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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chpapa Feb 06. 2019

명절을 지나며 총총이는 한 뼘 더 자랐다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5일 간의 설 명절 연휴. 이 짧은 시간 동안 총총이는 한 뼘 더 자란 듯하다.


처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지하주차장에서 외할머니의 배웅을 받던 총총이는 울음을 보였다. 그 서글픈 울음에 장모님도 그만 눈시울이 붉어지셨다.


총총이를 달랬다. “총총아. 너가 울면 할머니도 슬프셔. 금방 다시 또 만날 테니까 웃어드리자.”


붉게 충혈된 눈을 한 총총이가 억지 웃음을 지어보인다. 그 표정을 본 장모님도 웃음을 터뜨리시고. 조금 지나자 총총이는 다시 읊조린다. “아빠. 할머니 보고 싶다.”


아이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기가 막히게 안다. 장모님이 총총이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총총이도 안다.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과의 이별은 슬플 수밖에 없다. 그 슬픔이 느껴졌다.


시간이 흘러 추억이 될 장면 하나.


또래 사촌들과의 놀이는 역시 즐겁다. 투닥거리기는 해도 예전처럼 큰 갈등은 거의 없다. 어린이집 생활을 통해 사회성이 길러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형, 누나라서 총총이를 막내처럼 배려하고 돌봐준다.


또래들과 있을 때 총총이의 표정은 또 다르다. 부모와 있을 때보다 이쪽이 훨씬 더 생기있다. 그 표정을 발견하면 흐뭇하다. 요즘에는 자신이 무언가를 혼자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은 모양이다. 위태위태 해보여 도와주려고 해도 손사래를 친다. “총총이 혼자 할 수 있어.” 마침내 해내고 이렇게 말한다. “봤쥐?”


총총이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 모두가 어른들에게 웃음이 된다. 오랜만에 뵌 숙모 왈, “아이고. 총총이 없었으면 올해 명절에도 웃을 일이 없었을 건데.” 경계 없이 움직이고 가끔 기발한 말과 행동을 보이는 아이의 존재는 명절 풍경을 바꿔버린다. 자신을 이뻐해주는 어른들 사이에서 총총이는 자신 있게, 과감하게 행동한다.


어머니가 아프신 이후부터 명절은 정말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멀리 나가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근처 식당까지 나가는 정도도 감사하다. 이번에는 어머니는 집에서 쉬시고, 누나와 매형와 조카들을 데리고 근처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흙놀이를 했다. 사촌들과 뛰놀던 명절 어느 날이 떠올랐다.


명절이 별건가 싶다. 이번 명절처럼 ‘나’라고 하기는 멀고 ‘남’이라고 하기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간격을 좁히고 관계를 풍성하게 하는 시간이면 족하다. 그 이상의 의미 부여는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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