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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만 오지 않은 광복.

<주인 vs 노예>

by 차유진

지난 8월 15일 광복절. 온 국민이 함께 기뻐해야 할 이날, 나는 독립기념관관장의 경축사를 들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독립기념관

“우리나라의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다.”

독립기념관 김형석 관장의 입에서 나온 이 한 마디는 단순한 실언을 넘어서는 80년 전 목숨을 바쳐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운 선열들의 희생을, 그리고 우리 민족의 투쟁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망발이었다.

‘선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다. 피와 눈물로 쟁취한 우리의 역사이다.

물론 연합국의 승리와 일본의 패망이 광복을 앞당기고, 우리의 광복이 빠르게 결정지어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다라고는 할 수 없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 8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독립기념관 유튜브 갈무리


우리나라는 1910년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기 때문에, 카이로 선언문에서 규정한 "1914년 이후 일본이 탈취한 영토"라는 조건에 해당되지 않았다. 이것이 바로 우리 임시정부와 독립운동가들의 외교 활동이 왜 그렇게 중요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만약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의 치열한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나라는 그저 1914년 이전의 '오래된 식민지'로 치부되어 카이로 회담의 논의 대상에도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카이로 회담에 앞서 중국의 장제스 총통에게 끊임없이 한국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문서를 전달했다.이는 임시정부가 단순한 망명 정부가 아니라, 국제사회에 독립국가로서의 존재감을 증명하려는 적극적인 외교 활동이었다. 결국 이러한 노력 덕분에, 카이로 선언문에는 "한국 인민의 노예 상태에 유의하여"라는 문구와 함께 한국의 독립을 별도로 명시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독립은 연합국의 승리에 편승하여 얻은 '어부지리'가 아니라, 우리 민족이 스스로의 힘과 외교적 역량으로 쟁취해낸 자랑스러운 결과이다.이 사실은 광복이 결코 일본의 패망으로 인해 우리에게 뚝 떨어진 '선물'이 아니었음을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이다.


카이로 회담


또 다른 증거로 뜨거운 무장 투쟁을 멈추지 않았던 우리의 한국광복군이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분들은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전하며 목숨을 던져 일본군에 맞서 싸웠다. 만약 우리에게 그토록 뜨거운 독립 의지가 없었다면, 일본의 패망은 단순히 식민 지배국의 교체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자랑스러운 독립운동가들이 흘린 피와 땀이 일본의 항복과 동시에 '독립'이라는 결실을 맺게 한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김 관장의 망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봉길 의사의 비장한 유언을 왜곡하여 기념사에 인용한 사실이다. 윤봉길 의사는 두 아들에게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하여 용감한 투사가 되어라"라고 하셨다.이는 조국 독립을 위한 투쟁을 가장 먼저 강조한 유언이다. 그러나 관장은 이 유언을 '두 아들이 과학자가 되기를 소망했다'는 부분으로 축소하여 윤봉길 의사 유언 전체 내용의 본질을 흐렸다.이러한 발언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투사의 정신을 폄훼하고, 그 숭고한 유언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독립을 위해 스물다섯의 나이에 목숨을 바친 열사의 뜻을 이렇게 왜곡해도 되는 것인가?


윤봉길 의사


정말 기가 막히는 건 이런 날조된 말이 독립기념관 관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독립기념관이 어떤 곳인가? 국민의 염원과 성금으로 지어진, 우리나라 독립운동역사와 기록의 성지 아닌가?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혼이 서린 곳이 아닌가?

그런 곳의 관장이 우리 광복사를 폄훼하고, 선열들의 뜻을 왜곡한다? 이건 독립기념관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일이다.

개인의 역사적 사상, 신념을 드러내는 자리가 아니란 말이다. 오로지 역사적 사실만을 지키고 전해야 할 책임이 있는 막중한 자리다.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는 화려한 기념식에 있지 않을 것이다.

광복이 김관장의 말처럼 결코 ‘어부지리’로 얻은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하는 것. 우리 선조들이 피와 땀으로 쟁취해 낸 소중한 결실임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역사를 후세에 올바르게 전하는 것이야말로 광복의 정신이며 광복절의 진정한 의미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정신을 지키고 전하는 일의 앞장섬에 있어 독립기념관은 최전선에 서야 한다. 그게 관장과 독립기념관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이고, 우리 국민이 바라는 바이다.


독립. 광복은 단순히 나라의 주권만 되찾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상과 역사 생각 까지도 온전히 나라의 주인 된 국민들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 의미로 봤을 적에 "온 국민이 80년 동안 광복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지금, 정작 독립기념관 관장과 그의 사상에 동조하는 이들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신적으로 일본 식민지 노예의 굴레에 갇혀 있으니... 이 얼마나 불행하고도 시대착오적인가? 이런 사상에 갇힌 그들에게 과연 진정한 광복이 오기는 하는 걸까? “


그래도 난 언젠가 이들에게도 진정한 의미의 광복이 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래서 그들이 진정한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길 소망한다.


<윤봉길 의사 유언 전문>

"강보(襁褓)에 싸인 두 병정에게 - 두 아들 모순(模淳)과 담(淡)에게"


너희도 만일 피가 있고 뼈가 있다면

반드시 조선을 위하여 용감한 투사(鬪士)가 되어라.

태극의 깃발을 높이 드날리고

나의 빈 무덤 앞에 찾아와 한 잔 술을 부어 놓으라.

그리고 너희들은 아비 없음을 슬퍼하지 말아라.

사랑하는 어머니가 있으니. 어머니의 교양으로 성공자를 동서양 역사상 보건대 동양으로 문학가 맹가(孟軻)가 있고, 서양으로 불란서(佛蘭西) 혁명가 나폴레옹이 있고,

미국에 발명가 에디슨이 있다.

바라건대 너희 어머니는 그의 어머니가 되고,

너희들은 그 사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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