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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드는 영웅과 마녀의 심리학

<백종원이라는 우리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by 차유진

어느 골목 식당의 촬영장면


한적한 지역의 어느 골목식당.

카메라가 돌아가고, 백종원의 눈이 반짝인다.


“이렇게 하면 훨씬 더 맛있쥬? 거봐유, 사장님도 할 수 있슈!”


그의 말 한마디에 식당 주인은 눈물짓고, 시청자들은 감동한다.

과거 골목식당 방송중 일부장면

2020년대 초반, 우리는 백종원이라는 인물을 통해 한국 사회가 갈망하던 진솔하고 소박한 영웅의 모습을 보았다.

골목상권을 살리는 자본가, 솔직 담백한 방송인, 상생의 아이콘. 그를 향한 대중의 사랑은 뜨거웠고, TV와 언론은 칭찬 일색이었다.


“백종원이 추천한 곳인데 당연히 맛있겠지.”

“백종원이 살린 가게니까 한 번쯤은 가봐야지.”

“백종원이 개발한 레시피라던데!!!

백종원이!!!! ……”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분위기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백종원 갑질?”, “백종원 논란?”, “백종원 블랙리스트?”

이젠 갖가지 의혹과 비난, 비판도 모자라 과거의 발언과 행동까지도 문제 삼았고, 심지어 선의로 했던 행동들조차 악의로 재해석되었다.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던 거야?”

“결국 다 똑같은 거잖아?”

“난 믿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야.”


어제의 영웅이 오늘의 악마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백종원이 변한 걸까? 아니면, 우리가 변한 걸까?


영웅 만들기-나의 이상을 투영하다


삶이 지루하고 평범하게 느껴질 때,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싶어진다.

TV나 매체에서 평범한 이의 자수성가 스토리나 성공기를 보면,

“나도 저렇게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심리학자 칼 융은 이처럼 자신 안의 욕망, 이상, 결핍을 타인에게 투영하는 행위를 ‘투사(projection)’라고 했다.


백종원은 우리가 되고 싶었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의 성공은 마치 우리의 성공처럼 느껴졌고,

그의 선행은 우리의 선한 의지처럼 여겨졌다.


“저 사람은 다른 유명인들이랑 달라.

저 사람은 진짜 우리가 꿈꿔왔던 영웅이라고!”


하지만 혹시 우리는 그에게 인간으로서 감당할 수 없는 완벽함을 기대했던 건 아닐까?

그가 사업가라는 ‘현실’을 외면한 채,

‘선한 영향력’이라는 환상만을 쫓은 건 아니었을까?


물론,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마녀사냥-내 그림자를 처단하다


마녀사냥 화형식


인간은 왜 마녀를 불에 태웠을까?

중세의 마녀사냥은 공동체의 불안과 공포가 만들어낸 잔인한 희생 의식이었다.

그들은 실제로 마법을 부려서가 아니라, 불안을 투사받았기 때문에 화형 당했다.


오늘날의 디지털 마녀사냥도 본질은 같다.


백종원에게 쏟아진 비난은 어쩌면,

우리 자신의 모순을 마주하기 두려워 생긴 분노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기회가 있다면 최소 투자로 최대 수익을 원할 것이다.

우리도 ‘사업’이라면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당연한 나’를 부정한 채

‘착한 자본가’라는 그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단어조합의 모순적 환상이 깨지는 순간, 우리는 그를 비난함으로써 우리 안의 모순을 지우려 했던 건 아닐까?


인간을 인간으로 바라보기


백종원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고차 딜러로 일할 때 잘못된 정보로 차를 팔았다가 고객에게 뺨을 맞은 적이 있어요.

그때 깨달았죠.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 역시 이 상황을 돌아보며, 과거의 고백을 다시 떠올려야겠지만 우리 역시 그 말에서 진짜 ‘신뢰’가 무엇인지 배워야 한다.


신뢰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오지 않는다.

신뢰는 서로가 서로의 인간다움을 인정할 때 시작된다.


백종원은 영웅도, 마녀도 아니다.

그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진 ‘한 사람’ 일뿐이다.


거울 속에서 나를 마주하기


거울 속의 자화상 , 모순된 나


우리는 백종원을 영웅으로 만들었고,

또한 마녀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맹목적 믿음도, 격렬한 비난도 아닌,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선은,

백종원이 아닌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이 글은 백종원을 옹호하고자 쓴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한 번도 그에게 호감 비슷한 것도 가져본 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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