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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또 한 번 못난 아빠

이제는 그만 쓰고 싶은 아빠의 반성문

오늘 또 아이에게 큰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부끄럽다. 후회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는데 또 이렇게 되고 나니, 스스로에 대하여 진지하게 돌아보게 된다.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을 무자비하게 해부하고 싶다.

주말을 쉬고 맞이한 월요일. 어린이집 하원하고 집으로 와서 동물 퍼즐을 맞추며 놀았다. 저녁 간식으로 딸기, 방울토마토, 요구르트를 주었으나 잘 먹지는 않았다. 콧물이 계속 흘렀다.

씻기려고 물을 받는데 평소 목욕할 때와는 반응이 다르다. 안 씻으려는 건 아닌데, 자꾸 나를 찾으며 화를 내듯 소리를 지른다. 어르고 달래서 목욕을 시키려는데 아이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다.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둘 중의 하나였고 후자라고 생각해서 얼른 씻겨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머리를 감기는데 눈에 물이 들어갔다고 운다. 이것도 평소 같으면 눈 한 번 질끈 감고 다시 물장난을 할텐데 울음이 끝날 줄 모른다. 결국 대충 씻기도 나왔는데도 계속 운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로션을 바르고 하는 중에도 계속 운다. 얼굴은 눈물과 콧물 범벅.

울지마, 총총아...


괜찮아. 뭐 줄까. 아빠가 안아줄게. 몇 번 달래보다가 점점 커져가는 울음소리를 참지 못하고 “당장 뚝 안 그쳐!”하고 크게 소리를 쳤다. 생활할 때는 절대 낼 일이 없는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한 번 그 정도 소리가 나오니 몇 번을 더 그렇게 소리를 지르게 됐다.

끅 끅 울음을 삼키는 아이를 안고 로션을 마저 바르고 기저귀를 채우고 옷을 입혔다. 계속 끅 끅. 안아서 달래니 이내 잠들었다. 아이의 옆에 같이 조금 누웠다가 뒷정리를 하기 위해 다시 나왔다.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후회가 된다’는 마음 정도로 넘어가서는 안 될 것 같다. 이건 훈육이 아니다. 그냥 내가 나대로 아이에게 짜증을 낸 것이다. 아이를 향해서 내 스트레스까지 풀 요량으로.

이런 모습은 사실 나의 아버지가 나에게 보이셨던 안 좋은 모습과 매우 닮은 것이다. 결코 닮고 싶지 않았는데, 나도 어느새 아버지처럼 부글부글하던 화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큰소리를 내는 것이다. 아버지 영향이니 내가 이렇게 된 것이고 역시 보고 배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아니, 그런 변명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지금 내 상태가 온전치 않고, 몸 컨디션도 완전하지 않고, 배도 고프고, 휴식이 필요하고, 아내는 이틀 연속 당직이라 집을 비우고 있어서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고…, 다 맞고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아이에게 교육적인 효과와는 동떨어진 소리를 질러서야 되겠는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이 안 되는 행동이다.

아이는 이제 만 18개월. 지금 내가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이해와 더 많은 설명과 더 많은 관심과 더 많은 보살핌이 필요한 시기. 종일 집이 아닌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것만으로도 지칠텐데, 집에서는 잘 보듬어주고 잘 다독여주는 일에만 집중하자.




이렇게 글로 쓰고 나니 차분하게 현재의 내 모습을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 나에게는 매우 적극적인 휴식과 재충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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