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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향한 애정

< 살아 숨 쉬는 존재 1.>

by 차유진

살아 숨 쉬는 존재에 대한 소통과 사랑.

인간은 꼭 같은 종족이 아니더라도 그런 존재를 곁에 두고 싶어 하고, 애정하고 싶어 한다. 어쩌면 우리의 여러 본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창밖을 보는 아들램


우리 아들은 내가 결혼 전 키우던 강아지를, 아직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한다.


그 반려견은 아들이 태어나고 몇 년 후, 노환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제 13살인 아들에게는 9년 전 그러니까 4살 적의 일이다. 유아 시절의 잊혀질 법한 기억임에도, 아이는 끊임없이 떠난 강아지와의 추억을 한 번씩 소환한다.


“엄마, 나 애기 때 @@이가 내가 딸기 먹는데, 뺏어 먹었잖아!”


마치 강아지에 관한 기억이 사라질까 봐 나에게 좀 붙들고 있어 달라는 듯 말이다.


반려견을 떠나보낸 이들은 알 것이다. 펫로스 증후군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를...


나 역시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겨를이 없는 일상 속에서도 아이가 잠든 밤이면 떠난 반려견 생각에 1년 넘게 눈물로 밤을 보냈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은 나에게 그 감정을 또 겪자고 한다.


아이고, 아들아 엄만 자신 없다. 정말로...




반려견 이야기를 계속하는 아들에게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다가, 타협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여름방학 동안 누에를 키워보자는 것이었다.


누에는 한살이가 비교적 짧다. 개체 차이는 있지만 알에서 누에나방이 되기까지 대략 6주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성충이 된 나방은 짝짓기를 2박 3일 하고, 사흘 정도 내에 죽는다. 누에나방의 입과 날개가 모두 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슬픈 한살이를 가진 누에가,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이유로 우리 집 여름방학 동거인이 된 것이다.


난 아들에게 약속했다. 이번에 누에를 책임감 있게 잘 키우면 반려견 키우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겠노라고, 그러니까 누에 키우기는 일종의 테스트이기도 한셈이다.




3령 누에들과 누에를 키우는 방법이 수록된 책자가 함께 도착하고, 곧이어 미리 시켜둔 신선한 뽕잎도 한 박스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 모자는 누에를 보자마자 매우 흥분했다!


꼬물꼬물 한 누에들은…

아, 정말이지 생각보다 너무 귀여웠다.

(애)벌레가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 이거 약간 위험한 거 아닌가.. 얘넨 6주 아니 알로 온 것도 아니니 우리랑은 고작 4주? 밖에 함께 하지 못할 텐데.. 벌써 앞날이 걱정되는 나였다.


젖은 뽕잎을 먹으면 누에가 아플 수 있다고 해서, 키친타월로 물기를 꼼꼼히 닦아내고 누에 크기에 맞게 뽕잎을 잘게 잘라 하루 세 번 급여했다. 누에는 세상 편식쟁이라서 뽕잎만 먹는다. 그런데 누에똥은 신기하게도 정말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그것마저 너무 신기했다.

3령 누에

“어쩜 똥밭에 굴러도 너희들은 하나도 안 더러워 보이고, 고약한 냄새도 안 나니?”


이 작은 애벌레에게 먹이를 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뽕잎 먹는 모습을 지켜보니
절로 애정이 솟아오르는 게 느껴진다.



참 나란 사람… 이렇게 헤프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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