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 극복기 4

악!!!! 하늘이 핑글핑글 돌아요!!!!

by 홍작

돌이켜보면 지난 1여년의 날들이 마치 갱년기 도장 깨기 게임을 한 것 같다.


1단계 ‘오십견 발생. 비상! 정형외과를 돌며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았지만 더욱 악화됨! 다행히 브리즈망 시술과 재활운동으로 극복! 클리어!’


2단계 ‘수면무호흡이 심각해짐. 비상! 수면 무호흡으로 저승으로 가다 간신히 살아 돌아옴! 적색경보! 다행히 양압기 착용으로 극복! 클리어!’


3단계 ‘불면증으로 자아까지 잃어버림! 비상! 걸어 다니는 좀비 상태 비상! 비상! 다행히 호르몬 리비알로 극복! 클리어!’


4단계 ‘호르몬 리비알 부작용인 다리 압박 통증! 다시 바꾼 호르몬 안젤릭 부작용인 불안, 우울! 비상! 비상! 몸에 맞는 호르몬 찾지 못 해 비상대기!’


5단계 ‘코끼리 다리처럼 붓기 시작하는 다리! 비상! 하지정맥 치료로 병원을 찾았으나 해결 못 함! 적색경보 발동! 비상대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갱년기를 극복하고 싶었다. 그러나 4단계 호르몬제 복용으로 부작용이 생기자 뜻하지 않게 어려움을 겪었다. 영원히 갱년기 터널에 갇혀 고통과 슬픔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닌가 싶어 불안했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는 돕는 법.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유튜브에서 “다리 붓기 빼는 법”, “하지정맥류 예방 운동” 같은 영상을 찾아 하나하나 따라 했다.


그러나 운동을 할 때만 잠시 나아지는 것 같았지만, 멈추면 금세 다리가 다시 부었다. 이대로라면 진짜 코끼리 다리가 되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러나 코끼리 다리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며칠 후 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을 자려고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갑자기 천장이 삥그르르 도는 듯하다 갑자기 몸이 땅으로 꺼지는 듯 했다. 그러다 다시 하늘로 솟구치며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어머, 어머! 오빠! 하늘이 돌아! 나 땅으로 꺼질 것 같아! 악!!!!!!!!!! 나 좀 살려줘! 나 좀!!!!!!!!!!!!!”

옆에 누워 있던 남편의 팔을 꽉 잡으며 소리쳤다. 정말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치는 죽는 줄 알았다.


“도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남편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갑자기 또 세상이 돌기 시작했다.


“몰라!!!!!!!!!! 악!!!!!!!!! 또 돌아!!!!!!!!!!! 악!!!!!!!!!!!!!!! 오빠!!!”


남편의 팔을 더 꽉 움켜잡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지구가 잠시 멈춰 선 것 같았다.


“멈췄어. 나 조금 전에 뺑글뺑글 돌았어? 그러니까 내 몸이 막 돌았어?”


“아니, 내 팔 잡고 가만히 있었어.”


“그럼 천장이 뺑글뺑글 돌았어? 오빠도 어지러웠어?”


“아니. 천장도 그대로였고. 나는 어지럽지 않아. 도대체 왜 그래?”


뭐지. 분명 지구를 삼만 바퀴 도는 것 같이 어지러웠다. 지금도 여전히 미세하게 흔들렸다. 겁이 났다.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죽으려나 봐…”


“사람은 다 죽어.”


태연한 남편의 대답에 화가 치밀어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당신은 내가 걱정도 안 돼? … 악!!!!!!!!!!!!!!!!!”


세상이 또 돌기 시작했다. 진짜 돌겠다. 어쩌면 세상이 아니라 내 인생이 돌아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깨를 고치면 나니 수면무호흡이 오고, 수면무호흡을 고치고 나니, 불면증이 나타나고, 그러다 다리가 붓더니, 이제는 하늘이 돈다. 이것도 갱년기 증상인가? 도대체 갱년기의 끝이 어디까지지?


“악!!!!!!!!!!!!!!! 또 돌아!!!!!!!!!!!!!!!!!! 나 죽어!!!!!!!!!!!!!!!!!!!!!!!!!!!!!”


내 몸의 주인은 나인데, 요즘 들어 내 몸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래도 당시엔 갱년기 증상이라고 생각하지 못 했다. 그저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자리에서 일어나다 다시 빙글 빙글 도는 세상을 맞이했다. 아침이 되서야 세상이 도는 것도 아니고, 내가 도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괜찮아지겠지. 아니 괜찮아져야 다짐하며 아침 운동을 나섰다. 이 모두가 내가 병약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내 몸이 튼튼하면 모든 것을 이겨내리라 믿었다.


헬스장 스트레칭 존에서 몸을 풀기 위해 폼룰러를 등에 대고 위아래로 살짝 움직였다. 정말 살짝 움직였을 뿐인데 또다시 하늘이 돌았다. 하늘이 돈다고 죽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비명을 지르지는 않았다. 일단 병원부터 가야겠다고 생각해 검색 창에 증상을 입력했다.


하늘이 빙글빙글 도는 증상.


검색 창 아래로 나와 비슷한 증상으로 검색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이 진단 받은 병명은 이석증이었다. 가까운 이빈후과를 찾아가라고 했다. 하, 진짜. 네이버 없는 세상 어떻게 살았나 싶다.


“이석증이 맞네요.”


이빈후과 샘이 진료용 간이침대에 누운 내 머리를 좌우로, 위아래로 돌리며 말했다.


“여기 컴퓨터 화면 보세요. 왼쪽 오른쪽 눈동자가 따로 움직이는 거 보이시죠?”


“컴퓨터 화면이라뇨? 어디요?”


이빈후과 샘이 내 머리를 좌우로 돌릴 때마다 어지러웠다. 그런데 뭘 보라는 건지. 다행히도 어지러움증도 적응이 되는지 처음과 달리 정신줄을 잡을 수 있었다. 이빈후과 샘이 가리키는 컴퓨터를 확인했다. 정말 오른쪽 왼쪽 눈동자가 따로 움직였다. 신기했다.


“아! 진짜 따로 움직이네요! 그래서 어지러운 건가요?”


“우리 귀 안에는 달팽이관이라고 부르는 전정기관이 균형을 담당하고 있고, 그 안에 이석이라 불리는 미세한 칼슘 입자들이 있어요. 이 돌가루 같은 이석은 머리 움직임에 따라 중력 변화를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죠. 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 세반고리관 안으로 떨어지면,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잘못된 신호를 뇌에 보내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을 느끼게 되는 거예요.”


“이석증은 왜 생기는 거예요?”


“여러 원인이 있죠. 40~50대 여성의 30% 정도가 겪어요. 특히 자율신경실조가 있는 경우엔 더 잘 생기고요. 환자분의 경우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있으니 일단 피검사를 해보고 종합적으로 봅시다.”


40~50대 여성의 30% 정도가 겪는다는 말에 이석증 역시 갱년기 증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른 치료를 하자고 하면 거절할 생각이었다. 역시나 이비인후과 샘이 피검사를 하자고 했다. 이비인후과에서 피검사라니 몹시 이상했지만 이빈후과 샘이 내 머리를 가볍게 좌우로 돌린 뒤 어지럼증이 한결 나아졌기에 그의 말을 따랐다. 난 원래 착한 환자니까. 그리고 며칠 뒤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다.


“자율신경실조라는 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불균형인데요. 혈액검사 결과 소장에 균이 있어서 이석증이 생길 수도 있고요.”


이비인후과샘의 말이 이상하게 전개가 되었다.


“잠깐만요, 샘. 소장에 균이 있어서 이석증이 생긴다고요? 소장균이 귀까지 가요? 그게 무슨 균이에요?”

“그게… 그러니까…”


“샘, 죄송한데 전 선생님의 말을 하나도 못 알아 듣겠어요. 검사 결과지에 균이 있다는 내용이 어디에 있나요?”


그제야 샘이 표정이 굳더니 약 처방전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몹시 불안해 보이니 불안안정제까지 처방해 드릴게요. 약 받아서 가세요.”


뭐지? 자율신경실조라는 것은 뭐고, 이것이 이석증과 어떤 관계이며, 불안증은 뭐야. 도대체 이빈후과 샘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검사지를 챙겨 병원을 나서며, 내과의사 후배에게 검사 결과를 보내며 물었다.


“검사지 좀 봐죠. 소장에 균이 있다는데 어느 항목에 있어?”


“뭔 소리야. 소장에 균이라니? 누가 그런 말을 해?”


“이비인후과 샘이.”


전화기 너머로 후배가 한참을 웃었다.


“피검사로 어떻게 소장에 균이 있다는 걸 알아. 그런 검사는 없어.”


“그럼 내 검사지에 소장 균 같은 건 없는 거야?”


“없지. 대장도 아니고 소장이라니. 의사인 내가 들어도 정말 어이없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후배에게는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석증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 어디에도 소장의 균으로 이석증이 생긴다는 말을 없었다. 이석증 역시 갱년기 증상 중에 하나일 가능성이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결국 나는 산부인과로 다시 전화했다.


“진료 예약 좀 잡아주세요. 저에게 맞는 호르몬을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이전 08화갱년기 극복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