶어요?”
“우리가 만난 지 100일인 것 몰라요?”
우리 선생님은 쉽게 파티를 해주지 않으리라는 걸 알고 설득 전략을 세운 것이다. 이러는데 안 해 줄 수 있을까.
“나는 100일 동안 1학년 3반에 살았다.”
“나는 우리 반을 100살까지 기억할 것이다.”
“우리 반은 100점을 못 맞아도 괜찮다.” 등 한 사람씩 문장을 이어가고.
입학식부터 오늘의 사진을 보며 우리 반을 추억한다. 기억을 하나씩 발표한다. 파티도 별거 없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먹으며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아이들은 파티를 해낸 것이 통쾌하고 나는 우리 반만의 안정감을 찾아가는 것이 뭉클하다.
“우리 200일도 300일도 400일도 파티해요!”
“파티보다 기념이 중요해요.”
“다른 반 파티 할 때 그냥 한번 해 주면 안 되나?” 하는 녀석의 말에 흔들렸다. 한 아이가 답한다.
난 우리 반 맘에 드는데?
선생님이 약속 지키잖아.”
이맘때쯤 되니 우리 마음이 통한다.
흩어지지 않고 단단해져 간다.
100일 기념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